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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G20 국가들이 ‘환율전쟁’을 벌이며 서로 대립했던 협상 테이블의 내용들은 이제 대통령실 기록보관소로 옮겨지게 된다. 이 기념물들을 통해 후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상징적인 사건인 이번 G20 정상회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1960년대 이후 괄목할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에서 열린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대한민국은 G20 의장국을 맡음으로써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무대에서 더 이상 콤플렉스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환율 문제를 둘러싸고 몇몇 국가의 정상들이 팽팽하게 대립함으로써 주요 현안의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알아뒀으면 하는 점이다.

한국은 그동안 개최해온 다른 행사들에 비해서도 큰 도전으로 다가온 이번 정상회의를 매우 훌륭하게 치렀다. 각국 정상들은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의 대접과 환영을 받았다.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인 치안 문제는 폭력시위의 불씨조차 차단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G20 정상회의를 범국민적 행사로 선포했기에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듯 대외적인 부분들은 잘 진행됐다. 그러나 G20 의장국인 한국을 난처하게 만든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다른 정상들 간의 양보 없는 대립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다시 되씹어볼 부분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권해룡 무역국제협력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끈기 하나만으로는 국제회의의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적 사명감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대립 앞에서 빛이 바래고 말았다. 한국의 의지가 어떠한 무역균형 회복 메커니즘도 거부한 중국의 단호한 태도라는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회의는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중재를 통해 최소한의 타협을 이루고 실패라는 평가를 면할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올림픽 유치와 비교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그러한 준비만큼 중요한 것이 정치적 요소임을 이번 회의를 통해 배웠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게 이번 G20 정상회의는 성공적인 21세기형 국가가 갖추어야 하는 필수 조건들이 무엇인지 재조명해보는 기회가 됐다. 이 조건들은 외교능력과 소통, 타협 기술, 국제관계와 동맹관계 발전 추구, 그리고 세계와 타문화에 대한 이해능력 등으로 국제무대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는 한국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들이다.

1960년대부터 한국은 의지주의, 경제성장과 성적주의를 기반으로 성공 신화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양보다 질적인 성장을 바라보아야 할 때다. 오늘날 선진국가들 사이에서는 혁신, 창조성, 열린 마음,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줄 아는 자세와 같은 능력들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미 지구촌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사회를 놀라운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를 보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결산하면서 한국인들은 미래에 대한 열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G20 정상회의의 협상 테이블을 과거의 유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의 상징으로 만들기 바란다.

 

 


G7 이외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해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생각이다. ‘통화, 환율, 경쟁’이라는 세계적 경제 과제의 부상으로 과거의 G20 정상회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이목을 모은 서울 G20 정상회의는 국제정치나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기세를 상징하는 무대가 됐다. 이것에 이론(異論)을 제기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보면서 한국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봤다. ‘서울선언’ 등에 나타난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과에서도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해냈다는 점이 떠올랐다.

세계경제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부터 회복 과정에 있지만 유럽에서의 재정불안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등 그 발걸음은 아직 불안하다. 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의 세계경제는 각국이 자국 경제를 우선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려 했고,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도하는 ‘통화 경쟁’도 불사했다.

그만큼 세계경제는 균형이 결여돼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금융 완화에 대한 신흥국의 불만은 높아졌고 선진국 대 신흥국이라고 하는 대립축이 생겨났다. 이 구도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 G20 정상회의에 부과된 과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정상 선언이나 관련 문서에 담긴 많은 합의사항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신흥국에 환율시장 개입이나 자본유입 규제를 용인한 점이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표방해온 국제 협조의 장에서는 이례적인 합의였다.

의장국인 한국이 미국 등의 금융 완화로 해외 머니의 급격한 유입에 직면한 신흥 각국의 문제의식과 위기감을 헤아리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가교로서 행한 조정의 결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회의는 과거 사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조금도 실질적 의미가 없는 ‘정치쇼’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참가자 사이의 논의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개최국이 ‘성공’이라고 하면 그 내용과는 관계없이 성공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는 G7 이외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며 관념적 의미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의미가 더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세계경제의 불균형 시정이라고 하는 의제에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합의를 기대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적어도 한 걸음 나아간 것은 틀림없고, 합격점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흥국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그다지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 개입이나 자본규제 용인 등의 합의사항은 자본시장의 안정을 실현하는 큰 성과라고 파악하고 있다. 또한 어느 나라보다도 원 시세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것이 시급했던 한국 자신이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한국을 알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G8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몇 번 개최한 경험이 있는 일본을 비롯한 각국 사람들의 눈에는 솔직히 말해서 서울 G20 정상회의가 ‘요란하다’ ‘야단스럽다’라고 비춰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기세 있는 한국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국인에게 가볍게 말을 걸자’ ‘외국인과 부딪치면 반드시 사과하자’ 등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에 맞춘 매너 캠페인도 벌였다고 들었다. 호텔 종업원, 회의장 직원, G20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일반시민 등 모든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에 즈음해 한국은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다. 지금 그 목표에 근접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은 한국의 책임도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이제 일본이나 중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을 때와는 달리 ‘한국은 신흥국이기 때문에’ ‘한국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라는 변명은 통용되지 않는다. 온실효과 가스 배출 삭감 등 세계적 분야의 모든 과제에서 한국은 지금 이상의 의무 이행과 부담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 한국은 ‘세계의 중심국가’로서 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진가가 발휘돼야 할 시점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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