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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거시경제과장




 

국제사회 중재자로서의 경험이 일천했던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작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크나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내고 재정, 통화·환율, 금융, 구조개혁, 개발·무역 등 5대 정책 분야에 걸쳐 G20 차원의 정책공조 방향과 회원국별 구체적인 정책 공약들을 담은 종합적인 계획인 ‘서울 액션플랜’을 성공적으로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G20의 정책공조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 시각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고, 세계 경제협력의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서 G20 정상회의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액션플랜’은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세계경제가 지속성장해나가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개별국가들이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정책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경우 재정과 금융 부문에서 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건전성 확보와 금융규제 개혁을 위한 구체적 전략과 정책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로 약화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 분야에서도 그동안 추상적으로 제시된 노동·상품시장, 공공 부문, 조세, 녹색성장 등 각 분야별 개혁 과제들을 각국별 실정에 맞게 구체화해 실천적인 액션플랜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우리나라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녹색성장 분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강조해왔던 혁신 지향적 정책들이 각국의 정책 공약에 반영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아울러 각국의 대외개발정책을 후진국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어 구체적인 계획들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선진국과 개도국, 후진국 간에 좀 더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하는 G20의 실천 의지를 재확인했다.
 

서울 액션플랜에서 무엇보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분야는 ‘환율’과 ‘글로벌 불균형 완화’에 대한 정책공조 방향이었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세계 주요 경제지들은 연일 환율과 글로벌 불균형 이슈를 주요 기사로 타전했고, 이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감을 동시에 표출해왔다. 특히 환율 문제는 ‘환율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보호무역주의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이 문제를 놓고 미국, 중국 등 각 회원국들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전략을 세워나갔다. 그러기를 수십 차례, 마침내 서울 G20 정상회의의 사전 회의 성격인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환율 문제는 곧 글로벌 문제’라는 인식에 공감하며 선진국과 신흥국이 공조하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우리는 의장국으로서 글자 한 자 한 자에도 의미를 담아 합의문 초안 작성에 신중을 기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를 토대로 경주에서 합의한 환율정책 공조 원칙을 정상 차원에서 다시금 확인하는 한편, 여기에 추가로 신흥국들이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에 합의하는 더욱 진전된 결과를 낳았다.

이번 합의는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정상들이 직접 약속한 사항이므로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율 논쟁이 불식될 것으로 기대해도 될 만큼 국제금융시장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대한 접근을 ‘양자 간의 환율 조정’에서 ‘다자간의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한 공조’로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불균형 완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를 불균형 완화의 해법으로 주도적으로 제안했으며, 이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중국, 독일 등을 적극 설득해 이 가이드라인에 대한 향후 작업 방향과 일정에 대한 정상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G20 프레임워크의 상호평가 과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열릴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존 과정에 더해서 이번 서울 액션플랜에 담긴 각국별 공약사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일과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중요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귀를 기울이는 이슈 메이커로서, 신흥국과 선진국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잇는 훌륭한 중재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고, 우리나라의 사고의 틀이 확대되는 값진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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