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같이 호흡하면서 어떤 이는 걱정을, 어떤 이는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면서 더 나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기대한다. 20년 전의 함성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들불처럼 번졌던 87년 6월 민주항쟁이 이름조차 모르는 시민의 참여가 그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누가 6월을 기억하는가?
그 치열했던 시간도 새로운 세계 질서와 경제 환경, 사회적 패러다임의 흐름에 맞춰 점점 기억 속에서 흐려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현실에 부대끼며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온 지금 돌아보면 오늘의 민주주의가 그 먼(?) 4·19로부터, 6·3, 반독재유신투쟁, 5·18 등등의 역사적 흐름을 거쳐 6월 민주항쟁의 뜨거운 열망으로 이루어낸 것임을 알고 있다.

이제 20년, 어느새 성년으로 접어든 6월 민주항쟁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또 하나의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루는 가치로 인정받게 되었다. 성년이 된 만큼 약관(弱冠)이란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 날을 함께 이룬 우리 모두는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을 더욱 무게 있게 느껴야 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과연 6월 민주항쟁을 기억하는지. 그 6월 민주항쟁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바꾸었는지. 대답은 대부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20년 전의 6월 민주항쟁을 이야기하더라도 그 현장의 가슴 벅차오름과 비장함, 사명감 따위는 그들에겐 없다. 지금 숨쉬는 민주의 공기가 당연한 것이고 처음부터 존재한 것인 양 여길 뿐이다. 어쩌면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했던 ‘민주화’는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즐기고 즐긴 만큼 스스로 책임도 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인식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축제의 열린 광장으로 나가자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결성된 ‘6월민주항쟁20년사업위원회’는 지난 12월 출범, 치열한 내부 토론과 고민을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내일을 향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여러 사업들을 기획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먼저 어린이와 호흡하는 콘텐츠에 그 방점을 찍었다. ‘어린이음반’, 어린이와 함께 하는 ‘가족 마당극’, 어린이들에게 역사를 보여주는 ‘인물로 보는 한국현대사’ 사진 전시회 등이 그러하다. 다음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길을 열고자 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을 직접 겪었던 부모 세대와 자라나는 아이들이 6월 민주항쟁에 대한 의의를 공유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창작 가족 마당극이다. 20년 전, 6월 항쟁을 통해 꽃씨를 뿌리고 지난 20년 동안 꽃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었던 6월 민주의 꽃. 그 6월의 꽃을 활짝 피우고자 한다.

꽃을 피우고 지키기 위한 꽃마을 사람들과, 꽃을 없애기 위한 문어장군의 대립, 그리고 마을사람이 힘을 모아 마침내 노래로 꽃을 피우고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으로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웃음을 부르며 1시간 동안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물론 함께 자리를 지킨 엄마아빠에게는 그 뜨겁고 안타까웠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눈가를 촉촉이 적시게 만드는 감동도 함께 준다.

청중과 호흡하며 넘나드는 연희자들의 연기력에 관객이 함께 박수 치고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어’ 노래 부르는 동안에 어느새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키고 가꾸고 꽃 피워야 할 소중한 가치이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그 시대적 역할을 해내고야 말았음을 감동으로 전달해준다. ‘흔들리지 않게’ 시대적 역할을 해내고야 만 잊혀진 민주화 열정을 되살려 주는 것이다. 또 아이들과 부모들의 새로운 대화의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 즐겁고 재미있게.          

김종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장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올해는 한국사회가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는 역사적 전기가 되었던 87년 6월 민주항쟁 20돌이 되는 해이다. 6월항쟁은 전국적으로 연인원 500만 명 이상이 참가해 20여 일 동안 전개한 반독재민주화 투쟁이었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 자신 6월항쟁에 참여해 승리를 쟁취한 주인공의 하나라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일제의 식민지배, 해방 후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반공과 개발독재 등 매우 불리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진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1960년의 4·19혁명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민주화운동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민주화운동은 1960·170년대 군사정권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과, 1980년대 5공 정권에 대한 격렬한 저항을 통해 전개되고 강화될 수 있었다. 이처럼 지속된 민주화의 흐름은 결국 범국민적 항쟁이었던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마침내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6월 민주항쟁과 이를 통한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는 한국 민주주의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 근대적 민주주의의 제도와 형식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냉전과 권위주의체제에 의해 그 정상적인 작동이 지체되고 왜곡되었던 상황에서, 6월항쟁을 통한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는 그러한 지체와 왜곡을 중단시키고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자면 한국 민주화운동은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고,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은 6월민주항쟁 이후 제3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어온 사례라 할 수 있다.

흔히 민주주의를 이룩한 세계사의 중심은 서구에 있다고 여기지만 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군부권위주의정권이 풍미하던 60년대 이후 세계사 속에서 빛나는 역사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60·70년대 세계 전체를 통해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제3세계 많은 나라들에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희망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자랑스러운 민주화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견결성과 지속성이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민주화운동,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는 지속적인 도전을 통한 내재적 심화와 함께 세계화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民) 차원의 운동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이 같은 과제를 실현하는 길의 하나는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정신에 분명히 담는 것이다. 1960년의 4·19혁명으로부터 본격 시작되었던 민주화운동과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던 1987년의 6월항쟁은 한국 민주주의 초기 내용을 정초했다는 점에서 그 경험과 정신은 헌법 정신에 반영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6월항쟁의 결과로써 탄생한 1987년의 헌법조차 그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1987년의 헌법전문이 4·19민주이념의 계승과 민주개혁의 사명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언급만으로 한국 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표현하기에는 약하다. 따라서 언젠가 헌법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를 올바로 다시 세웠던 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의 경험과 정신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민주화운동과 6월민주항쟁은 국가에 의해 좀 더 체계적으로 기념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4·19혁명과 5·18항쟁에 이어 6월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주화운동의 국가적 기념을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민주화운동 기념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정신은 독립정신과 더불어 한국 민족의 수난과 극복사를 표현하는 근간이다. 해방 전까지 민족의 운동사를 독립기념관이 포괄하고 있다면 민주화운동 기념공간은 해방 이후 한국 민주화운동사를 포괄하는 공간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독립기념관이 건립된 지(1987년) 오래고, 한국전쟁을 기념한다는 전쟁기념관이 만들어진(1994년) 것 또한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 민주화운동 기념공간 문제는 2001년에 통과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기념공간 건립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6월민주항쟁 20년을 앞두고 6월 10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기념공간 건립 문제 역시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정신은 본래적 특성상 국가를 넘어 사회적으로 구현되고 확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새로운 세대에게 보다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단지 과거 진행된 사건의 피상적 전달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이 추구했던 가치를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는 곧 민주주의의 내재적 심화를 지속시켜 나아가는 기본적인 바탕을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 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평가에 걸맞은 새로운 시야를 갖추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한국의 경험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려운 시절 우리를 향해 지원의 손길을 보냈던 것에 대해 화답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더 넓은 차원에서 보자면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민주사회로 나아가도록 함께 노력해가는 연대의 장에서, 20년 전과는 달라진 우리에게 주어진 보다 많은 책임을 감당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6월항쟁의 목표를 향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길이며, 6월항쟁의 기본정신인 동시에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 평화와 통일의 과제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