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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선진화에 대한 일부 부처기자들의 반발 뒤에는 그동안 편리하게 이용해오던 ‘우리들만의 상주 공간’(부처별 기자실)이 사라지고 ‘구시대적이고 특권적인 취재방식’(사무실 무단출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는 과거의 잘못된 취재관행이 언론환경과 우리 사회에 어떤 폐단을 가져왔으며, 앞으로 취재지원과 운용방식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않은 채 과거의 잣대에 의한 기득권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으로 인해 ‘합리적 절차를 통한 취재방식’이 언론에서는 취재봉쇄로 둔갑하고, 약속에 의한 대면취재 등이 가능한데도 마치 공무원 취재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으로 오도한다.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와 정책기사의 품질은 사회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가 취재지원 선진화를 꼭 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과거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정상화해 우리 사회의 여론과 정보의 품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 브리핑센터 이전 마다할 이유 없다
일부 부처 기자단은 최근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처’(정보통신부) ‘민원소지가 많아 언론감시가 필요한 부처’(건설교통부) ‘내용자체가 어려운 부처’(과학기술부) 등의 이유를 들어 고립된 개별 부처 기자실을 고집하려 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오늘날처럼 이해관계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정부 정책을 다루는 기자는 한 부처 기자실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모든 정책이 여러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되고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정책에 대해 정확하고 분석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부처 기자실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책의 현장을 발로 뛰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복잡한 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숨어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정보통신 담당기자는 부처기자실을 떠나 IT기업과 신기술 연구자들을 만나면서 정보를 취득하고, 건교부 기자는 환경부 등 관련부처를 함께 취재하고 주택-교통 정책에 관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품질 높은 기사를 쓸 수 있다.


◆ 다양하고 종합적 취재가능
과거의 부처별 출입처 제도는 편파적이고 단편적인 보도와 닮은꼴 판박이 기사를 양산해왔다. 이는 언론계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기자들이 부처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부처의 브리핑 내용, 이른바 ‘관계자’의 비공식 견해, 기자실 내부에서 오가는 정보 등을 가지고 단편적 기사를 쓰기에 바빴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요구에 응할 수 없다.

개별 부처 기자실 대신 합동브리핑센터가 정착되면 기자들은 자신의 분야에 보다 전문성을 갖게 되고 질적으로 경쟁적인 취재관계를 회복해 심층적이고 다양한 보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폐쇄적 기자단의 장벽에 막혀 정보접근의 기회조차 박탈당했던 신생 매체나 군소 미디어도 평등한 취재 기회를 갖게 된다.

정부와 공직자들도 그동안 ‘기자실’과 ‘기자단 간사’라는 제도에 기대어 적당히 영합하고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던 관행을 접고 보다 완성도 높은 정책과 정돈된 입장을 갖고, 언론은 물론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이 같은 취재방식의 변화를 통해 독자들은 보다 깊이있는 정보로 국가정책을 접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사회에 유통되는 정보와 문제의식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다.






◆ 취재 창구 단일화로 조율된 목소리
익숙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일은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공무원 업무공간의 임의출입이나 주워듣기식 취재로 정부정책에 대한 단편적이고 무분별한 보도가 횡행하는 시스템을 지속할 수는 없다.

사무실 임의출입을 허용하라는 일부 기자단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 건교부 기자단의 주장처럼 부동산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건교부 사무실을 출입하며 단편적인 정보로 ‘신도시 건설 후보지’를 제각기 보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언론에 기사가 날 때마다 땅값이 움직이고 해당 정책의 추진도 어려워지는 등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과거에는 국가 권력으로 시장 통제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합리적 토론과 의견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언론 간의 정보유통 방식도 과거와 달라지는 것이다. 부동산 부문만 놓고 봐도 과거 우리는 정부기관의 대외창구 일원화 시스템 미비와 인식부족, 언론의 과열 속보경쟁이 낳은 수많은 부작용을 경험해왔다.

기자와 공무원이 사전 약속을 하고 사무실 방문과 대면 취재를 한다고 해서 정보접근이 차단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조율되고 책임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 보도를 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언론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일부 언론이 마치 ‘취재접근’을 봉쇄하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과는 달리 취재지원 선진화는 언론의 ‘취재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 정확하고 책임있는 정보 흘러야
대부분의 선진국 기자들은 사무실 임의출입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해진 절차를 거쳐 공무원과 기업관계자를 만난다. 이들이 언론자유에 대한 의지가 약해서, 취재에 게을러서 그런 절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취재원과 언론이 서로 존중해야 할 기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기자 개인의 역량에 따라 공무원을 취재하는 것은 누구도 막지 않고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와 공무원도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더 수준 높은 정책을 만들고, 더 설득력 있게 정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식 브리핑의 수준을 높이고 정보공개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부처별 출입처와 무단출입 관행이 유지됐던 과거보다 더욱 정확하고, 풍부하고, 깊이 있고, 책임 있는 정보가 흐르도록 해야 한다.     

김호섭 국정브리핑 기자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언론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기자들이 담당 관공서로 출근해 기자를 위해 마련된 전용공간에서 하루 종일 머물면서 보도자료를 제공받고, 공무원들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예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기자들이 관공서 내 사무실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공무원들을 취재하는 그런 곳은 더더욱 없다.
오히려 이러한 관계를 취재원과 지나친 유착관계로 여겨서 기자들 스스로 경계심을 표시한다. 언론자유 감시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일본의 기자클럽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 관공서로 출근하는 기자 없어
한국기자들이 정해진 출입처를 중심으로 취재하는 데 비해, 프랑스의 경우 담당 분야 중심으로 취재한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외교부 출입기자는 외교통상부만을 취재하고, 청와대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맡는다.

반면, 프랑스의 외교담당기자는 외교문제를 주로 다루는 대통령궁과 외교부를 중심으로 취재하면서, 외교문제와 관련된 사안을 모두 다룬다. 자연히 행동반경이 넓어져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을 수 없다. 각종 브리핑에 참석하고, 관련 취재원들을 만나고, 정보와 자료를 수집한 후에 신문사에서 기사를 작성한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보도로 프랑스 방송에 청와대 춘추관의 모습이 많이 비춰졌는데, 프랑스 어떤 관공서에도 춘추관과 같은 공간과 시설을 갖춘 브리핑룸은 없다. 미국의 백악관 브리핑룸 역시 청와대 춘추관에 비하면 초라하다.


◆ 기자의 창구는 반드시 대변인
브뤼셀에 있는 EU연합 집행위원회 합동브리핑룸은 테이블도 없는 대학의 원형강의실 같은 모습이다. 기사작성과 송고는 당연히 별도의 장소에서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기자의 창구는 당연히 대변인이다. 관공서가 됐든 기업이 됐든 대변인 또는 홍보담당관을 통해서 취재가 이뤄진다. 
담당 공무원이 해당업무를 잘 알지 모르나, 다른 부처의 입장이나 의견, 정부 차원의 판단 등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처 내, 정부 내 의견들을 종합 검토한 뒤에 공식입장을 대변인이 발표하는 것이다. 부동산 담당 공무원의 검토안이 건교부의 부동산 정책, 나아가 정부 전체의 부동산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논의 핵심은 ‘브리핑 내실화 방안’
예를 들어 시간이 촉박해 홍보관실을 통하지 않고 안면이 있는 프랑스 고위 공무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해도 허락 없이 인터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중히 거절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2006년 가을 유네스코에서 한국관련 행사가 있었는데, 현지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유네스코의 한 직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고용계약서에 업무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인터뷰를 극구 거절하는 사례도 있었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브리핑 내실화 방안’이다. 개방형 브리핑 제도의 성공은 브리핑 내용의 충실도에 달려있다.
브리핑에 나서는 대변인이나 공직자가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기자들의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대변인만이 공식입장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관련정보가 대변인에게 모두 제공되고, 또 대변인은 언제든지 담당관에게 필요한 내용을 문의,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애매한 부분에 대해 대변인이 즉시 담당국장에게 전화로 답변내용을 협의하는 모습도 연출된다.

프랑스 중견 방송기자는 “대변인 브리핑이나 정해진 인터뷰에서 크게 새로운 사실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살아있는 내용을 얻어내려면, 기자들이 더 많은 취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나 이익단체 의견을 듣고,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세미나 등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취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 기자는 외규장각 도서반환에 대한 3분짜리 방송뉴스를 위해 4개월 이상 관련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프랑스 해군성 도서관 자료를 조사했다.

세계편집인협회(IPI)가 한국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국경없는기자회 등 언론자유 보호단체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RSF의 한 인사는 이것은 일종의 ‘암묵적 동의’라고 했다.

세계 언론선진국의 전반적인 기준에 비춰볼 때,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이 언론자유를 제약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브리핑장의 운영방식,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과 공무원 접촉에 대한 기준설정과 같은 기술적인 사항들이 ‘국민의 알권리 제약’, ‘취재의 자유침해’ 등과 같은 정치적인 주제로 발전되어 버린 인상을 받는다.

우리가 21세기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정립이 필요하다. 취재선진화 방안에 대한 논란들을 언론사나 기자들의 이해관계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언론과 정부와의 관계를 새로이 모색하는 계기로 발전시켜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승유 프랑스 홍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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