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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프디터 호이어 유럽핵공동연구기구 사무총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안에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되면 한국이 연구 강국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롤프디터 호이어(Rolf-Dieter Heuer) 유럽핵공동연구기구(CERN) 사무총장은 1월 22일 대덕특구 핵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이어 사무총장은 세계적인 실험입자물리학자로 지난해 1월 CERN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CERN은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해 ‘빅뱅 실험’을 준비 중인 세계 최대의 강입자가속기(LHC)가 있는 곳으로, 20개 회원국 3천명의 과학자뿐 아니라 매년 전 세계에서 1만여 명이 찾아와 연구하고 있다.

호이어 사무총장은 “가속기와 같은 거대 기초과학 연구와 극한연구는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많은 인재가 필요해 한 나라가 모든 것을 진행하긴 어렵다. 따라서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 건설에 CERN이 협력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놓고 정치적인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CERN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년도 되지 않은 1954년에 만들어질 때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CERN을 통해서 기초과학이 급속히 발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이어 사무총장의 방한은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가 국제자문기구로 ‘과학위원회’를 구성하고, 호이어 사무총장을 첫 번째 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이뤄졌다. 과학위원회는 연구회 및 소관 13개 연구기관의 중·장기 연구사업과 운영 방향, 국제협력과 연구 성과 홍보 등에 대한 자문기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일본의 리켄연구소와 같은 선진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과학위원회를 두고 연구 분야 선정, 연구전략 수립 등에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세계적 수준의 수월성과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다.

호이어 사무총장은 “연구정책에서 독립적인 자문기관은 필수”라며 “외부에서 다양한 인사가 여러 시각을 갖고 연구정책을 다룰 수 있어야 신뢰받는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연구기관들이 대부분 독립적인 자문기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나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묻는 정 총리의 질문에 호이어 총장은 “한국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는 기초연구가 국가의 안녕을 좌우한다”고 답했다. 다음은 정운찬 총리와 호이어 사무총장의 일문일답이다.
 

정 총리 한국 정부는 세종시 건설을 기획하고 있고, 거기에 기초과학연구소와 중이온가속기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가속기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호이어 총장 가속기는 빅뱅 후에 일어나는 우주의 초기 상태 연구와 그 후에 생성된 입자의 형성 과정 등 기초과학 연구에 쓰일 뿐 아니라 응용연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가속기는 암 치료에도 이용되고 재료의 속성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정 총리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도 CERN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단지로 육성하고 싶은데, CERN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호이어 총장 20년 전 CERN이 만든 월드와이드웹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잘 아실 겁니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기초과학을 전 세계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이 기술을 공유해 전파하는 게 CERN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자와 기술자를 양성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합니다. CERN에는 회원국 과학자뿐 아니라 전 세계 97개국 과학자들이 찾아와 연구를 합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61명의 과학자가 방문했습니다.
<월드와이드웹(www)은 1989년 CERN의 연구원인 팀 버너스 리가 창안해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원래 목적은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대한 견해와 논평을 주고받기 위한 것이다.>

정 총리 CERN은 소재지인 스위스나 제네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요.

호이어 총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CERN은 국제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혜택은 회원국에 골고루 돌아가야 하지만, 작은 계약의 경우에는 당연히 제네바나 주변의 스위스 업체에 혜택이 주어집니다. 또 세계적인 석학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젊은 두뇌들이 모여듭니다.

정 총리 연구비는 어떻게 조달하고, 연구 성과는 어떻게 공유합니까.

호이어 총장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가 1년 예산을 결정하고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분담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공유합니다. 우리는 비상업적 기구이고 예산도 공공기금인 만큼 연구 결과도 공공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국이 아닌 경우에도 협조 동의를 통해 정해진 방법에 따라 공동연구를 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합니다. 한국과도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어서 공동연구를 합니다.

정 총리 기초연구와 응용과학의 경계는 무엇일까요.

호이어 총장 기초와 응용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응용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CERN에서는 가속기뿐 아니라 가속기에서 나오는 입자를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입자 검출 기술은 의학용으로 많은 응용이 되고 있습니다. 가속기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 기술도 CERN에서 개발됩니다.

정 총리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는 많이 하는데 응용에 치우쳐 있어 이제는 응용보다 기초를 중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호이어 총장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인력과 기술이 중요합니다.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도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서 더욱 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과학비즈니스벨트를 통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연구를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면 장기적인 국가적 안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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