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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금] 문화재, 지진대비책 세워야 할 때

다른 곳도 아닌 경주. 그래서 유례없는 강진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놀라움과 걱정은 더 컸다고 한다.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원전이고, 또 하나는 문화재였다.

경주 인근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많다. 월성을 비롯해 동해안을 따라 고리, 울진에 원전과 방폐장이 늘어서 있다. 대한민국 어디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그래서 놀라움은 더 크다. 불과 5년 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무너지고, 그 여파로 유출된 방사능 오염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한지를.

다행스럽게도 우리로서는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5.8의 강진이지만, 동일본대지진의 9.0과 비교하면 그 충격이 아주 미약한 편이고, 진앙지가 육지여서 쓰나미를 몰고 오지도 않았다. 더구나 우리의 원전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내진 설계가 거의 완벽해 이 정도 지진에는 끄떡없다. 실제로 이번 지진에 손상이 가거나 이상이 생긴 원전은 없다.

 

첨성대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이 경주 지진 직후인 9월 13일 첨성대를 정밀 계측하며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문화재청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아님이 확인됐다. 더구나 원전이 있는 동해안 지역에는 활성단층이 뻗어 있다. 언제 어떤 사태가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만에 하나 원전이 잘못되면 그 피해 지역 규모와 복구시간과 피해 대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보 1호 숭례문 소실에 함께 무너졌던 국민의 자존심
한번 무너진 문화재는 다시 세우기 힘들어

그나마 원전은 낫다. 건설 때부터 내진 설계를 했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과 강화가 가능하고, 최첨단 과학과 기술로 얼마든지 지진에 대한 사전 대비도 가능하다. 그에 비하면 문화재는 무방비나 다름없다. ‘천년 고도’인 경주는 도시 전체가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다보탑, 성덕대왕신종, 황룡사 터, 석빙고 등 국보와 보물만 150점이 넘는다. 이렇게 오래된 유적과 유물이 즐비한 도시가 세계에 많지 않다.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관광 자원의 보고인 경주가 이번 지진으로 흔들거렸으니 국민들 모두가 "문화재는?" 하고 걱정하고 놀란 것은 당연하다. 지난 4월 규모 7.0의 지진으로 일본의 유서 깊은 구마모토 성루와 지붕, 담이 무너지고 성채가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걸쳐 있는 것을 뉴스로 봤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8년 전에 일어난 문화재 소실에 대한 엄청난 충격과 아픔이 있다. 날짜도 잊지 못하는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조선 왕조의 상징인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탔다. 그 불길에 국민의 가슴도 불탔고,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 지붕에 국민들의 자존심도 무너져 내리는 참담함을 맛보았다. 비록 지진이 아닌 화재였고, 자연재해가 아닌 방화에 의한 인재이기는 했지만, 그때 우리 국민들은 문화재가 단순한 옛 역사의 흔적이나 유산이 아니라 국가의 얼이고, 민족의 자부심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숭례문

▶지난 6월 23일 2008년 화재로 중단됐다가 8년 만에 서울 중구 숭례문 광장에서 열린 ‘파수(把守)의식’ 재현 행사 모습. ⓒ동아DB

 

이 때문에 국민 모두가 이번 지진에 불국사와 첨성대, 석굴암을 걱정한 것은 당연하다. 한번 무너진 문화재는 쉽게 다시 세울 수도 없다. 숭례문도 그나마 서둘러서 5년이나 걸렸다. 복구 수리를 시작한 일본 구마모토성도 재건에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긴 시간과 공을 들여 복구한다 해도, 똑같은 모습을 되찾는다 해도, 그것으로 무너진 자존심과 역사를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함을 숭례문은 말해주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불국사 대웅전 기와가 깨지는 등 경주의 문화재들도 줄잡아 100여 곳이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다. 주로 지진에 약한 목조 건축물에 집중됐지만 그나마 그 정도인 것이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석조물 첨성대와 석굴암에 별 피해가 없는 것은 ‘천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지진이라는 재앙은 땅을 흔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를 남겨놓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뿐만 아니라 혹시 있을지 모르는 드러나지 않는 내상까지 첨단 과학으로 세밀하게 관찰하고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 자칫 그 작은 상처가 원인이 되어 문화재 전부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운에만 맡기고 구경하고 있거나,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 뒷수습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이번 지진처럼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숭례문과 강원도 낙산사 소실로 화재에 대비한 문화재 보호대책은 많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진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기에 지진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대비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있어봤자 형식적이었다.

 

문화융성의 토대 문화유산 보존 위해
지진 취약점 분석 후 대책 마련 시급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했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어떤 문화재의 어느 곳이 취약한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쉽지 않다. 문화재는 원전이나 빌딩과 달리 안전을 위해 함부로 바꿀 수도, 뜯어고칠 수도 없다. 원형이 손상되면 아무리 오래 견디게 한들 유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진 전문가들과 문화재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진대비책에 관한 한 모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노하우와 기술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설마, 이런 일이 다시 생길까"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번 경주 지진이 아주 예외적일 수도 있다. 이렇게 지나갔으니, 수백 년 후에나 다시 올 수도 있다. 지형이 다르니 다른 곳은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재앙은 늘 그런 방심과 안전불감증을 비웃듯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문화융성을 위해서 문화유산의 보존만큼 가장 먼저이면서 중요한 것도 없다. 수백 년, 길게는 천 년이 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 삶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 바탕 위에서 문화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새로운 바탕을 마련한다. 삶이 그렇듯 문화도 과거가 있어 현재가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와 가요에 불고 있는 한류가 그렇다. 그래서 국민들은 걱정한다. "천년 고도 경주는 정말 괜찮으냐"고.

 

이대현

 

글· 이대현(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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