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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의 율법에 저항하다 조국을 탈출한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새 삶을 살던 어느 날 고국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는다. 개기일식이 있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여동생의 절망적인 편지다. 여동생을 구하고자 아프가니스탄으로 귀향한 이 여성의 눈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실정을 세계에 고발한 영화가 <칸다하르>(2002년)였다.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이 영화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에 대한 세계인의 무관심에 절규했다. 2001년 말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마흐말바프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본 이래 밥을 먹는 나 자신마저 용서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내전과 기아, 가혹한 탈레반의 율법 그리고 20여 년간 지속된 내전, 9·11테러 이후의 대(對)테러전….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져온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세계인의 관심 속에 다시 일어서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행렬에 한국도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게 됐다.

정부는 2월 2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의 재건 및 복구 지원을 목적으로 한 대한민국 지방재건팀(PRT·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과 이들을 보호할 국군부대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에 파견키로 확정했다.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민간 PRT와 보호를 위한 파병을 결정한 것은 유엔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0월 8일 제1890호 결의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인력, 장비 및 기타 자원을 기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아프가니스탄 증파계획(3만명)을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지난해 12월 4일 이탈리아(1천명), 그루지야(9백명), 폴란드(6백명), 영국(5백명), 스페인(5백명) 등 25개국 이상이 약 7천명의 병력을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로 보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ISAF 참여국이 계획대로 병력을 증파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상황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0년 2월 현재 ISAF에 참여한 다국적군은 미국과 NATO를 포함해 43개국 11만8천9백55명(미군 8만2백85명 포함)에 이른다. NATO가 주도하는 ISAF는 치안 유지 및 재건 지원 임무를 담당하고,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군경과 함께 탈레반 반군과의 대테러전을 수행하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 움직임에 호응해 우리 정부는 PRT 설치를 결정하고 PRT 보호병력을 파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1일 국회에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견 동의안’을 제출, 2월 25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될 국군부대는 현지의 다양한 위협에 대비해 야간투시경과 방탄헬멧 등 개인 보호장비, 급조폭발장치(IED)에 대처할 수 있는 장갑차량, 방탄바닥의 헬기 등 충분한 방호대책을 강구해 파견된다.

파견부대의 주 임무는 △우리 PRT 주둔지 경계 △PRT 요원들의 외부활동 호송 및 경호 △PRT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정찰 △주 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경비 등이다. 오는 3월부터 6월말까지 인원 선발과 교육·훈련, 장비·물자 확보와 수송, 선발대 파견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7월부터 PRT 보호 임무를 시작한다.

우리 군부대의 파견 기간은 2010년 7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이다. 파견 기간을 2년 반으로 명시하는 이유는 PRT 임무의 특성상 2, 3년이 지나야 성과가 달성되므로 PRT를 안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과 예산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제안보지원군 파병국들은 장기 파견으로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하고 있다.

PRT는 아프가니스탄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재건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각 지방 PRT 거점을 중심으로 경제적 지원과 재건을 통해 개발 인프라를 조성하고 확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34개 주 중 31개 주에 15개국이 PRT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 PRT는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에 파견되어 지방정부의 행정능력 강화, 보건·의료, 농업·농촌개발, 교육·직업훈련, 경찰훈련 등을 지원하는 민간 전문인력 1백여 명과 경찰인력 40여 명,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3백20명의 군 병력으로 구성된다.

군대 중심의 다른 나라 PRT와 달리 우리 PRT가 민간인을 대폭 참여시키고 있는 것은 보건·의료, 농업·농촌개발, 교육·직업훈련 등 우리나라가 대외 원조사업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번 파병이 기존 파병과 또 다른 점은 해외파병을 위해 ‘급조된’ 부대가 아니라 ‘준비된’ 부대가 간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역할 확대와 맞물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참여를 확대하고 신속하게 병력을 파견하기 위한 관련법이 지난해 12월 제정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올해 3천 명 규모의 해외파병 상설부대를 편성한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는 군대는 해외파병 상설부대로 편성될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로, 평소 파병을 위한 훈련과 교육을 받게 된다. 해외파병 상설부대는 △특전사 전단(1천명) △육해공 3군 예비부대(1천명) △공병, 기계화부대 등 지원부대(1천명)로 구성돼 효율적이고 신속한 파병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티에는 해외파병전담 부대 중 지원부대가 파견될 예정.

우리 PRT 파견지인 파르완주의 치안 상태는 아프가니스탄 34개 주 가운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60킬로미터 거리에 자리한 파르완주는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반(反)탈레반 연합세력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으며, 주민 대부분이 탈레반에 적대적인 타지크족과 하자라족으로 구성돼 있어 탈레반 세력의 활동이 제한적이다. 또 인근에 미 공군 바그람 기지가 위치하고 있어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지원도 가능하다.







 

주도(州都)가 차리카인 파르완주의 면적은 서울의 10배가량, 인구는 70만명이며, 주민 대부분이 농사와 목축업에 종사한다. 대륙성 기후로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극심하다. 70퍼센트 이상이 산악지형이어서 도로 통행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장갑차와 헬기가 필수 장비다.

아프가니스탄은 1992년 무자헤딘이 구소련군을 축출한 이후 권력투쟁에 빠져 내전 상태에 들어갔으며, 1994년 마드라사(이슬람 학교)를 운영하던 물라 오마르가 이끈 탈레반이 세력을 얻기 시작해 1996년 9월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집권했으나 2001년 9·11테러 발생 이후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돼 미군의 개입으로 실각했다.

탈레반은 집권 중 특히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사회참여를 배척하는 극단적인 반여성주의,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꼽히던 바미얀 불상을 파괴하는 등 편협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앞세운 정치로 세계의 비난을 받아왔다. 탈레반은 실각 후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방을 근거지로 삼고 있으며, 현재도 지난해 11월 취임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정부군 및 미군을 상대로 테러전을 펼치고 있다.

불과 60여 년 전,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도움을 줄 때다. 아프가니스탄에 희망을 주고 꿈을 심는 대한민국 PRT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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