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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달러의 귀환’, ‘弱달러 시대 막 내리나’, ‘달러의 부활?’…. 7월 이후 달러가 모처럼 강세를 보이자 여러 매체에서 이 같은 제하의 전망을 내놓았다.
달러는 8월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전 거래일보다 4원 오른 1031.9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7월 8일 1032.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는 유로와 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는 1.5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1유로가 약 한 달 전에 1.6달러였으니, 그 새 유로 대비 달러 가치가 6% 이상 오른 셈이다. 이날 엔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는 110.2엔 선으로 올라, 일주일 새 2.6%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떨어진 것은 2001년 말부터. 달러 인덱스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35% 급락했다. 따라서 달러가 약세를 벗어났다면 이는 6년여 만의 일이다. 추세를 남보다 앞질러 예측하고 싶어하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약세는 끝났고, 이제 재개된 달러 강세는 앞으로 여러 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달러 전망’ 시야 넓혀보라
앞으로 달러의 방향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간적인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우선 유로가 실제로 통용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로 시간 축을 연장해 보자. 유로는 1.1달러 선에서 출발했다가 2000년에 0.8달러 선까지 하락한 뒤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출발점과 비교하면 1.5달러 선인 현재 가치는 30% 이상 상승했다.
달러 내림세는 엔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전에 1달러는 240엔 안팎에 거래됐다. 플라자 합의는 선진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낮추기로 한 합의를 일컫는다. 플라자 합의 1년 뒤 달러는 120엔대로 반 토막이 났다.
환율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통화의 가치인 환율도 다른 가격과 마찬가지로 움직인다. 흔해지면 싸진다. 공급에 비해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비싸진다. 원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 국내에 달러가 그만큼 유입된다. 달러를 원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의 가치는 올라가고 달러 값은 떨어진다.
한국의 금리가 높으면 한국의 금융자산을 사들이려는 외국인이 많아진다. 한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원으로 바꿔야 하고, 이때 원의 가치가 상승한다. 금리 인상이 예상될 경우 그 나라의 통화 가치가 오르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런 과정을 예상해서 움직인 결과다. 물가가 오를수록 실질금리가 낮아지므로, 물가는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경제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 원 가치가 상승한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금리가 경제성장률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을 종용해 달러 가치를 끌어내린 것은 막대한 무역적자, 특히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몇 해만 소폭 흑자를 냈을 뿐, 점점 무역적자 폭을 키워왔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82년에 554억 달러에서 84년에 943억 달러로 불어났다. 85년엔 1182억 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자국 경제가 추락하겠다는 위기의식에서 환율 조정에 나선 것이었다.
플라자 합의가 없었다면 달러 가치는 계속 240엔대에 머물렀을까? 그럴 순 없었다고 본다. 80년대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며 엄청난 양의 달러를 교역 상대국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따라서 달러 가치 하락은 시간 문제였다.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는 점차 개선돼 91년엔 29억 달러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적자로 돌아섰고, 94년에 1216억 달러, 98년에 2151억 달러로 급증했다. 2005년부터는 연간 7000억 달러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1년 말 이후 달러가 약세를 보인 배경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달러는 기를 펴지 못한다. 미국이 경제체질을 바꿔 경상수지를 대폭 줄이지 않는다면 달러는 앞으로도 계속 미끄럼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7월 이후 달러의 움직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최근 달러 강세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주요 변수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각국의 경기 전망이라는 단기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유럽과 일본 경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가 반사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는 얘기다.
‘달러 = 기축통화’ 위상 흔들
향후 달러의 행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축통화란 국제결제나 금융거래에 주로 사용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는 ‘화폐 중의 화폐’다. 화폐로서의 요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축통화는 다른 통화나 재화·서비스로 언제나 교환되는 유동성이 있어야 하고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달러는 이 요건 가운데 안정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말 원유 대금으로 달러를 사절한다고 선언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6월 말 양국 간 무역거래에서 달러 대신 양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비중도 계속 작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외환보유고 중 달러의 비율이 지난해 말 64%에서 1분기 말 63%로 낮아졌다. 이 기간 유로의 비율은 26.4%에서 26.8%로 높아졌다. 유로의 외환보유고 비중은 2001년엔 16%선에 불과했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쌓아가면서도 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길이 있긴 하다. 적어도 경상수지 만큼 빚을 내거나 투자를 받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우면 달러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미국은 지금까지는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데 맞춰 자본수지 흑자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수지 흑자는, 달러가 안전하며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믿음이 약해질 경우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가 깨질 때 그 충격은 환율 상승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달러 자산을 줄이면서 미국의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한다. 미국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수입을 줄이게 된다. 경상수지는 균형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미국 시장이 문을 좁히면서 대미 수출 국가 또한 타격을 받는다.
이런 조정이 빠르게, 큰 충격 속에서 전개되는 일이 없도록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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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