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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흐리고 비 또는 눈이 오겠다.”
“서쪽에서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
일기예보와 이 토정비결의 점괘는 무슨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 첫째, 둘 다 앞날이 “이러저러하리라”는 예상이다. 다른 공통점은 이 토정비결과 일기예보가 예상하는 대상이 모두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외생변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기예보를 보고 옷을 든든하게 입거나 우산을 준비한다. 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는 예보를 접하고선 강우를 인위적으로 막거나 미룰 순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과학기술로는 날씨는 외생변수다. 운세 역시 우리가 통제 가능한 영역 밖에 있다. 서쪽에서 우리를 도울 귀인이 오도록 하는 묘책은 없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높이는 통계적 비법이 없는 것처럼.

나아가 일기예보와 위의 토정비결 점괘는 우리의 행동과 독립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벌이면서 인류가 온난화를 야기했지만, 그날그날의 날씨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와 무관하다. 운세 또한 우리의 행동과 독립적이다.

일기예보가 번번이 틀린다지만, 경제에 대한 예측에 비하면 족탈불급일 정도로 정확하다. 경제 전망의 정확도는 토정비결이나 다름없는 낮은 수준이다. 경제 전망과 실제 수치에 괴리가 나는 데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경제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우리가 다 감안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큰 충격을 주는 때도 있다.

다른 요인은 경제 전망이 일기예보나 토정비결과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는 날씨나 운세와 달리 우리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고, 간혹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한국 경제가 과감한 구조조정과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일찍 외환위기를 벗어난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되겠다. 경제 전망이 우리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심리와 행동이 다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전망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는 때도 있다.

게다가 경제 전망의 대상이 되는 주요 변수는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움직인다. 안타깝게도 그 관계는 종종 하나가 좋아지면 다른 하나는 나빠지는 쪽으로 맺어져 있다. 따라서 여러 경제지표를 동시에 바람직한 수준으로 달성하는 것은 마치 제각각 달아나는 여러 마리 토끼를 혼자서 동시에 잡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원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 경제성장률은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입 원자재·제품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억제선을 넘어 오를 공산이 커진다.



“가장 중심되는 변수 움직임 파악이 중요”
이렇다 보니 어느 한 가지 경제 변수가 움직이는 방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맞혔다 하더라도 다른 변수에선 크게 헛발질을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여름 “투기적인 수요가 줄고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 원유 가격이 내년엔 현재의 절반 수준인 배럴당 60~70달러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유가가 한국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줘 경제성장률이 2% 수준으로 낮아지리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었기에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의 예측은 매우 과감한 것이었다.

원유가에 관한 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예측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적중했다. 반락한 원유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배럴당 30달러대로 속락했다. 그러나 고유가라는 걱정거리가 사라진 대신 경제 전체가 침체로 떨어졌다. 늑대를 피한다는 말은 맞았지만 예기치 못하게 호랑이 굴로 들어간 꼴이었다. ‘원유가 반토막’이 아니라 ‘세계경기 동반 급랭’을 내다봤어야 정확한 전망이었을 것이다. 세계경기 동반 급랭은 원유가 반락을 수반할 테니까 말이다.

이로부터 ‘경제 전망은 하나의 지표를 맞히는 것보다는 가장 중심이 되는 변수의 움직임을 짚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경제는 정책당국과 기업, 소비자를 포함한 경제주체의 판단과 의사결정,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어느 기간 후 지표를 예상하는 것보다는 그 기간에 중요하게 고려하고 결정할 변수와 관련해 조언하는 편이 제대로 된 전문가의 역할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예컨대 몇 년 전 “아파트 가격이 머지않아 반토막 날 것”이라는 예언보다는 “아파트값 버블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를 걷어내려면 이러저러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훈수가 적절하다.


글 곳곳 논리적 오류 눈에 띄어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지닌 인물의 ‘예언’을 둘러싼 소동은 씁쓸한 소극이었다. 미네르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파장이 한국에도 미칠 것이며 환율이 급등하리라는 등의 예측을 적중시키면서 인터넷과 미디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 대학교수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 스승”이라고 그를 치켜세웠고, 네티즌들은 미네르바를 기획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고 했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미네르바의 예고를 논하기 전에 그가 과연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보기로 한다. 전문가라고 해서 경제를 잘 읽는 건 아니지만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게선 의미 있는 전망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살아남으려면 “물가상승에 대비해 향후 3개월 정도 쓸 만큼의 생필품을 각자 갖추고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유가 급등 등의 원인으로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닥친 현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세계경기가 함께 가라앉았지만 동시에 유가가 급락한 덕분에 물가는 차츰 안정되고 있다. 미네르바의 글에는 이 외에도 논리적인 오류가 여럿 눈에 띈다.

그의 예언은 최악의 결과를 상정한 뒤 여러 부분이 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정책적인 변수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외환위기도 결국 극복했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세계경제가 워낙 큰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예상보다 조기에 경제 현안을 풀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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