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 1월 19일 서울 신라호텔. 한·미 FTA 6차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자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의 얼굴은 밝았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고 성과를 밝혔으며, 커틀러 수석대표는 이에 대해 “이번 주에 우리가 이뤘던 중요한 노력을 잘 설명해주는 새로운, 강렬한 분위기가 있었다”며 화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1. 15~1. 19)에서는 이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등 3대 핵심쟁점을 제외한 여타 분야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
양국은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분야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상품무역 분야에서 1026개 품목(한국 569개, 미국 457개)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합의하고 관세철폐 유예를 의미하는 ‘기타’ 항목의 품목 가운데 50%를 10년 내 관세철폐로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국책금융기관 중 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정부기관으로 간주해 FTA 협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두 나라는 협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7차 협상 전까지 실무선과 수석대표급, 그 이상의 고위급 차원에서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다음 협상까지 처리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으며, 이견을 좁히기 위해 각자 조정 작업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민감한 문제에 접근하고 협상 막바지에 이를수록 조심스러워지는 법이며 지금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무역구제, 농업, 섬유 등 핵심 쟁점에서 두 나라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측은 이달 7차 협상에서 일괄 타결을 시도한다는 계획인데, 변수가 많다. 우선 무역구제 분과에서 당초 목표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무역구제에서 얻는 게 적다면 자동차와 의약품을 조금만 양보해도 되겠지만 가장 역점을 뒀던 분야인 만큼 실질적인 이익을 챙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

‘히든카드’ 충분히 있어
농업과 섬유 등 양측의 민감성이 큰 분야는 개방 대상과 시기에서 입장 차이가 여전하다. 서비스 분과도 방송과 통신 시장 개방, 전문직 상호자격인정 문제 등 곳곳에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7차 협상에서 타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최종합의는 내달 열리는 7차 협상에서도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혀 8차 협상 개최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고위급 회담을 통해 상대방의 ‘히든 카드’는 충분이 읽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실례로 우리 측은 수석대표간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세제개편과 관련해 △특별소비세 인하 △자동차세 가격기준 부과 △지하철 공채 폐지 등의 방안을 제시해 미국의 최종 입장정리를 요구했다.
우리 측은 또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5차 협상에서 제시한 반덤핑 절차 개선 등 6개항 대신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며 미국 측에 “수용 여부를 조속히 밝히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와 관련,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돌아가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숙제를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갖고 있다”며 “숙제의 상당부분은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차 협상에선 양국이 요구사항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고 ‘빅딜’ 등을 통한 일괄 타결을 모색할 확률이 높다. 또 협상 결과 100% 합의엔 이르지 못하더라도 상당수 핵심쟁점이 정리되면 오는 3월께 8차 협상을 열어 마무리짓는 방안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미 FTA 협상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이라는 암초에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표면상 한 치 양보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앞으로 협상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시장이 충분히 재개방되지 않으면 한·미 FTA 없다”며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와 FTA를 연계할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지난 1월 22일 “7차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쇠고기 협상에 관한 의제에 합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 의회가 조지 부시 행정부에게 한국의 쇠고기 재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의회까지 나설 만큼 쇠고기 시장의 완전 개방이 중요한 선결과제다. 실제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등 미국 상원의원 11명은 지난 1월 17일 이태식 주미대사를 의회로 불러 “한국 정부가 미세한 뼛조각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미국 쇠고기 전체를 수입 불허한 것은 정상적인 교역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라며 조속한 시정을 요구했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쇠고기 검역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것인 만큼 FTA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FTA가 아닌 별도의 협의채널에서 실질적인 시장 개방이 이뤄지도록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다듬으면 된다는 것이 우리 측의 반응이다.
게다가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1월 24일 뼛조각이 나온 미국산 쇠고기 3차분 수입물량 1~2톤 전량을 부산항을 통해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선적조치를 취했다.
검역원 관계자는 “수입된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오면 무조건 반송 조치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먹을거리를 놓고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1·2·3차분 물량을 모두 반송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제7차 협상 전에 ‘쇠고기 분쟁'을 타결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미국측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뼛조각 카드를 먼저 버리지는 않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의도에 말려 들지 않기 위해 FTA 협상 테이블과는 별도로 위생 검역 전문가들로 꾸려진 기술협의회에서 쇠고기 수입 규정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열릴 양국간 쇠고기 검역 기술적 협의가 한·미 FTA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촌에 지역무역협정(RTA)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이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무역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발표한 ‘2006년 주요국의 지역무역협정 추진동향 및 2007년 전망’에 따르면 세계 각국들은 올해 안 모두 19건의 RTA가 연내타결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지역무역협정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이 6.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5년 칠레와의 FTA발효로 0.6%에 머물렀던 RTA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은 지난해 3.5%로 증가했다. 싱가포르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 등이 발효되면서 늘어난 것이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태국을 제외한 ASEAN 국가들과의 FTA 상품무역협정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 협정을 포함하면 RTA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은 9.9%로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미국과 일본, 칠레,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교역비중 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RTA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이 5.6%였던 일본은 올해 필리핀 등 4개국과의 FTA 발효로 교역비중이 10.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36.4%)과 중국(10.7%) 등 주요 교역국들도 우리보다 비중이 높다.
지구촌에는 올해 안 타결을 목표로 올해 19건의 RTA 협상이 진행되고, 10건의 협상이 새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연구소 정재화 FTA팀장은 지난 몇 년간 세계 주요국의 RTA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은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한국은 자연스럽게 ‘동북아 FTA 허브’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도쿄대 이토 모토시게(伊藤元重) 교수는 “한·중·일이 직접 FTA 협정을 논의하는 것은 상호 입장 차이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며 “그 것보다 한·미 FTA를 타결하는 것이 동북아 FTA에 더 강한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 미국이 연결된 2조 달러의 통합시장에서 밀려날 수없는 일본과 중국이 한국과의 FTA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이토 교수는 내다본 것이다. 이 경우 국제 유수 기업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한국으로 밀려들어 올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권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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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