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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사회에 첫발 디딘 우리 쌍둥이

지난 10월 4일 만삭의 몸으로 쌍둥이를 출산하기 위해 A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했기에 일주일 전에 입원 예약을 해야만 했다. 병원을 찾아갔더니 예약이 많아 원하는 병실을 배정받지 못할 수 있으며, 인큐베이터 사정에 따라 출산 시기를 늦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명을 들었다.

순간 지인을 통해 출산일에 맞춰 출산할 수 있도록 병원 관계자에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9월 28일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수술 날짜, 입원실을 정해달라는 부탁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가온 출산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병원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 일찍부터 병원 전화를 기다렸지만 낮 12시가 넘어설 때까지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연락이 늦는다는 것은 나보다 더 위급한 환자가 많다는 것이지, 청탁에 의해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하는 청탁이나 편법을 쓰지 않고 내 아이들을 출산할 수 있다고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오후 2시가 넘어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출산에 필요한 것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인큐베이터도 모두 준비가 됐고, 원하는 병실에 무사히 입원을 했다.

청탁금지법은 대한민국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전환점이다. 모든 국민이 원칙에 따라 자신이 맡은 직무를 충실히 이행해왔다면, 청탁이나 부패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 좋은 대접을 받았으면, 나만 더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에 지연, 학연, 혈연 등을 동원해 청탁을 하고 접대를 했던 것이다.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지속성장을 이룰 수 없다. 공정한 경쟁과 올바른 노력이 아닌 편법으로 굳어진 사회는 외형만 그럴듯한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내면까지 든든하고 가치 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져왔던 것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이를 위한 위대한 시작이다.

법 시행 초기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떠들썩하다. 일명 ‘란파라치’에 의한 신고가 한창이고,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저마다 몸을 사리는 통에 현재 대한민국은 ‘보류사회’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 아프고 죽겠다고 해서 ‘봐주게’ 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정과 부패라는 잡초가 무성하다 보니 이를 헤치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힘이 들어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병원 입원 다음 날 무사히 쌍둥이를 출산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으니 엄마가 되었다는 감격과 함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더불어 사소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원칙을 지키며 태어나게 했다는 점이 뿌듯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커가는 세상은 부정과 편법에 멍들거나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그런 대한민국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강원경

 

글· 강원경(주부)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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