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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모델 떠오른 美 오스틴·RTP



 

국토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원과 한국지역학회 등 4개 학회는 지난 4월 6일 국토연구원 강당에서 ‘신성장거점, 세종시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악셀 부슈 독일 베를린도시환경계획연구소 이사가 ‘독일 본·베를린 정부 부처 분할과 한국에 주는 교훈’, 윌리엄 데이비드 포터 미국 오스틴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이 ‘오스틴의 발전 경험과 성공 요인’, 마이클 자파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가 ‘미국 RTP의 발전 경험과 성공 요인’, 김영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국토 공동 발전을 위한 신성장거점, 세종시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악셀 부슈 이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독일은 베를린과 본으로 정부 부처가 분할돼 있어 비효율이 크다며 한국 정부 부처가 서울에 계속 있게 되면 독일과 같은 정부 부처의 공간적 분할에 따른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부처가 한번 분할되면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다시 통합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세종시의 매력은 정부 부처 이전이 아니라 경제적 기반, 구체적 기능, 국가적·국제적 맥락 속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리엄 데이비드 포터 부회장이 소개한 오스틴은 미국의 대표적인 교육·과학·첨단산업 도시. 풍부한 일자리, 글로벌 대기업, 우수한 대학과 연구소, 양질의 생활환경, 정부의 조세·신기술 지원 등을 두루 갖춰 미국 내 취업하기 좋은 도시 1위, 청년층 인구의 거주 선호 1위 도시로 꼽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더럼, 채플힐 3개 시 중앙에 위치한 첨단과학기술 연구단지를 일컫는 RTP는 1백70여 개의 세계적 기업들이 입주해 4만2천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미국 내 기업하기 좋은 도시 1위, 공공 교육 시스템 2위의 도시다. 자파타 교수는 RTP의 성공 요인으로 장기비전 및 실천, 모험적 기업가정신 지원 프로그램, 클러스터 형성, 대학의 연구 지원, 신비즈니스 투자 촉진 등을 들었다.
 

김영표 선임연구위원은 “세종시는 산업·대학·과학 기능이 융복합된 신경제발전 모델을 구현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시가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별 특성화와 기능적 연계를 통해 상호 교류하면서 주변 지역과 충청권, 나아가 국토 전체의 공동 발전을 선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세종시 발전 방안에 따르면 고용인구의 대폭 증가로 도시가 다이내믹해지므로 교통체계를 다기능화하고, 정보교류가 원활하도록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스틴의 경우 문화자산이 풍부하고 살기 좋은 생활여건 때문에 빠르게 발전했다며 세종시도 문화, 교육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밖에도 연구소만이 아니라 대기업 본사 유치에도 노력해야 하며, 지역 인재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글·이혜련 기자






 

“서독의 임시수도이던 본은 행정 부처가 대거 베를린으로 이전한 후에 전보다 일자리가 1만 개나 늘었습니다. 유력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하면서 경제 및 외교, 문화 중심지로 재도약했기 때문이죠.” 행정부 이전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이야기다.

악셀 부슈 베를린도시환경계획연구소(TOPOS) 이사는 ‘신성장거점, 세종시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그는 통일 이후 베를린 정부청사의 설계 및 개발 과정에 참여했고, 1972년부터 2005년까지 베를린예술대학 도시설계담당 교수를 역임했다.

부슈 이사는 독일 통일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정부 부처 분산의 비효율성을 지적해온 인물. 지난해 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들이 독일로 찾아왔을 때도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서라면 행정 부처 이전보다 대학이나 연구소를 옮기는 게 낫다”며 세종시 수정안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번 심포지엄과 기자 인터뷰에서도 같은 의견을 견지했다.

기자가 “중앙 부처 이전 없이는 세종시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세종시 원안 고수론자들의 논지를 전하자 그는 서독의 임시수도이던 본의 사례를 들며 이를 반박했다. 그는 “정부 부처보다는 기업이나 국제기구 등을 유치하는 게 도시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더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하나의 자족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 행정기관 이전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독일의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는 것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1992년 베를린을 수도로 정한 연방협약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의회와 대법원, 14개 중앙 부처 가운데 8개를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부슈 이사에 따르면 본과 베를린 사이를 오가는 공무원들의 출장 횟수가 2006년 한 해 6만6천 회나 됐다고 한다.

그는 “독일 통일 당시 외국 사례를 조사해봤지만 런던, 파리, 로마 등 대부분의 수도에는 정부 부처가 반경 2, 3킬로미터 이내에 모여 있었다”며 “모든 부처가 한곳으로 다 이동한 적은 있어도 독일처럼 정부가 쪼개져 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국민들 중에도 부처 분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편이다. 2006년의 한 설문조사 결과 36퍼센트는 “분할 상태가 좋다”고 응답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47퍼센트는 “하나로 다시 합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부처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도 독일은 한번 나뉜 정부 부처를 한곳에 다시 모으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부처 분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2천5백만 유로에 이르지만, 이들을 합치는 데는 더 많은 돈이 든다는 이유로 부처 통합이 지연되고 있죠. 또한 베를린이 너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다른 지역민들의 견제심리도 있어 통합이 쉽지 않습니다.”

그는 “행정기능이 한번 나뉘면 다시 합치는 게 이렇게 어렵다”며 “그래서 부처 이전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요즘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골고루 발전하자는 균형발전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도시를 더 강하게 만들자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예전처럼 모든 지역이 비슷하게 발전해야 한다는 개념은 독일에서도 많이 쇠퇴했다”고 소개했다.
 

글과 사진·유재동(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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