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은 이제 개인 차원을 떠나 국가와 지구의 장래가 달린 인류의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만환자수가 최근 5년 동안 무려 9배나 폭증했다. 곳곳에서 살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되겠다 싶지만 살빼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비만을 부르는 사회구조에서 비상한 노력이 없으면 뚱보로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기름진 식생활을 하고 있다. 지구 한편에서는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어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자욱하다. 지난 20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남자들의 몸무게가 무려 10㎏ 정도나 늘었다고 한다.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굵은 허리로 뒤뚱거리고 있는 것이다. 굵은 허리는, 늘어난 살은 식탐(食貪)을 불러온다. 불어난 10㎏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군살에는 걸신(乞神)이 붙어 있다. 먹고 또 먹지만 허기지다.
쌀을 재배하면 100명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땅에 밀을 재배하면 75명이 먹을 수 있단다. 그렇다면 초지를 조성하여 목축업을 하면 몇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겨우 9명만이 허기를 면할 수 있단다. 그런데 불어난 그 많은 인구가 어떻게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그건 사육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들여다보면 이른바 동물 학대기술이 발달한 것이다. 소나 돼지나 닭 등은 오로지 인간의 먹이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잠을 재우지 않으며 오로지 살만 찌게 한다. 이렇게 생산된 싸구려 고기는 패스트푸드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패스트푸드 하면 우선 햄버거와 닭튀김, 콜라 등이 떠오른다. 이것들이 인류를 육식과 비만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먹으면 살로 가는 식사는 수만년 동안 변함이 없던 인간의 체형과 체중을 변화시켰다. 1984년부터 1993년 사이 영국의 패스트푸드 가게가 2배 가량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성인 비만율도 2배가 늘었다. 또 패스트푸드는 사람들의 입맛을 빼앗기 위해 무차별 설탕을 뿌린다. 소스로는 고기 고유의 맛을 앗아버리고, 맛이 없으면 설탕을 친다. 맛의 국제화는 곧 맛의 획일화이다. 고유 음식맛은 존재하기 힘들어졌다. 이건 `백색 테러에 다름 아니다.
이는 결국 인간이 맛에 길들여지고 있음이다. 그럼에도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들은 온갖 음식과 음료를 선전하고 있다. 더 많이 먹고 마시라고 유혹하고 있다. 배고픈 시간대에 맛집을 내보내고 새로운 메뉴를 유행시킨다. 대중들의 식탐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시키는대로 비만환자가 되어간다.
학자들은 21세기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비만일 것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급기야 영국에서는 얼마 전 `비만 장관직'을 신설했다. 국가가 마련한 `다이어트 식단'은 무엇일지, 운동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비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어찌 되어가는지…. 어차피 국가가 비만을 관리해야 한다면 서둘 필요가 있다. 비만이 너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비만도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친구, 가족, 배우자가 뚱뚱하면 자신도 살이 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진이 32년 동안 1만20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분석한 결과라니 믿지 않을 수 없다. 친구, 형제자매, 배우자가 비만일 경우에 자신도 비만이 될 가능성은 각각 57%, 40%, 37%였다. 함께 사는 배우자와 가족 보다 친구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로써 주어진 환경보다 사회적 관계가 비만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수 있다. 덩달아 살찌는 이유가 식사와 운동습관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살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살찐 친구를 두고 있으면 비만에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비만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요즘 비만은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청장년은 물론이고 소아비만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모두 배 나온 친구를 만나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비만은 이제 너무 흔한 질병이다. 솟아오른 뱃살은 서로에게 위안이고, 경계를 늦추면 바로 감염이 된다. 그래서 모두 위험하다.
비만은 전염도 되지만 `이동'도 한다. 가진 자에게서 없는 자로 옮겨가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 아버지들은 몸에 살이 너무 없어서 그걸 바라보는 자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른들은 배가 들어가 허리까지 구부정했다. 마을마다 `배고픈 다리가 있었다. 가운데가 움푹 꺼진 다리였다. 배가 고팠기에 다리마저 그리 보였을 것이다. 많이 먹어 배 나온 것이 흉이 아니었다. 만화나 잡지에서 부자들은 하나 같이 배가 불룩 튀어나오게 그려졌다.
요즘도 그럴까? 아니다. 요즘에는 비만이 이동하고 있다. 없는 사람들이 더 뒤뚱거리고 있다. 싸구려 고기와 기름을 섭취하고, 몸에 낀 기름기를 제거할 만한 운동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을 할 여가도, 좋은 것을 섭취할 돈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몸의 관계를 분석한 P 브르디외는 “계급에 따른 음식물의 분포는 몸의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현재 프랑스나 영국사회의 노동계급은 값싸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소비하는데 이는 그들의 체형 뿐만 아니라 상류층보다 높은 심장병 발병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간파했다. 비만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불룩한 배, 이는 이제 없는 자들의 형벌이 되어 버렸다.
이를 종합하면 이런 결론을 낼 수 있다. 비만은 질병이다, 그것도 전염병이다, 그리고 가난하면 걸리기 쉽다. 비만은 우리 곁에 있다, 틈만 나면 달려든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