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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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민생법안이 국회에 발이 묶일 경우 어떤 피해가 돌아올까. 노인수발보험법의 사례를 들어보자.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영환(45·강원 강릉시 교동) 씨는 지난 6월부터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충격으로 아버지가 덜컥 치매에 걸린 것. 평소 하지 않던 이상한 행동뿐 아니라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하는 탓에 누군가가 꼼짝없이 붙어 있어야만 했다.
아내와 함께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처지인 정씨는 집안에 혼자 남겨둔 아버지 때문에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장사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집과 식당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해야 했기에 생업에 전념할 수 없었던 것. 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함은 물론 장사도 영 시원치 않았다. 앞이 캄캄하던 정씨에게 어느 날 한줄기 빛이 날아들었다. 바로 노인수발보험제도였다.
요즘 그는 흐뭇하다.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의 경우 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하루 6500원 정도를 부담한다. 한동안 고심하던 두 가지 문제를 저렴한 비용으로 한꺼번에 해결했다.
“아내와 함께 분식점을 꾸려가랴,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신 아버지를 돌보랴. 무척 힘들었다”는 정씨는 “노인수발보험이 수개월 동안 잃어버렸던 우리 가족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됐다”고 들려준다. 그는 “아버지가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수 없겠지만 자식들이 일터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랜 병 수발에 효자 없다’
노인수발보험제는 중풍·치매 등 노인성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가사지원과 간호, 전문요양시설 입원, 주·야간 보호 서비스 등이 이 제도의 핵심내용이다.
노인수발보험법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 국회에서 발목이 묶인 상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4년 실시한 노인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발을 받아야 할 노인 중 63%가 전혀 수발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오랜 병 수발에 효자 없다’란 말이 있듯이 노인질환자 수발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그에 따른 가정파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보건복지부 장재혁 노인요양제도팀장은 “노인수발보험제도에 장애인 포함 여부, 관리운영 주체 결정 등 몇 가지 쟁점이 있긴 하지만 2008년 전면시행을 감안해 올해 안에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현재 노인수발보험제는 광주 남구를 비롯해 수원, 강릉, 제주 등 8개 지역에서 지난 4월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노인수발보험법이 통과돼야 2008년 7월부터 전면시행이 가능하다.
“민생법안 조기 처리” 중론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법안 처리가 단골메뉴로 입에 오르내린다. 특히 줄줄이 대기 중인 민생·개혁 법안들이 ‘행복한 외출’을 바라는 것은 17대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해여서 국회 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참여연대 권오재 간사는 “내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잡혀 정기국회에서 많은 민생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임시국회를 통해 올해 안에 민생법안들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처리해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생법안 처리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박순우(49·전남 순천시 연향동) 씨는 “모든 법안이 적기에 시행돼야 효과가 높을 게 아니냐”고 반문한 후 “특히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생법안은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식 법안 처리를 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박정숙 씨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많은 법안들이 있겠지만 어렵게 살고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민생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조금이나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사회안전법안 중에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통과가 관심사다. 그동안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제도적 장치 취약, 보상 수준이나 범위와 관련된 전국적인 단일기준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홍보실장은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운용하는 학교안전공제회의 경우 보상범위와 보상액이 미흡해 학생과 교사, 학교 모두가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돼 안타까웠다”며 “빠른 시일 안에 법안이 통과돼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교육공동체가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이 올해 안에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이들 법안이 가까스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연내에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개방형 이사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학법 개정안과 함께 사법개혁법안의 처리도 난항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정기국회가 회기를 모두 마쳤지만 12월 12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무려 2960건. 이러한 현상은 예년에 비해 보기 드문 경우로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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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공방보다 법안 처리 전력해야
본회의에서 처리한 법안 수와 통과율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2월 임시국회부터 지금까지 본회의에 상정한 631건의 법안 중 처리된 안건은 255건에 불과, 통과율은 40.4%에 그쳤다. 지난해엔 올해보다 300건 가까이 많은 931건이 본회의에 올라 441건을 처리함으로써 통과율이 47%를 넘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3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신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고,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국회가 일 좀 했으면 한다”고 자탄하기도 했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이처럼 국회의 법안 처리가 미진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법제처 송상훈 사무관은 “각종 개혁 법안이 늘어나면서 올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올해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정부법안은 290건 정도”라고 밝혔다. 송 사무관은 “임시국회를 통해 올해를 넘기지 않고 더 많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부처별로 효율적인 정책을 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박균성 법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 소장 지명, 사학법 개정 등에 따른 정당 간 갈등으로 국회가 제대로 작동치 못해 법안 통과가 지체됐다”고 그 원인을 지적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박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의욕적인 입법 활동을 꼽았다. 여느 국회보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가 활발했다는 것. 하지만 동일한 문제에 여러 안건이 중복 제출되거나 국회의원 간의 협상능력이 떨어지면서 발이 묶인 법안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국회가 정치적 사안에 휘말려 공전과 파행의 과거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법안 지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이젠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국회가 소모적 정쟁에서 벗어나 본연의 책무인 법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연중처리 상례화 필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박균성 교수는 입법 시기 조절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법안 처리를 연말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법안의 연중 처리를 상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들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숙명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문형남 교수는 “소속 정당을 탈피해 상임위별로 워크숍 등을 가진 후 법안별 우선순위를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킬 경우 효율적인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들려줬다.
이지현 팀장은 법안 처리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의사목록제 도입을 통해 가급적 발의된 순서대로 상임위에서 법안을 처리토록 해야 하며, 만약 통과된 법안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고쳐나가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일정 법안에 대한 상충된 견해로 빚어지는 국회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공전이 결국 다른 법안들의 처리를 가로막아 왔기 때문이다.
이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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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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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1년 360만 명, 2003년 460만 명, 2005년 548만 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만3000명가량 줄어든 545만7000명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 그동안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저렴한 인건비에 고용조정이 쉽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선호해 왔다. 비정규직법의 핵심은 기간제와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토록 명문화하는 한편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이 가능케 한 점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2년 동안은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무기(無期) 근로계약으로 간주해 사실상 정규직화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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