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1999년 결혼한 장승경(39·자영업) 씨는 호주제 폐지를 환영한다. 아내가 재혼하면서 데려온 아들이 자신과 성이 달라 8년 내내 지속되던 가슴앓이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씨는 5년 전 유치원을 다니던 큰 아이가 어느 날 “아빠, 동생은 장경호인데 나는 왜 김인호야?”라고 물을 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한다. 결혼했을 때부터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성’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했다.

재혼 후 성이 달라 상처 받는 아이들과 부모가 사라진다. 재혼 여성의 자녀들도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됐다. 원하면 어머니 성을 가질 수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일 개인별로 등록기준지에 따라 편제되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구체적 내용을 밝혔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라야 한다’는 민법 조항에 대한 2005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및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된 지 2년여 만이다. 호주제 폐지부터 실시까지 3년이 걸린 이유는 새로운 대체법안 마련과 전산화작업 때문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온 여성계의 요구가 비교적 잘 반영됐다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남성중심의 대 잇기 개념이 사라져 여아낙태, 남아선호가 줄어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았다.
“가족관계기록부에 형제자매나 부모의 사망관계 등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발전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 신분의 보호는 물론 남녀노소 구별없이  자기 기록부의 주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고은광순 씨는 “기존 호주제는 남성 위주의 전근대적 문화”라며 “권력을 가진 거짓말이 법적 뒷받침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성중심의 수직구조, 위계질서가 양성평등의 수평구조, 정의로운 민주사회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적 사라지고 개인별 등록부 작성
경기도 이천에 사는 주부 김원희(38) 씨는 지금 같은 호적제도가 없었더라면 20대를 훨씬 행복하게 지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동생이 둘인 그녀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자신이 닮지 않았지만 한 번도 새엄마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서류를 준비하려 호적등본을 뗐을 때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엄마가 새엄마였고, 막내 동생이 배다른 동생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부모가 자신을 속였고 친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20대를 방황 속에 보냈다.


성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만약 호주제가 없었다면 제가 알 일은 없었겠죠. 그럼 고맙게 키워준 엄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지도 않았을 거고요. 이제라도 바뀌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호적은 출생, 혼인, 입양 등 신분에 관한 모든 사항이 기재돼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되지만 개인마다 하나의 등록부가 작성됨에 따라 불필요한 정보 노출이 없어진다. 가족관계등록부는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3대만 표시한다.

가족사항도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가족관계 특정에 필요한 사항으로 한정한다. 이혼경력은 혼인관계증명서에만 나타날 뿐 가족관계증명서 등 나머지 증명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개인별로 등록기준지를 결정할 수 있고 변경도 자유롭다. 본인은 서울, 배우자는 광주, 자녀는 제주도에 각각 등록할 수 있다.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를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부가 혼인신고 때 협의서를 제출하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협의가 없어도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법원의 성변경 재판을 받아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만 15세 미만 입양자는 가정법원에 재판을 청구해 친양자로 인정받으면 혼인 중 출생한 자녀로 보아 친생부모와의 모든 법적 관계가 소멸되며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다.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는 입양사실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취지 때문에 가족 또는 본인에게도 발급이 제한된다. 미성년 자녀가 입양사실을 알게 돼 충격 받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가정법원의 이혼의사확인서등본을 첨부하면 2명의 증인 없이 이혼신고가 가능하고 호주·친족·동거자 또는 사망 장소를 관리하는 자로 한정되어 있던 사망신고를 사망 장소의 동장, 통·이장도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독거노인이 점차 증가하는 사회적 현상을 고려한 조치다.

 이선민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