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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웠던 폴란드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1980년대 중부 유럽의 공산국가였던 폴란드는 우리에겐 멀기만 했다. 바웬사로 대표됐던 ‘솔리다르노시치’ 민주화운동은 40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겐 오늘의 폴란드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젊은 세대에게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폴란드의 이미지는 2002년 월드컵 첫 경기 한·폴란드전에서의 폴란드의 쓰라린 패배였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은 폴란드에게 그렇게 ‘밉고도 가까운 나라’로 다가서고 있다.

11월 15일부터 2박3일간의 짧은 대통령 특사 일정 기간 동안 폴란드는 중부 유럽의 관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EU) 상임의장국 선출을 목전에 둔 때여서 카진스키 대통령과의 면담은 불발로 끝났지만 시코르스키 외교장관은 EU 외무장관 회담 참여를 위해 잡아놓은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특사 일행을 맞이했다.

한·폴란드 수교 20주년을 맞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폴란드 공고르 합참의장, 코롤레츠 경제부 차관 등 영향력 있는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준재 주 폴란드 대사는 “과거 바르샤바동맹군의 심장부에서 수교 2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오늘의 폴란드가 우리에게 감상에만 머무를 수 없음은 바쁘게 이어진 특사 일정에서 엿볼 수 있었다. 시코르스키 외교장관, 이준재 대사의 환영사부터 특사 단장으로서 나선 본인의 답사까지 모두의 화두는 양국 간의 3대 현안이었다. T-50 고등 훈련기 도입, LNG 터미널 건설, 원전 건설 등 폴란드의 굵직한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투자 논의였다.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만난 파베우 비피흐 대통령 사회정책 수석과의 면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폴란드의 ‘빅3 투자’ 건은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경제, 국방, 건설 분야에 걸친 이 사업에 양국 민관 관계자가 총체적인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특사의 명분도 한·폴란드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었지만 내용적으론 대통령 특사 및 의원외교를 통한 협상지원 성격이 강했다.

물론 양국 간 무역이 수교 당시 1억2천5백만 달러에서 2008년 44억 달러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LG전자의 LCD 유럽 수출 전진 생산 공장, 삼성전자의 4백60명 규모 모바일 및 셋톱박스 연구소가 이곳 폴란드에 위치하고 있는 점은 폴란드가 대한민국의 중부 유럽 전진기지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T-50 고등훈련기 도입을 둘러싼 대한민국, 이탈리아, 핀란드 간 3파전에 대해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온도는 50퍼센트의 가능성이었다. 공고르 합참의장은 이탈리아가 신종 고등훈련기, 핀란드가 호크기를 제시하며 고등훈련기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데 F­16 전투기와의 호환 가능성 등 성능도 중요하지만 폴란드 방산업체와의 협력 가능성 및 재정·금융 지원조건 등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 건설에 대해 우리 특사 일행은 대한민국이 현재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이고 앞으로 10여 기를 추가 건설할 예정임을 들어 ‘원전 선진국’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코롤레츠 경제부 차관은 에너지의 95퍼센트를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폴란드가 탄소 배출 제한 등 지구촌의 기후변화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2020년까지 원전 1기, 2025년까지 2기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엄격한 EU 기준을 강조했다. 이준재 대사를 비롯한 우리 측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프랑스가 필사적으로 외교전을 펼치고 있어 쉽지 않은 교섭이 예상된다.





 

LNG 터미널의 수주 가능성은 50퍼센트를 넘어 보였다. 대한민국이 세계 2위의 LNG 수입국이며 LNG 터미널 건설에 많은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에 대해 폴란드 측 관계자들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3년 6개월 동안 근무했다는 나이데르 외교부 차관은 “한국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지만 공개입찰을 통해 엄정하게 선정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외세 침략을 많이 받은 유사한 역사적 경험, 각종 장애 요인을 극복하고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국민적 저력을 공유하고, 축구와 문화를 사랑한다는 점에서 폴란드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폴란드와 교류와 협력을 넓혀갈 전략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폴란드 측은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에 주목하는 반면, 우리 측은 대(對)폴란드 수출의 대부분이 LG LCD 생산 등에 필요한 자본재와 부품으로 오히려 폴란드의 고용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T-50 고등훈련기 수출, 원전 및 LNG 터미널 수주 등에는 성능 및 가격 같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다. 대한민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그만큼 각 분야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총체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방, 과학기술, 건설 부문에 문화와 스포츠가 융합돼 총체적으로 접근한다면 그 효과가 산술적인 증가를 넘어 기하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특사 일행을 맞이한 안제이 할리츠키 하원 외무위원장, 두트카 한·폴란드 의원친선협회장 등 많은 폴란드 관계자가 특사 일행과 면담하는 내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스포츠 분야 등에 걸친 폭넓은 교류를 강조했다.

11월 16일 주폴란드 한국대사관에서 개최된 양국 수교 20주년 기념 만찬회에 1964년 도쿄올림픽 200미터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폴란드의 스포츠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셰빈스카 IOC 위원을 비롯해 외교 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대통령실 및 외교부 간부가 대거 참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폴란드인들은 대한민국이 쇼팽을 남다르게 좋아하는 것이 역사적, 정서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해 폴란드인들이 못내 아쉬워하고 있는 폴란드 축구와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만나 ‘어게인 2002년 월드컵’을 벌이고, 대한민국과 폴란드 공연장에서 국악과 쇼팽이 만나는 감동 음악회가 펼쳐진다면 양국 간에는 다양한 교류가 늘어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글·장윤석(한나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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