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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지난 9월 28일부터 3박4일간 러시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 간 주요 현안과 한반도, 동북아 지역 및 세계 정세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양국 정상 간에 긴밀한 교류를 지속하고 정부·의회·공공 및 민간 부문의 여러 수준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1990년 9월 ‘노태우 정부’ 때 정식 수교를 맺은 후 18년간 한국과 러시아는 경제분야에 치우쳐 관계를 이어왔다면, 이제부터는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안보·교육·문화·과학까지 아우르는 단계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한·러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남북관계 등 한반도 주변의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령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협의채널로써 양국 외교 당국 간 제1차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한·러 포럼 등 기존의 양자협의채널을 활성화하고 문화·학술·청소년·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사증 발급 간소화 등 관련 법적 기반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으며, 정보교환 촉진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자원·에너지 및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심도 있는 협력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양국 간 협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외연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두 정상은 가공·첨단기술·에너지·천연자원 개발 분야에서도 협력을 촉진해 나가기로 했으며 나노기술, 정보화, 원자력에너지, 우주개발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소형위성발사체(KSLV-1) 개발에서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러시아 국제우라늄농축센터(IUEC) 구상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서캄차카 해상광구 등 러시아 연방 내 해상광구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양 정상은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협의와 협력을 강화해 9·19 공동성명의 목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조속하게 실현하기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사업이 국제 교통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사업을 위해 양측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해운 협력 확대를 위해서도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한·러 간 관계가 격상되고 외연이 확대된 것 외에도 우리나라로서는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실리를 챙긴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빠르면 2015년 이후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 이를 위해 국영가스회사인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은 두 정상이 참석한 자리에서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두 정상은 우리나라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간 최소 750만톤의 천연가스를 30년간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앞서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러시아 국경에서 북한을 통과해 우리나라로 연결되는 가스배관 건설을 공동연구키로 했다.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0년경 최종계약이 체결되고, 2015년경 우리나라에서 한·러 간 천연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이와 함께 두 정상은 극동지역에서 LNG 액화플랜트 사업,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양국 기업이 공동으로 가스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러시아로부터 도입 예정인 천연가스 750만톤은 우리나라 총수요의 20%에 달하는 물량으로, 국내 1250만 가정이 1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규모이다. 두 정상이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기존 중동·동남아 위주이던 천연가스 도입원을 러시아까지 다변화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가 가능해졌다. 또한 러시아 동부지역의 통합가스공급체계(UGSS·Unified Gas Supply System)와 직접적으로 연계됨으로써 향후 개발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동시베리아 자원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측은 “이번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사업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동부가스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양국 간 구체적인 천연가스 도입방안 협의를 개시한 이후 6개월여 만에 이룩한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동부가스계획’은 극동·동시베리아 가스전 개발·공급·수출을 위한 장기종합계획이다.

게다가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배관에 대한 한·러 공동연구와 연계해 북한과 다양한 경협사업을 모색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연가스 배관이 건설될 경우 한국·러시아·북한이 ‘한·러·북 3각 경제협력’을 실현하고 동북아지역의 안정 및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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