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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호>국민의 생각 어떻게 바뀌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협상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들이 올들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응답자들의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월 27일 세계일보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찬성 49.2%, 반대 29.1%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이는 계속 이어져 2월 3일 한겨레신문과 리서치플러스의 조사에서는 찬성이 44.9%로 반대 44.6%에 앞섰다. 이어 SBS, 중앙일보, 14개 지방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 10일부터 13일까지 19세 이상 성인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43%.

일반인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FTA 찬성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후 처음이다.(찬성 54.6%, 반대 45.4%)  


반대 여론 지난해 7월 이후 하향세   
반대 여론은 국민들의 한·미 FTA에 대한 올바른 인지에 힘입어 지난 7월 말을 정점으로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미 FTA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2006년 연내 타결을 공언했지만, 한·미 양국의 지루한 밀고 당기기 협상으로 진전시키지 못한 채 해를 넘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형국은 오히려 조속히 협상이 끝날 경우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안순권 박사는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 경제에 유리하게 타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각종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3차 협상 이후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9월 29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3명 대상)에서는 찬성 45.1%, 반대 41.1%로 나타났고, 같은 시기에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에서도 찬성 48.8%, 반대 42.3%로 나타났다.

이후 10월 3일 KBS와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서 찬성 45.6%, 반대 46.6%로 역전됐으나 4차 협상 이후 실시한 코리아타임스와 미디어리서치 조사(10월 28~29일)에서는 다시 찬성이 45.8%로 나타나 43.8%의 반대를 앞섰다.








협상 진행되며 찬성률 높아져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4차 협상부터 양쪽의 이견을 좁혀나가기 시작하면서 협상 가속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 진전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반대하던 응답자들이 상당부분 ‘협상을 진행하되 더 신중한 태도로 임하라’는 당부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런 가운데 중·고교 일선 교사들은 한·미 FTA를 둘러싼 일부 과격시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중·고등학교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한·미 FTA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본 결과, 한·미 FTA 관련 반대집회에 대해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43.8%로, ‘평화적’(5.8%)이라고 응답한 사람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한 이 시위양상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사들 가운데 48.5%는 ‘한·미 FTA는 무조건 나쁘다는 편향을 심어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월 14일 워싱턴D.C. 전날 내내 내린 눈이 그쳤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드셌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한국 측 수석대표의 얼굴은 밝았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바깥 날씨는 차갑지만 협상에는 봄기운이 넘쳤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 섬유, 농업 등 핵심쟁점을 타결하지는 못했으나 나름대로 목표했던 성과는 달성했기 때문이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미 양측은 협상의 적기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상호 확인했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도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진전’을 이루었고 이번 협상은 지난해 6월 협상 개시 이후 가장 성공적”이라고 화답했다. 커틀러 대표는 “비록 오늘 발표할 큰 돌파구는 없으나 우리는 지금 전진을 위한 분명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가 없어 보이지만 물밑 작업은 원활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6월 5일 첫 협상 이후 일곱 차례 진행된 한·미 FTA 협상은 물꼬가 터지기 직전의 마른 땅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심한 갈증과 함께 기대감으로 꽉 차 있는 상황이다.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등 핵심쟁점에 대해서도 양측 수석대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절충안을 모색했다. 이제 각자 돌아가 8차 협상이 열리기 전까지 협상타결을 이루기 위한 노력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 대표는 그러나 낙관은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지켰다. 김 대표는 “타결이 임박했다거나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양측은 협상기간 동안 19개 분과회의(2개 작업반 포함)에서 일반현안과 쟁점에 대한 ‘가지치기’(합의안 도출)에 주력했으며 분과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미국의 자동차 관세인하, 반덤핑 절차 개선, 우리측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및 의약품 분야 제도 개선 등은 수석대표 간 협상에서 집중 논의했다.

지난 6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경색됐던 양측 간 분위기가 이처럼 타결의지를 강하게 띠게 된 배경에는 한·미 양국 정상의 독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순방 중이던  2월 14일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양측 대표단이 융통성과 적극성을 갖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적기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서로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
 

물밑작업 원활… 걸러내기 결실
7차 협상에서 양측 협상단의 가장 큰 성과는 양보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내고 양보가 어려운 내용에 대해서는 쟁점을 체를 치듯이 걸러내는 데 성공한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분과는 추가 회의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논의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경우 소프트웨어 등 전자적인 거래에 대한 무관세 적용 등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추가 협상이 필요 없게 됐다.

상품무역 분과도 미국 측이 브라운관 컬러TV와 세탁기 등 모두 216개 품목(수입액 5억4000만 달러)의 관세 양허안(개방안)을 개선하는 한편 우리 측도 67개 품목(수입액 4억 달러)의 관세철폐 이행시기를 앞당겨 미국의 자동차 관세 등 수석대표급에서 다뤄질 품목을 빼고는 대부분 합의에 도달했다.

노동, 환경 분과 등 다른 상당수 분과들도 분과차원을 뛰어넘는 고위급이 판단할 쟁점만 남겨둔 상황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등은 분과 차원의 협상에서는 결실을 맺기 어렵다.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등 핵심 쟁점은 이미 실무선을 떠나 수석대표급이 사실상 협상의 주체가 돼 마무리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분과회의에서 체 치기 작업을 통해 걸러낸 쟁점들은 수석 대표급으로, 수석대표 간에 조율하지 못한 내용들은 더 윗선으로 넘기게 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압축된 쟁점들은 양국 정부 간 ‘빅딜’에 의해 협상을 일괄 타결하게 된다.
  






양국 민감한 분야 빅딜 결단 가능성
이에 따라 3월 8~1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8차 협상을 앞두고 두 나라 간 고위급 협상이 줄을 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무역촉진권한(TPA)이 만료되기 3개월 전인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려는 노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월 2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수전 슈와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을 갖고 절충안을 조율했다. 이어 이달 5~6일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과 리처드 크라우디 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도 미국에서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을 갖고 쌀을 포함한 민감 농산물과 쇠고기 문제 등을 논의한다. 비슷한 시점인 3월 6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FTA 현안을 논의한다.

고위급 회담이 잦아진 배경에는 두 나라 정부의 굳은 타결 의지가 있다. 이에 따라 8차 협상에서는 한·미 FTA의 빅딜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만일 8차 협상이 성공적인 결실을 얻는다면 오는 4월 초 전에 양측 간 가서명이 이뤄진다.                      

권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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