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이 시대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 과제를 뒤로 넘기지 않고,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과 숙제를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월 23일 신년특별연설에서 참여정부 4년간의 정책 실적과 성과를 알리고, 남은 임기 1년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05년 선진한국 건설, 2006년 양극화 해소 등 그동안 신년연설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며 국정의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현안 해결에 눈높이를 맞추고 안정적 국정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시장경제, 과학기술, 중소기업, 대외개방 등 경제정책 추진 상황 전반에 대해 참여정부 4년의 정책추진 방향이 옳았다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판단과 함께 임기 말 미래과제를 대비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동시에 지난 4년의 정책 공과(功過)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동반성장, 균형발전, 사회투자와 인적자원개발, 사회적 자원 확충 등을 강조했다. 앞으로 20∼30년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라는 시각이다.
노 대통령은 “경제정책만이 아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사회적 환경과 안보환경을 종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전략과 함께 중요한 건 개혁의 속도다”라며 시기를 놓치면 낙오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국정운영 성과에 따른 또 다른 자신감의 표출로 읽힌다. 그 연장선에서 “다음 정부는 어떤 후유증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 대통령의 경제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1년은 국정기조의 변경 없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는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 교육 등 경제·사회 분야 외에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보수층의 좌파정부 비판을 겨냥해 “작은 정부론은 과거 서구의 여러 나라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 한국에는 맞지 않는 이론”이라며 사회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한·미 FTA가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하는 진보세력에 대해선 “진보개혁 세력이 앞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주도적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역사의 대세를 수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저의 관심은 성공한 대통령이나 역사의 평가가 아니다”며 “남은 기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이 시대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를 뒤로 넘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국민 호소 대상을 실현가능한 과제로 국한한 것은 임기 말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는 향후 국정을 노 대통령의 지론인 ‘선택과 집중’의 원리로 운영해 나갈 것임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필요한 개혁은 제때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대표적 과제로 4년 연임제로의 개헌을 예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올해 신년연설은 당대의 평가에 구속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옳다고 믿는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평가다.

“양극화 문제 해소돼야 민생 해결”
민생문제 지금 민생의 어려움이 오로지 참여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하고 싶다.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양극화 현상은 해소되어야 한다. 경제만 좋아진다고 민생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민생이 해결된다. ‘함께 가는 경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이 동원돼야 한다.
“평시 작전통제권은 껍데기 불과”
한·미관계 한·미관계는 일방적인 의존관계를 상호관계로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의 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남의 나라 군대를 최전방에 배치해 놓고 ‘인계철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주국가의 자세도 아니고 우방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현실의 의존보다 심리적 의존이 더 큰 문제이다. 주도적인 작전통제권은 자주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다.
평시작전 통제권은 돌려받았다고 하나 실제 내용을 보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대북관계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다. 통일은 그 다음이다. 통일을 위해 평화를 깨뜨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전쟁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안보이다. 평화를 위한 전략의 핵심은 공존의 지혜이다. 화해와 협력, 공존을 위한 지혜의 요체는 신뢰와 포용이다.
대결주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물론 군사적인 대비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는 적절한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포용정책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가능성이 있다 없다’를 정확히 알 수도 없지만 판단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농업문제는 보완, 특단의 대책 마련”
한·미 FTA 협상 FTA문제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이다. 농업 문제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놓았고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다. FTA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무조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만 협상을 하면서 안 하려고 하면 불성실한 자세다. 타결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손해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면밀히 따져서 할 것이다.
“목숨 걸고 투기해도 재미 못 볼 것”
부동산정책 올해부터 2010년까지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연평균 36만호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 부문의 위축에 대비해 공공부문의 공급정책을 준비 중이다. 곧 발표할 것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걱정하는데 제가 보고받은 바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경착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버블도 서서히 꺼질 수는 있지만 갑자기 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략적 발의 아니라 오랫동안 검토”
개헌문제 갑자기 정략적으로 발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 검토에 검토를 거쳐 내놓은 것이다. 임기단축, 단호하게 말씀드리겠다. 절대로 없다.
한때 고려해 봤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개헌 기회를 한 번 더 연장시키기 위해 한 것이었고 적절치 않아 접었다.
“북핵 기본가닥 없인 남북 얻을 게 없어”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은 6자회담이 어떤 결론이 나기 전에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은 순차로 이뤄져야 한다. 6자회담이 큰 틀이다.
북핵 문제의 기본적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은 북쪽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남쪽은 얻을 것이 없다. 그러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특별 연설에서 각종 통계 수치를 몇 차례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초반부 “한두 가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해를 푸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부에서 ‘민생파탄’, ‘경제위기’, ‘졸속추진’ 등 용어로 정부정책의 결과를 비튼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통계나 수치를 살펴보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읽는 유용한 수단이다. 신년연설에서 활용된 각종 통계를 중심으로 대통령 신년연설을 되짚어본다.
부도업체수 1997년 1만7168개 → 1998년 2만2828개 → 2005년 3416개

부도업체수의 추이에 대한 통계는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다. 양극화를 촉발한 외환위기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요즘의 민생문제가 옛날에 있던 민생문제와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노 대통령은 경제만 좋아진다고 결코 민생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양극화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제성장률 2003년 3.1%, 2004년 4.6%, 2005년 4%, 2006년 5%
노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이)평균치만 4.2%다. 이 4.2%는 OECD국가에서는 상당히 높은 국가다. 7번째. 5%가 되면 OECD 국가에서 최고수준이다. 그리고 지금 선진국들이 국민소득 1만5000 내지 2만 달러시대일 때 평균성장률은 3.2%였다.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나라가 6%, 7% 성장 안 한다고 아우성치면 이건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우리 경제 상황을 ‘파탄’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지표로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현대건설, 하이닉스, LG카드, 대우건설 이런 부실기업이 다 정상화됐다. 그동안에 기름값이 두 배 이상 오르고 환율은 또 한참 떨어지고 이런 악조건을 디디고 이뤄낸 성과다”라고 말했다.
정부 R&D 예산 2002년 6조 원 → 2006년 9조 원
정부의 R&D 예산에 대한 추이는 혁신주도형 경제정책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와 함께 혁신주도형 경제정책의 정부 시스템 변화로는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 산학연 혁신체계, 대덕연구개발특구, 혁신클러스터, 과학기술평가시스템 등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경제정책이 양적 성장이 아니라 기술과 인재중심의 질적인 발전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따라가는 경제가 아니라 우리경제가 앞서가는 경제”라고 강조했다.
공공사회지출(GDP 기준) 문민정부 3.2% 국민의 정부 5.6% 참여정부 8.6%(200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참여정부 들어 8.6%까지 늘었다. 하지만 교육, 환경, 문화, 체육 등 사회투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해마다 20% 복지재정을 늘린 참여정부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의 절반이고 유럽의 3분의1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2030년까지 OECD 회원국 평균수준, 말하자면 21%로 간다, 이것이 참여정부가 만든 2030의 목표”라고 역설했다.
권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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