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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발생한 지진 참사 현장에 파견돼 구조활동을 벌였던 한국의 중앙119구조대가 5박 6일간의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23일 귀국했다. 구조 경력 5년 이상의 최정예 대원 41명으로 구성된 119구조대는 매몰자 탐지기, 내시경 카메라, 인명 구조견 등 매몰자 탐색을 위한 첨단장비를 갖추고 쓰촨성 스팡시에 파견돼 인명구조 활동을 펼쳤다.


중앙119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인 곳은 쓰촨성 스팡시 잉화진 홍달석유화학공장 인근. 구조반은 16일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바로 스팡시로 이동해 중국측 구조반과 함께 현장에 캠프를 설치하고 구조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17일 오전 1시께, 대원들은 통신장비를 설치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마치자마자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진 당시 다수의 화학공장이 파괴돼 아직까지 암모니아 냄새를 비롯한 유독가스가 진동하고 있어 구조는 순조롭지 않았다. 잉화진에서는 다수의 화학공장이 지진 당시 유독성 가스를 배출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총 41명으로 구성된 구조대는 8명씩 4개조로 나눠 생존자 구출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탐지견 2마리와 지중 음향·음파 탐지기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수천 평방미터에 이르는 화학약품 제조공장과 직원 숙소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는 작업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사체 1구를 발굴했다. 그러나 이때는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100시간이 경과한 시점. 대원들은 사실상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는 점을 알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대원들은 휴식시간 1~2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현장 수색과 구조 작업에 보냈다고 김영석 대장은 전했다.

현장 투입 첫날, 구조대는 40~50대 남자 3명과 여자 2명 등 모두 5구의 시신을 수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가운데 직원 숙소에 묻혀 있던 시신 옆에서 살아 있는 개 한 마리가 발견돼 생존자를 구조할 가능성에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여진 가능성 등 곳곳에 위험
1995년도 삼풍 백화점 붕괴 당시 생존자를 구조해 낸 경험이 있는 14년차 베테랑 소방관 양영안(39) 소방교는 “지진이 발생한 지 5일이 지났고 피해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생존자를 구조해 낼 가능성이 낮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학비료 공장과 창고가 육중한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있었으며, 가스 배출용 굴뚝은 가운데가 금이 가 당장이라도 여진이 발생할 경우 무너져 내릴 정도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구조대 또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시신이 4구 이상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제조공장 안에는 “암모니아 가스 냄새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 대원은 고충을 토로했다.

구조대는 구조작업을 시작한 중반 이후부터는 공장에서 반경 5㎞ 인근 두 군데 마을에서 매몰된 희생자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실종 추정자 31명 중 4명을 제외한 27구의 시신을 발굴, 유족들에게 인계했다.

이석철 첨단장비팀장은 “너무 늦게 구조가 시작돼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유족들이 고마워하는 것과 위험한 지역에서 대원들이 불상사 없이 활동을 마칠 수 있게 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존자 구조는 실패했지만 중앙119구조대는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단식이 있었던 지난 5월 22일 중국 쓰촨성과 청두 지방 정부는 우리 구조대에 감사의 뜻을 담은 기념깃발을 전달했다. 무엇보다 암모니아가 대규모로 유출돼 유독가스가 새어 나오고, 방사능 유출 가능성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계속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특히 피해현장에서 야영하며 헌신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인 우리 구조대는 중국 CCTV, CNN, BBC 등 현지 내외신들로부터 `모범 구조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19구조대로써 이번 중국 대지진 참사를 통해 외교 사절단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김영석 구조대장은 해단식에서 “실낱같은 희망으로 삶의 의욕을 유지하고 있는 실종자들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면서 “인민해방군과 중국 구조대가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내 실의에 빠진 유족과 중국 인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1995년 이래 9차례 해외 현장 출동
김 대장은 “재난 재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이 더욱 심기일전해 새로운 나라, 더 희망찬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앙119구조대는 지난 1995년에 창설된 이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중국 쓰촨성을 비롯해 9차례 해외 지진과 해일 피해 현장에 출동한 바 있다.

한편, 사이클론으로 피해를 입은 미얀마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소방관과 재난 담당 공무원들이 인명 구호 훈련을 받기 위해 지난 5월 19일 우리나라를 찾아 5일 동안 교육을 받았다. 미얀마 등 아시아 6개국에서 찾아온 소방관과 재난 담당 공무원 11명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중앙119구조대에서 지진, 태풍, 해일, 폭발 등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매몰된 사람을 구호하는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갔다.

김영석 구조대장은 “아시아에서 재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당사국의 요청이 오면 우리 구조대는 24시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 몇 년 전부터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구조 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구조활동은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민간 외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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