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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룡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무역국제협력국장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사회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해도 이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할 인적자원이 부족해 인프라 투자의 효과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는다.

또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없거나 농산물을 생산지에서 시장까지 운송할 수 없어 인적자원 개발과 무역 역량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개발 의제’는 바로 이런 ‘빈곤의 악순환’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틀을 갖추는 데서 출발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사실 빈곤을 퇴치하고 번영을 함께 누리기 위해 개발 의제를 꾸준히 논의해왔다. 2000년 각국 정상들이 유엔에서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Millenium Development Goals)가 대표적이다.

 

MDG는 2015년까지 전 세계 기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고 초등교육을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등 2015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총 8가지의 개발 목표다. 그간 선진국들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원조방안을 선진 7개국 모임인 G7을 통해 논의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G20에서는 주로 각국의 거시경제 조정, 국제금융체제 개혁 문제 등 시급한 현안 위주로 논의가 이뤄지다 보니 그동안 개발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빈곤인구가 증가하고 MDG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 문제는 G20로서도 도외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의제로 부각됐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출범한 G20가 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활동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통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G20 비회원국의 주요 관심사인 개발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역설해왔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구상을 밝히면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개발 문제가 단순한 원조 논의를 넘어 ‘글로벌 재균형(Global Rebalancing)’ 확립이라는 G20 정책 목표의 성공적인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우리는 G20 셰르파(교섭대표) 회의, 양자 면담, 비회원국 대상 활동 등 다각적인 외교 교섭을 통해 개발 의제를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 결과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하게 될 개발 의제의 기본적인 추진 방향에 합의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이라는 G20 정책체계(G20 Framework for 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Growth)와 부합하는 방향에서 개발 의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이후에는 개발 워킹그룹(G20 Development Working Group)을 발족함으로써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다룰 개발 의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

개발 워킹그룹은 총 1백여 명의 G20 회원국 및 관련 국제기구 대표단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다년간의 행동계획(Multi-year Action Plans)을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장이다. 우리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공동의장국으로서 개발 의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서울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개발 워킹그룹 회의에서 G20 회원국들은 개발도상국, 특히 저소득국가들(LICs·Low Income Countries)의 역량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 증진을 G20 개발 의제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는 데 우선 합의했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에 장애가 되는 핵심 요인에 대해 토론한 결과 인프라, 인적자원 개발, 무역, 식량안보, 금융소외계층 포용(Financial Inclusion) 등 총 9개 분야에 대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개발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논의를 토대로 드디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다 함께 성장하기 위한 서울 개발 컨센서스(Seoul Consensus for Shared Growth)’와 다년간 행동계획을 채택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단시간 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닦은 우리나라의 성공 경험이 서울 컨센서스를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울러 개발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인 에티오피아, 말라위, 베트남 등 비회원국 개도국들을 개발 워킹그룹 회의에 초청해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서울 개발 컨센서스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정상들이 서울 컨센서스를 ‘아프리카 컨센서스’라고 평가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개발 의제를 다루는 우리나라의 성의에 감동한 아프리카 정상들은 회의 후 이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서울 개발 컨센서스와 다년간 행동계획을 통해 G20 차원에서 개발 의제를 체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처음으로 구축했을 뿐 아니라, G20의 위상 강화에도 기여했다. 지난 1년간 개발 의제 추진 과정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높은 평가를 받은 서울 개발 컨센서스가 G20와 우리나라의 지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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