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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복제 마약탐지견 6마리 인천공항서 맹활약



 

‘투피 6형제’는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2007년 10월부터 관세청 최고의 탐지견으로 불리는 원본견 ‘체이스’를 복제해 세 번에 걸쳐 태어났다. 그동안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유견(乳犬·생후 3개월 미만), 자견(子犬·생후 1년 미만) 훈련을 거치며 대인친화 훈련과 환경적응 훈련, 지능 및 집중력 개발, 탐지능력 개발 훈련 등을 받았다.
 

1년간 기초 훈련을 마친 뒤 지난 3월부터 16주 집중 훈련 기간에는 대마, 헤시시,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 아편, 엑스터시(MDMA) 등 7종의 마약 인지능력을 길러 완벽한 ‘명품 개코’로 탈바꿈했다. 기존 훈련 방식은 ‘쉬운 냄새(향이 많은 마약)’부터 시작해 ‘어려운 냄새(향이 거의 없는 마약)’를 인지하는 방식이지만 복제견들은 처음부터 ‘어려운 냄새’로 인지 훈련을 받는 ‘하드 트레이닝’을 거쳤다.
 

“보통 교육과정을 이수한 탐지견들은 33~38퍼센트가 테스트에 합격해 마약탐지견으로 활동하지만 복제 탐지견은 6마리 모두 합격해 혈통의 우수성을 자랑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종합해 8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복제견은 80~99점까지 다양한 점수를 받았죠.”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정영주 과장의 설명이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외부에서 사들여오거나 자체 번식을 통해 탐지견 2백54마리를 훈련시켰고 이 중 82마리를 실전에 배치(생산 수율 32퍼센트)했다. 하지만 복제견은 1백 퍼센트 생산 수율을 기록해 5억~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게 됐고, 2013년까지 모두 39마리를 양성하는 연도별 탐지견 양성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마약탐지견은 보통 두 살 때 탐지견이 돼 5, 6년간 활동하다가 8세가 되면 ‘은퇴’한다. 6형제도 ‘정년퇴직’하는 선배 탐지견 자리를 대신해 인천공항에 3마리, 인천·김포·대구세관에 각 1마리씩 배치됐다. 앞으로 5, 6년간 마약탐지요원(핸들러)과 ‘1인 1견’ 한조가 돼 은퇴할 때까지 마약감시 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 기간 중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탐지견은 탐지요원과 닮아간다는 것. 똑같은 사료를 먹어도 탐지요원이 과체중이면 탐지견 역시 과체중인 경우가 많고, 저체중이면 탐지견도 저체중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종 훈련을 마치는 생후 16개월까지 탐지견 한 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4천만원에 이른다니 ‘몸값’만큼 대접도 융숭하리라 짐작될 듯. 하지만 실제 생활은 정반대다. 포만감이 있으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매일 저녁 한 끼(사료)만 먹으며 ‘배고프게’ 살아야 하고, 1년에 한 번 치르는 수행평가에서 낙제하면 3주간 ‘보충수업’까지 받아야 한다.






 

‘개코’의 활약은 마약단속 실적으로 드러난다. 최근 3년간 전체 마약적발 실적은 5백5건. 이 중 1백76건(35퍼센트)이 탐지견의 코에 ‘딱’ 걸렸다. 적발된 마약 중량만 12킬로그램을 웃돈다.
 

지난해 5월에는 광주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합동 단속에 나서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전남 장성에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마약 판매를 한다는 신고를 접수한 광주지방경찰청은 광주세관에 탐지견 지원을 요청했고 탐지견은 정밀검색 결과 야바(YABA) 17.5정과 대마초 63.5그램을 적발했다. 야바는 환각 성분인 ‘야마(藥馬)’를 복용하기 쉽게 정제나 캡슐 형태로 개량한 신종 마약이다.
 

인천공항세관 등 전국 9개 공항, 항만 세관에서 활동 중인 마약탐지견은 복제견을 포함해 모두 33마리다. 다른 41마리는 현재 탐지견훈련센터에서 관리견과 자견, 훈련견으로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독립성과 활동성이 뛰어난 캐나다산(産) 래브라도 리트리버종(種)인데 복제견도 마찬가지다.
 

투피는 ‘Tomorrow Puppy’의 줄임말로 첨단 과학·훈련기술로 태어난 미래의 강아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7형제였지만 한 마리는 훈련 도중 앞발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훈련을 이수하지 못했다. 요원들은 7형제에게 ‘투피먼(데이)’, ‘투피투(즈데이)’ 등 각 요일별 영어 이름을 붙였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복제탐지견 실전 배치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및 복제견 훈련 인프라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서울대와 공동으로 탐지견 정자은행을 설립해 필요할 때마다 인공번식을 통해 우수 탐지견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복제 마약탐지견 소식은 세계관세기구(WCO) 홈페이지를 통해 모범 사례로 알려졌고 호주, 러시아 등지에서는 세관 직원이 직접 방문해 훈련과정을 배우고 돌아갔다. 지난 3월 방한한 WCO 쿠니오 미쿠리야 사무총장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극찬한 뒤 관세행정 혁신 사례로 각국에 전파한 바 있다.
 

글·배수강(동아일보 주간동아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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