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월 항쟁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많은 사람들은 6월 항쟁을 군사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으로 기억한다. 동시에 6월 항쟁을 4·19혁명, 부마(釜馬)항쟁, 광주항쟁을 계승하며 27년 간 계속된 시민혁명의 완성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4·19혁명과 6월 항쟁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정권에 저항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두 역사적 사건은 매우 다른 성격도 가지고 있다. 4·19혁명은 국가의 폭력에 저항한 유혈혁명이었지만 6월 항쟁은 철저히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비폭력운동이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6월 항쟁은 참여한 다양한 계층과 규모를 보면 가히 거족적 운동이라 할 만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학생 시위에 가세한 수많은 ‘넥타이 부대’를 비롯한 중산층은 새로운 ‘시민’의 탄생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1987년 6월은 한국에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준다. 권위주의 정부에서 억압을 받았던 시민들이 정치적 저항운동에 나서면서 시민은 민주주의의 수행자로 찬양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 내부에 있는 다양한 사회집단들의 집단행동에 나서게 되면서 새로운 갈등이 분출됐다.


사회갈등의 2단계 폭발
1990년대 이후 시장의 자유가 커지면서 시민들은 사라지고 다양한 이익갈등으로 시민사회는 분열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갈등은 왜 발생했는가? 이러한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압축 성장 때문에 권위주의 유산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문화적 지체가 발생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공청회와 토론회에서도 서로 막말하고 멱살을 잡는 것은 민주적 정치교육과 시민문화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정치권의 비효율성과 무능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사회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국회에서도 서로 싸우느라 토론의 자유와 다수결의 원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설명과 정치적 설명은 둘 다 부분적으로만 옳다. 한국에서 사회갈등의 조절과 제도화의 실패에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많은 경우 사회갈등은 한국사회의 정치경제모델 이행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사회갈등은 두 번에 걸쳐 질적 변화의 단계를 거쳤다. 먼저,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1987년 체제’에서 지역·노사·이익집단 갈등이 폭발했다. 산업경제가 발전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대중투쟁이 ‘이익집단 정치’로 바뀌었고, 산발적 이익충돌 대신 제도적 조건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변화되었다. 특히 정치적 영역에서 지역갈등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다음으로,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1997년 체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사회적 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빈부갈등이 매우 심각해졌다. 시장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빈곤의 ‘사회적 대물림’을 조직적으로 재생산하는 교육격차는 계층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동시에 환경에 대한 인식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가치의 충돌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과 세계경제의 통합으로 경제구조, 고용구조, 인구학적 구조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적 정치구조, 노동배제 전략, 지역 불균형 개발, 환경 파괴적 개발주의의 발전 모델을 계속 추구하는 한 사회갈등은 계속 심화,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거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사회통합의 새로운 방향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1987년 이후 한국의 민주화 이행은 매우 짧은 시기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개발도상국 가운데 이처럼 빠른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동시에 민주주의를 공고화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확대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의 증대와 사회갈등의 심화로 인해 새로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가 횡행하면서 시민은 사라지고 개인만 남았다.

한국의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강화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정보화, 세계화, 개인화가 이끄는 현대 사회의 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다양성의 시대로 이끈다. 이에 21세기 민주주의에서 정부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개인들과 이익집단들을 광범위하게 포용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먼저,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집단들의 협상을 이루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빈부갈등, 교육갈등, 환경갈등으로 변화하는 사회갈등의 복잡한 양상이 다층화, 다핵화되면서 이제 정부의 역할만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선거와 법치를 강조하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뛰어넘어 다양한 사회성원들의 참여와 평등을 실현하는 포용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당뿐 아니라 노사관계의 이해당사자, 그리고 사회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적 통치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배분되어야만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안정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복지제도가 없다면 노사협력도 사회적 대타협도 이룩할 수 없다.

하지만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낡은 평등주의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는 이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적극적 복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사회투자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시민사회는 시장의 지나친 지배에 따른 극단적 이기주의와 분열주의로 갈라서 있다.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성, 사회통합,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져야만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시민권이 보편적으로 실현되어야만 1987년 6월 항쟁의 정신이 완전하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6월 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