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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특기란에 ‘주차’라고 썼는데, 그걸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뽑아주신 것 같아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만난 이동신(27) 씨. 그는 같이 인터뷰에 응한 김형준(24), 문나영(23), 이상지(19) 씨와 함께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선발한 민간 의전 지원요원들이다.

준비위원회는 지난 7월 26일 서울 G20 정상회의 국별 의전연락관(DLO·Delegation Liaison Officers)을 도울 민간 의전 지원요원 최종 합격자 57명을 발표했다. 이 씨 등은 지금부터 11월 11, 12일 서울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까지 활동하게 될 제1그룹 소속 민간 의전 지원요원(총 30명)들이다. 나머지 제2그룹(총 27명)은 서울 G20 정상회의 직전 3주 동안 활동하게 된다.
 

민간 의전 지원요원들은 의전연락관을 도와 의전과 각종 행사 등 참가국의 모든 요청사항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는다. DLO란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국별 대표단을 전담하는 현직 우리나라 외교관들. 참가국과 국제기구에 각각 3~5명씩 배정돼 방한 일정과 방한 중 담당국가 정상과 배우자의 전 일정을 조정하고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맡는 민간 의전 지원요원이 정말 주차를 잘해서 선발됐을까. 실은 이 씨의 ‘너스레’다. 부모님이 대기업 해외주재원이어서 14년간 외국에서 살았다는 그는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에서 회계와 재무를 복수 전공하고 올봄 졸업한 ‘글로벌 인재’다.

준비위원회가 이번 선발을 위해 3차 심사를 실시한 결과 합격자들 다수가 영어 외에도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등 G20 회원국 언어에 능통하며 국제회의 참가 및 국제기구 근무 경험이 있는 20, 30대 인재들이었다.

이 씨는 2008년 워싱턴에서 첫 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차를 운전했던 인연으로 G20 정상회의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성장하다 보니 한때 나 자신이 누구인지, 한국인인지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02 한일월드컵 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인이란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그때의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우리나라의 중요한 행사에도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김형준 씨는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하고 올가을 연세대 국제대학원 입학이 확정됐으나 휴학을 불사하고 민간 의전 지원요원 활동을 하게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서 2007년 두 달 반가량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한 김 씨는 스포츠외교 분야에 관심이 많다.

“제 전공을 국제무대에 접목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에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이화여대 국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문나영 씨 역시 한 학기를 휴학하며 열정적으로 민간 의전 지원요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e메일로 최종 합격자 발표를 했는데 저는 사실 1차 서류심사 통과 때가 제일 기뻤어요. 실력이 쟁쟁한 분들이 서류를 제출해서 서류심사 통과가 어렵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문 씨는 주변 친구들 중 몇몇이 해외여행을 갔다가 민간 의전 지원요원 면접을 하기 위해 중도에 귀국하는 등 대단히 열성적인 지원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제 전공이 국제법과 국제관계학이어서 G20 정상회의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이번 기회에 제 힘이 보탬도 되고 저 역시 외교무대에서 활동하는 경험을 쌓고 싶어요.”

‘연세대 국제학부 10학번’인 이상지 씨는 이번 민간 의전 지원요원 중 최연소자로 유일한 ‘10대’다. 역시 올 2학기를 휴학했다.

“지난해까지 고등학생으로 국제 이슈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입 수능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국제 이슈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어요. G20 정상회의가 중요한 국제 이슈를 다루는 데다 지난 10년간 저의 ‘롤 모델’이었던 손지애 전 CNN 기자가 G20 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지원하게 됐어요.”

마침 이 씨가 면접관으로 만난 사람이 손 대변인이었다. 그래서 면접 자체만으로도 무척 기뻤다고 한다.

이번에 선발된 민간 의전 지원요원들은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위해 G20 정상회의에 관한 내용을 공부했으나 정작 면접에서 중요했던 것은 지식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팀워크와 융화를 중시하는 사고, 국빈을 맞아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이를 널리 알릴 자질, 상황 대처 능력이 면접에서 당락을 결정지은 요소였다.

“제가 앞으로 뭘 하든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의 역할은 작지만 언젠가 국제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며 한국을 대표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4명 중 ‘맏이’ 격인 이동신 씨의 믿음직한 다짐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렇게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며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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