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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모여서 사는 동물은 다른 개체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성향이 있다. 그 결과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쏠림현상이 점점 강화되는 분야 중 하나가 금융시장이다. 처음엔 다들 전처럼 투자한다. 남다른 행동은 삼간다. 괜히 그랬다가 가만히 있느니보다 못한 실적을 얻게 될까봐 꺼리는 것이다. 그러던 중 용기있게 균형을 깨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자가 나온다. 새 투자가 때를 잘 맞춰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경우가 있다. 초기엔 한두 명 그 뒤를 따라 투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단순한 모방심리뿐 아니라 탐욕과 시샘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때 투자열기에 기름을 붓는 게 탐욕과 시샘이라면 반대로 주가가 급락할 때면 공포가 투자자들을 사로잡는다. 이번에는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쏠린다. 요즘 같은 상황이다. 이런 때가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실제로 탐욕으로 달궈진 시장보다 공포에 얼어붙은 시장이 훨씬 두둑한 수익을 거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때 과감하게 투자에 들어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시장 관계자들도 군집행동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매수신호를 강하게 내보내고, 주가가 빠지면 팔라고 한다. 문제는 그처럼 시장의 움직임을 따르다가는 수익을 별로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른 다음 사고 떨어진 뒤 팔다 보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입기 일쑤다. 지난해 상승장에 올라탔다가 낭패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전철을 밟았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을 쓴 이용재 씨는 이 책에서 흥미로운 시뮬레이션 분석을 소개한다. 국내에서 최고로 평가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출 때마다 주식을 산 뒤 목표주가를 높이면 팔았다. 이런 ‘청개구리 전략’은 23%의 큰 수익을 안겨줬다. 반면 리서치센터가 목표주가를 높일 때 주식을 사고 낮출 때 주식을 팔았을 경우엔 본전치기에 그쳤다. 기간은 2005년 4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3년. 이 시뮬레이션 분석은 시장 관계자들 역시 시장의 흐름을 뒤따라감을 보여준다.
다시 주목받는 ‘행동주의 경제학’
행동주의 투자론은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투자자는 정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게 아니라 탐욕과 공포를 비롯해 자기기만, 주먹구구, 감정, 군집행동으로 인해 편향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에서 소개한 반면교사의 사례들 가운데 하나는 최근에 잇따라 높은 수익을 낸 펀드매니저가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그가 운용하는 펀드에 돈을 넣는 것이다. 연구 결과 과거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미래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비율은 잘해야 50% 안팎이다.
정보가 많으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도 많은 투자자가 빠지는 오류 가운데 하나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홍수 같은 정보에 노출된 투자자는 ‘지식환상’에 따른 자기과신이 커진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 것이고 어떤 정보는 버려도 좋은 것인지 우선순위를 가려낼 능력이 부족한 투자자에게는 많은 정보가 무의미할뿐더러 투자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HTS 의존도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리스크가 크거나 의미 없는 매매에 휩쓸리기 쉽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군집행동
오늘날 금융시스템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시장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매수 또는 매도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최첨단 금융시스템에서는 사람의 군중심리와 조건반사적인 행태와는 다른 투자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런던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 컨설팅업체인 인텔리전스 캐피털의 회장 어비나시 퍼소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퍼소드는 200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요 투자회사가 의존하는 컴퓨터 모델이 쏠림 현상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변동이 생기면 똑같은 데이터가 입력된 비슷한 컴퓨터 모델들은 많은 투자회사들에게 한 방향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세계 주식시장이 마치 도미노가 넘어가듯 잇달아 급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스템 전체가 벼랑으로 떨어질 듯한 위기가 빚어진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또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몰려다니는 셈이다.
경제학자는 경제주체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기 위해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경제 현상을 연구한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경제학자 자신조차 군집행동을 포함한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11월 초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로버트 실러 교수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택시 기사조차 주택시장 버블을 경고하고 있었는데도 왜 대학과 연구기관의 경제학자들은 위기가 진행 중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지 못했을까?” 하고 묻는다.
로버트 실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전문가는 늘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룹 내 다수론에서 너무 멀리 벗어날 경우 중요한 역할을 얻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실러 교수는 자신이 2005년에 ‘비이성적 흥분(Irrational Exuberance)’ 2판에서 주택시장 버블이 붕괴될지 모른다고 쓰면서 “쓸데없는 경고를 한다는 비판을 걱정했고, 실제로 그런 비판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실러 교수는 자신의 당시 예측은 상당 부분 행동주의 경제학에 기반을 뒀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경제주체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온갖 편향된 의사결정에 좌우된다는 현실에서 출발해 경제현상을 연구한다.
전 세계를 짓누른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래저래 행동주의 경제학과 행동주의 투자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행동주의 경제학은 아직 경제학계의 변방을 떠돌고 있다. 합리성이라는 토대 위에 쌓아올린 주류 경제학의 이론체계를 행동주의 경제학이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기존 패러다임이 더 이상 현실에 들어맞지 않을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 대공황은 고전파 경제학을 제치고 케인스의 손을 들어줬다. 케인스는 자유방임을 주장한 고전파 경제학에 맞서 불황 때에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기존 주류 경제학이 권좌에서 물러나고 행동주의 경제학이 부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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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