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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우리나라에 23, 24번째 원자력 발전소가 될 신월성 원전 1, 2호기 공사가 한창이다. 그 옆에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방폐장의 새 이름) 착공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 행사장을 찾은 주민들은 지역발전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북면 봉길1리 정원철(52) 씨는 “관광산업의 침체로 활기를 잃어 가는 경주가 되살아날 것으로 믿는다”며 “정부의 약속대로 세계적인 관광시범마을을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다면 경주가 동남해안 경제권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이원선(여·50) 씨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역사와 첨단 과학이 어우러진 선진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세워졌다”고 기대감에 부풀었다.
경주에 들어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착공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정부가 방폐장 후보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1986년부터. 1978년 가동에 들어간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 국내원전과 연구소, 병원 등지에서 나오는 방사능 관련 쓰레기를 한곳에 모을 장소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밀어붙이기식 행정 갈등만 키워
원자력위원회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이후 정부는 충남 안면도, 인천 굴업도, 전남 영광, 경북 울진, 전북 부안 등 전국을 돌며 부지선정에 나섰지만 그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로 갈등과 앙금만 남긴 채 포기를 거듭했다.
1986~88년에는 원자력위원회가 경북 울진, 영덕, 영일 등 3곳을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지질조사 중 지역주민의 반발로 사업이 중단됐다.
1990년에는 ‘서해 과학연구단지’라는 명칭으로 안면도 방폐장 건설이 검토됐지만 안면도 주민 1만여 명이 반대시위에 나서 또다시 무산됐다.
1993년에도 전남 장흥과 경남 고성을 후보지로 선정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역시 주민 반대로 좌절됐으며 1994년에는 굴업도를 후보지로 발표했으나 지질이 활성단층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폐장에는 부적절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렇게 표류하던 방폐장은 참여정부 들어 정책적 변화를 겪으며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아홉 번의 쓴 경험을 맛 본 정부로서는 사회갈등 해결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과거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결론을 내려놓고 지자체와 주민을 설득하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표류하던 방폐장 건설은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분리해 우선적으로 중·저준위 처분장부터 만들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민들의 불안부터 해소한 것이다. 여기에 유치지역에 지원금을 5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상향조정함과 동시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 이전과 함께 양성자가속기단지 조성 등 굵직한 국책사업과 지역 개발안을 내놓았다.

주민 불안 덜어주고 선택권 존중
특히 정부는 그동안 방폐장 건설의 거듭된 실패가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데 있음을 주목하고 방폐장 부지 선정을 민주적 절차에 의한 주민 투표로 결정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주민투표’라는 절차와 ‘지역개발’이라는 내실은 그토록 기피하던 혐오시설에 대해 각 지자체가 과열경쟁을 벌여가며 유치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방식과 지원조건을 제시하고 선택은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05년 3월 부지선정 공고를 통해 그해 8월 31일 유치신청을 마감한 결과, 경주, 군산, 영덕, 포항 4곳이 신청했고 11월 2일 주민투표를 통해 89.5%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인 ‘경주’가 최종 후보지로 결정됨으로써 논란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19년 만에 해묵은 국책사업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마침내 착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은 “19년 동안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경주시에 방폐장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주민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방폐장 착공을 계기로 우리는 의사결정 절차가 민주적이어야 주민들이 신뢰하고 결과에 승복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태 명지대 객원교수는 “경주의 방폐장 유치를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화합으로 승화시킨 모범적 선례이며 주민자치, 지방자치 발전의 계기로 높게 평가한다”며 “집단 이기주의나 님비현상을 넘어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통합 해결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3중 콘트리트 방벽으로 안전성 확보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는 1조5000억 원을 들여 10만 드럼을 저장하는 1단계 사업이 2009년 말에 준공된다. 승인받은 전체 규모는 80만 드럼으로 나머지 70만 드럼 규모는 이번 10만 드럼 저장시설 공사가 마무리된 2010년 이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월성, 울진, 고리, 영광 등 4개 원전에 보관 중인 7만1000여 드럼, 원자력연구소가 1만5000드럼 등 모두 10여 만 드럼을 임시 저장 중인데 이미 포화상태라 폐기물 처분장 조기 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저장시설은 지하 80~130m 깊이의 바위속에 수직원통형 인공동굴을 만들어 방폐물을 저장하는 동굴처분 형식으로 핀란드 방식을 모델로 삼았다. 이 방식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며 100% 우리 기술이다.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는 저장뿐만 아니라 운송단계에서부터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작업복, 장갑, 신발 등의 방폐물은 고화처리 과정을 거친 뒤 특수 운반용기에 담겨져 운반된다.
방폐물은 해상으로 운송된다. 현재 건조 중인 운송 선박은 2600톤급으로 길이 78.6m, 폭 15.8m 규모로 안전을 위해 특수한 구조로 제작되고 있다.
이중선체 및 이중엔진, 방사선차폐구조, 충돌방지 레이더, 위성통신 장치, 기상정보 장치, 화재방지 장치, 비상전원 설비를 갖추도록 설계된다.
폐기물이 센터에 도착하면 X선 검사 등으로 방사능 농도와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검사한 뒤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 용기에 담기게 된다. 동굴에 용기가 모두 차게 되면 용기 사이 공간을 자갈로 메운 뒤 동굴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한다. 처분용기, 동굴, 암반의 3중 보호막으로 방사능을 차폐함으로써 연간 방사선량 0.01밀리시버트(X선 촬영 1회에 해당) 이하로 관리된다. 한수원측은 지진 때에도 방사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센터 전체 시설은 최소한 60년 이상 발생 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다.
방폐장 처분이 완료되면 210여 만㎡에 달하는 방폐장 지상 부지에는 수목원, 홍보관, 전망대 등을 설치해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방폐장 운영은 전담 관리기관이 맡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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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