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국립국어원의 한 강의실. 얼굴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모여 즐겁게 우리말로 얘기를 나누며 수업을 준비 중이다. 파란 눈의 남성도 금발머리 여성도 모두 한국어로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이다.


체계적인 교수법 배운 좋은 기회
한글학회(회장 김승곤)와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은 국외 한국어 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고, 한국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1992년부터 지금까지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초청 국가가 동포 밀집 지역인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러시아 지역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 일본, 몽골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 온 교사에 이르기까지 연수자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연수 초청자들은 주로 재외 한국문화원과 국외 대학 한국어과, 세종학당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 한국어 교원(교수, 강사, 교사)들이다. 11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국립국어원에서 열린 이번 연수에는 12개국 32명의 교사들이 참석했다.

연수에 참가한 재외 한국어 교사들이 처음 한국과 맺은 인연도 가지가지다. 프랑스에서 온 모뤼스 파트릭은 40년 전인 1965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아버지의 직장 일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온 것이었지만 그 당시 외국인학교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한국아이들과 어울리며 한국말을 배웠다. 2년 후 프랑스로 돌아갔다가 1982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영화 ‘꽃잎’의 원작자였던 소설가 최윤 씨와 결혼해서 아들까지 낳았다. 결국 이혼이란 아픔을 겪었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아들을 보기 위해 자주 한국에 들른다고 했다. 그동안 문학을 가르쳤지만 프랑스 학생들이 프랑스 교수로부터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올해부터 한국문법을 가르치게 됐다.

“이번 연수로 문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한국 교수와 문법책을 만들 계획인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박 엘레나는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 3세다. 할머니가 한국말을 잘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한국말을 전혀 몰라서 동생과 비밀 얘기를 할 때는 일부러 한국말로 쑤군댄다고. 이번 연수를 통해 자신의 발음이 많이 부족함을 깨달았다며 이런 연수 프로그램은 자신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아브제예바 엘레나 역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어학당에서 진행된 수업이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도 한국어로 직접 강의하는 현장 참관학습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글 통해 대한민국 알리기 앞장설 터
또다른 러시안 한국어 교사 모로니나 루드미라는 사할린 섬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한국인이나 문화에 호감이 높았다. 예전에 비해 한국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번 연수에 예전 제자가 함께 교수 자격으로 왔어요. 그것만 봐도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알 수 있지 않나요?”

일본인 사토 무네오는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를 공부하다 한국어에 심취하게 됐다고 한다. 그 당시 두 나라 사이가 매우 돈독했던 데 비해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과 한국은 경제·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가 있지만 서로 말을 이해하면 지금보다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작게나마 제가 중간 다리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들을 지도한 정희창 교수는 참가자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며 그들의 열정에 감탄을 표했다. “예전엔 단순히 한국인 핏줄이 흘러서 라는 이유로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전 세계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요.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뜻이겠죠. 이번에 참석한 분들도 농담이 통할 만큼 한국어에 대한 수준이 높은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열흘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한국어에 대해 크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자국으로 돌아가면 자긍심과 함께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