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1년 동안 거주지 기준 반경 100마일(약 160km) 이내에서 생산되는 음식만 먹는다.'
많은 농수산물이 엄청나게 먼 거리를 실려와 우리 식탁에 오른다. 매끼 밥상은 가까워진 지구촌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한다고 해도 거주지 반경 100마일 안에서 나온 식재료만으로 식탁을 차릴 수 있을까. 그것도 무려 1년 동안이나.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두 명의 프리랜서 기자가 이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이들도 대형마트를 애용하던 평범한 도시 남녀였다. 어느 날 우연히 북아메리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 재료들이 평균 1500마일(약 2400km : 서울~부산을 세 번 왕복하는 거리)을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100마일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다이어트 첫날 장을 보러 나선 두 사람은 당장 식용유와 후추, 소금을 구할 수 없었다.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끼니때마다 다양한 형태로 쓰이는 밀도 800마일이나 떨어진 곳이 가장 가까운 생산지였다.
'100마일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면 파이 하나를 먹는 데 1년을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4월은 고통스러웠다. 마침내 5월 신선한 채소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날 즈음 마침내 농민장터가 열렸다. 두 사람은 인근 프레이저강 유역에서 생산된 적상추와 갓, 근대와 케일 등을 구해 점심 메뉴로 샐러드를 식탁에 올렸다. 모든 재료가 생산된 지역과 농장 이름은 물론 농장주의 생김새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상품의 이력이 감춰진 채로 식료품점에 진열되어 있는, 100마일 밖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적지 않게 구입해야 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밀을 구한 것은 무려 일곱 달이 지난 11월 어느 날. 멀지 않은 크로퍼드 농장에서 빵 150덩이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인 밀가루 75파운드(약 34kg)를 사게 된 것이다. 신선한 밀가루는 그동안 상상조차 못 했던 빵의 맛을 보여주었다. 어렵게 구한 재료로 만든 빵을 찢어 먹는 것이 아니라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듯 식사시간을 보냈다.
이들이 자발적 고행에 가까운 1년간의 여정을 끝냈을 때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전보다 가벼워진 몸무게, 새로 알게 된 음식에 대한 정보, 자급자족한 음식에 얽힌 멋진 추억이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개성으로 빚어낸 풍미가 가득 찬 맛을 찾은 것이다.
"북아메리카 소비자들은 자기 집 뒷마당에서 채소를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데도 평생 가보지도 못할 먼 이국 땅(중국)에서 난 농산물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몇 마일 안 되는 곳에서 똑같은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데도 수입품을 먹게 되는 것이다."
'로컬푸드'를 먹는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우리가 사는 곳을 돌아볼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소규모 농장을 지원하는 일이다. 요리사들은 '재료가 맛의 3분의 2'라고 말한다. 싱싱한 재료에 정성이 듬뿍 들어간 요리는 최고의 맛을 낸다.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제철 농수산물이 지역 사람들에겐 최고다.

100마일 다이어트
앨리사 스미스 & 제임스 매키넌 지음 | 구미화 옮김 | 나무의 마음 | 364쪽 | 1만3500원
글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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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