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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이 터졌다는 표현에 걸맞은 성과였다. 지난 3월 12일에서 14일까지 펼쳐진 정상외교에서 한국과 UAE는 미래 신성장동력, 보건의료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양해각서(MOU)를 무더기로 쏟아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양국의 1백년간의 동반자 관계는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외교의 백미는 역시 한국이 UAE 아부다비 유전개발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유전을 확보하게 됐다. 경제적인 이익은 물론 에너지 안보가 일층 강화된다는 의미다. 양국 정상은 양국 간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더욱 활성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한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극소수 석유 메이저 기업들만이 참여해 온 ‘꿈의 지역’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3일 UAE를 공식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할리파 빈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전했다. 한국이 아부다비의 유전개발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 규모다. 최소 10억 배럴 이상으로 한국의 해외 유전개발 역사상 가장 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백10조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확보한 최대 유전은 베트남 15-1광구로 매장량은 1억 배럴이었다.

이번 유전확보의 특징은 두 가지의 권리를 부여받은 점이다. 기존 대형 유전에 참여하는 조광권과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않은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적 개발 및 운영권이 그것이다.

조광권을 부여받을 대상은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들이다. 아부다비의 대형 유전들의 조광권은 2013년부터 계약이 만료된다. UAE 정부는 내년부터 이 유전들에 대한 재계약을 진행하는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 유전들은 규모도 규모려니와 이미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곳들이어서 탐사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미개발 3개 유전에 대한 독점적 권리도 확보했다(그림 참조). 이 유전들의 발견 원시부존량은 총 5억7천만 배럴로 규모는 대형 유전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못잖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지분을 1백 퍼센트까지 확보할 수 있어 독자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향후 유전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해외 유전개발은 일부 지분참여 형식이어서 독자적인 개발과 운영 경험을 쌓기 어려웠다. 석유공사는 이미 이 유전들에 대한 1차 기술평가를 마친 상태다. 2013년부터 하루 최대 3만5천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유 관련 비상사태를 보완할 수 있는 협상에도 합의했다. 먼저 미개발 유전에서 생산되는 우리 측 물량 1백 퍼센트를 국내에 도입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공급이 현격히 부족한 경우 원유수급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략 비축유도 사실상 무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부다비의 원유 6백만 배럴을 우리나라 비축시설에 무상 저장하고 유사시에는 이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약 7천억원 상당의 원유를 단지 비축시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UAE로서는 무상으로 비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UAE 아부다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최우선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증산되는 원유 중 하루 30만 배럴까지 누구보다 빨리 살 수 있어 비상시 원유수급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부다비의 유전을 확보하면서 한국은 석유와 가스의 자주개발률을 지난해 10.8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UAE와 이라크 등 중요 전략지역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임기 중에 자주개발률을 일본 수준인 20퍼센트까지 끌어 올린다는 구상을 다시 한 번 밝혔다.

한편 이번 유전확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중동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70년대에 진출한 일본을 끝으로 이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유전을 확보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산유국들이 원유개발을 직영체제로 운영하면서 자국 기업을 메이저로 육성하고 있어 중동 유전 진출의 벽은 석유 메이저들도 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원유개발 업계 77위(한국석유공사 기준)에 불과한 한국이 성공을 한 것이다.


석유 메이저들이 중동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매장량과 생산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UAE를 비롯한 중동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의 57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우리가 진출하게 된 아부다비의 매장량은 약 1천억 배럴에 달한다.

채산성도 높다. 생산단가가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배럴당 세계 평균 단가는 18달러인 데 비해 중동은 6달러에 불과하다. 아부다비는 더 낮다. 세계 평균의 10분의 1이 채 안되는 1.5달러다. 게다가 UAE는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어 더욱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현실화된 것은 양국 최고 지도자들의 강력한 정치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원개발은 통상 수년간 협상을 진행해도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 힘든 데 비해 이번 협상은 불과 1년 만에 타결된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 UAE 원전수주 이후 양국 최고 지도자들의 신뢰는 한층 공고해졌다. 당시 체결된 ‘1백년간의 경제협력 파트너’에 따라 한국은 UAE 아부다비의 미래전략을 적극 지원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동반자 관계 차원에서 유전 진출을 요구했고 아부다비의 최고 지도자들이 통치권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은 아부다비의 지도자들에게 여러 차례 메시지와 특사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설득전을 벌였다. 한국 측의 경험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아부다비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강화라는 우리 측의 설득에 서서히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석유 비즈니스적으로만 생각하면 한국을 참여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단순한 유전개발 사업자가 아니고 1백년 앞을 내다보는 UAE 아부다비의 경제협력 파트너이다. 크게 생각해 달라.”
(이 대통령이 아부다비에 보낸 메시지)

이 대통령은 2009년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원자력발전소 4기의 예정부지 기공식에 참석해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 원전이 최고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UAE의 한국형 원전은 중동 지역에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사 발주처인 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는 UAE 원자력규제위원회(FANR)로부터 부지 준비 허가를 받아 기초작업과 임시 숙소 및 사무소 등 건설기반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공사는 건설허가가 나오는 2012년 6월경에 시작될 예정이다.




UAE 정부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도 MOU를 체결했다. 2010년 서울에 설립된 GGGI는 다양한 국제 전문가와 협력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녹색성장 분야의 국제적 싱크탱크이자 액트탱크(ACT TANK)로서 2009년 코펜하겐 제15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5)에서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위한 국제적 자산으로서 설립을 제안한 독립적 비영리기관이다.

이번 MOU를 계기로 GGGI는 UAE 정부에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수립 지원 ▲GGGI 전문가 파견 ▲녹색 분야 공동연구 등을 제공한다. 아부다비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포괄하는 GGGI 지역 연구소도 건립하고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를 세계적인 스마트 시티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MOU와 별도로 UAE 정부는 GGGI에 3년간 1천5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GGGI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전략은 UAE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UAE 공식방문 중에 이 대통령이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자이드 국제환경상’을 수상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녹색성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신성장동력을 육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상은 고(故) 세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전 UAE 대통령의 환경실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돼 환경 분야 공로자에게 시상한다.

이 대통령은 수상 연설을 통해 “아부다비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두바이의 첨단도시 건설에 이르기까지 UAE는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산유국의 하나이면서도 ‘석유 이후 시대’를 가장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국가”라며 “한국은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UAE와 함께 보다 나은 청정한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데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한국과 UAE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UAE보건부, 아부다비보건청, 두바이보건청 등 3개 부·청과 보건산업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크게 3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UAE의 의료 관광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두바이보건청은 한국에 자국의 환자를 보낼 병원을 지정하고 환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주한 UAE대사관에 서울오피스를 연다.

UAE보건부와 아부다비보건청은 환자송출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한다. 환자수송과 언어 등 준비상태와 만족도를 점검하는 시범 사업을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UAE는 매년 약 8만5천명의 환자를 해외에 송출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치료비는 약 2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으로 오는 환자는 2009년 6백11명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백7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퍼센트 가량 늘었다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MOU는 한국으로 오는 UAE 환자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의료기관이 UAE에 진출할 수 있는 길도 넓어졌다. UAE 보건부와 아부다비보건청, 두바이보건청이 건강검진센터, 재활병원 설립과 병원 위탁운영 등에 한국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기를 요청한 것이다. 현재 UAE에 진출한 한국 의료기관은 삼성의료원과 우리들 병원, 원전클리닉 등 3곳뿐이지만 해외 의료기관의 진출은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병원 위탁운영은 UAE의 국가적 관심사로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과 클리블랜드클리닉, 태국의 범룽라드병원, 오스트리아의 VAMED 등이 진출해 있다. 한국의 의료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실시된다. 먼저 한국의 의사들이 UAE를 방문해 환자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는 등 의사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 UAE 측에서 선호하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의 건강보험제도 운영경험도 나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인 연수프로그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국제연수 프로그램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분야는 양국 모두 혜택을 공유하고 건강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분야”라며 “양국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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