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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설 연휴 기간 일본에서 의미 있는 판결 하나가 나왔다. 도쿄도 지방법원이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와 국기인 히노마루(日の丸)에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전직 교사 및 교직원 12명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도쿄지법은 이들에게 1인당 약 210만엔(1800만원)씩 모두 2760만엔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판결을 담당한 나카니시 시게루 판사는 “도쿄도 교위가 규정 위반에 너무 큰 비중을 두는 바람에 재량권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극우 논객 출신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이끄는 도쿄도 교육위는 지난 2003년 각 학교장에 지침을 내려 모든 교사가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가 제창을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도쿄도 교위는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서 일장기에 기립하지 않았으며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년 후 재고용 대상에서 이들을 배제했다. 그렇게 징계를 받은 이가 무려 300여명에 이른다.
일각에서 국기와 국가가 일본을 군국주의 시절로 되돌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음에도 대다수 법원이 배상금 청구소송을 기각한 전례에 비추어, 더욱이 사흘 전인 지난 2월 4일 가나가와현 교육위원회가 앞으로 졸업식 등에서 기미가요 제창 시 기립하지 않은 교직원 명단을 보고토록 교장에게 지시하는 방안을 승인한 시점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도쿄도 교위 교사 징계 300여명
요즘 일본 교육계는 3월 각급 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기미가요 제창 시 교사들의 기립 거부 문제를 둘러싼 이슈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기립 거부 교사에 대한 보고를 중지할 것을 요구해 온 한 교사가 “가나가와현의 결정이 개인정보 보호심의회 판단의 중요성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법적 수단도 불사하겠다”고 항의하고 나선 시점이다.
묘한 것은 2월 7일 판시에서 나카니시 판사가 설파한 다음 발언이었다. “배상판결에도 불구하고 ‘2003년 지침’은 합헌”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배상은 하되, 제재는 합법적이라는 뜻인데, 이처럼 한 사람의 판사가 상호모순적 판시를 동시에 내릴 수 있다는 건가?
하기는 작년 6월에도 도쿄 지법이 “기미가요 제창 때 일어서도록 강요하는 것은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 소송 당사자로부터 “기미가요를 강제하는 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며 법원은 더 이상 법의 파수꾼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는 개다”라는 날선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쯤에서 일본 학교에서의 국가 및 국기에 대한 경의 문제가 어떻게 이슈화되어 왔는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우선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관해 알아보자.

기미가요는 일본 국가다. 국가를 부르는 게 뭔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천황의 통치시대는 천년만년 이어지리라. 모래가 큰 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가사를 보면 그런 말은 쑥 들어간다. 천황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야말로 군국주의를 염원하는 대표적 문구 아닌가!
흔히 일장기로 불리는 히노마루는 에도시대 말, 일본 항구를 들락거리던 외국 배들과 구분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달으면서 군함을 비롯한 모든 군대가 이 깃발 아래 침략의 나팔을 불었고, 국민들에게도 무조건적 애국심 고양의 수단으로 히노마루를 써먹으면서 기미가요와 함께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패전 후 한동안 대중에서 사라졌던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는, 1985년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총리에 취임한 후 국가와 국기로 부활한다. 그리고 1999년 8월 국기와 국가 문제로 고심하던 한 고교 교장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일본 당국은 ‘국기는 일장기로 한다’ ‘국가는 기미가요로 한다’는 내용의 국기국가법을 제정한다.
문제는 분명코 강제가 아니라는 단서 조항이 있음에도 우익 지도자에 의해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대한 경의가 강제 적용돼 왔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기관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징계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교육 당국의 강제 방침에 저항하는 교사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국가 및 국기에 대한 경의 요구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언행을 하지 않을 권리, 즉 기본 인권에 대한 도전이요 강제라는 것이다.
일본 법원 모순된 판결 비난 일어
2006년 9월 도쿄도 지법도 도쿄도립고교 등 교직원 400명이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국기에 대한 기립과 국가 제창을 의무화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도와 도교육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에 국가 제창 등의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인정해 도쿄도에 1인당 3만엔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기에 대한 기립과 국가 제창을 원하지 않는 교직원에 징계처분까지 하면서 기립과 제창을 시키는 것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나친 조치다. 국기·국가를 자연스럽게 정착시켜 나가자는 국기국가법의 제정 취지에 비춰 제창 등을 강제하는 직무명령도 위법”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원고 가운데 음악 교사에 대해서는 피아노로 국가를 연주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작년 2월 일본 대법원은 입학식 때 기미가요 음악반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한 초등학교 음악 교사가 도쿄도 교위를 상대로 제기한 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반주를 명령한 교장의 직무명령은 사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19조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판결이 피아노 반주에 국한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음악 교사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어떡하란 말인가.
일본 공교육 기관 종사자와 교육 부처 및 지방 교육행정기관 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송 사태를 소상히 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이 속엔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니고 있는 군국주의의 유혹과, 그에 편승한 역사 왜곡 및 과거사 은폐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새 정부가 출범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 물리적 거리만큼 가깝게 지내야 할 소중한 이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일본인, 특히 일본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역사의식을 회복했는가에 대한 판단을 냉철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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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