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는 경진대회가 열렸다. 올해 9회를 맞은 창의설계 경진대회는 과학기술로부터 소외된 국내외 이웃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적정기술 아이템을 발굴해 시상한다. 대학(원)생의 과학기술 ODA(공적원조) 참여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 지구촌기술나눔센터 등 여러 단체가 주관한다.
5월 26일 서울대 글로벌컨벤션플라자에서 ‘제9회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결선이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 지구촌기술나눔센터 등 여러 단체가 주관하는 이 대회에는 전국 62개 팀 284명이 참가했다.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IT ▲일반적정기술 ▲물·에너지 ▲농업·위생·안전·주거 ▲교육 등 5개의 세션으로 구분해 PT 발표, 현장 시제품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쳤다.
심사위원장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형근 박사 외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20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싼 일회용 생리대 대체할 반영구적 생리컵 개발
이번 대회에서는 건양대 의료공과대학 ‘꽃다비’팀(의료신소재학과 3학년 민지희·홍나영, 의료IT공학과 3학년 이지원)’이 대상을 수상했다. 꽃다비 팀은 일회용 생리대가 비싸 사용할 엄두를 못 내는 저개발국가 여성들이 나뭇잎이나 신문지, 모기장, 천 조각 등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블라섬’을 기획했다.
꽃다비 팀은 반영구적이라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쓸 수 있지만 사용하기에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있는 ‘생리컵’에 주목해 그 단점을 보완한 블라섬을 설계했다. 블라섬은 애플리케이터와 생리컵으로 구성됐다. 애플리케이터는 위생적으로 착용할 수 있으며 원통형으로 설계돼 착용 부담감을 줄였다. 또 생리컵에는 피스톤을 적용해 피스톤을 빼면 생리컵의 통로로 생리혈이 빠져나오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피스톤만 제거하면 생리혈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생리혈을 비울 때마다 생리컵을 제거하고 세척한 뒤 다시 착용해야 하는 기존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군산대의 ‘적재적소’팀은 유해한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을 줄일 수 있는 화덕을 고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적재적소 팀은 인도 전체 인구의 67%가 지금까지 화덕을 사용하지만 화덕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취약하다는 데 주목해 유해물질을 줄인 새로운 개념의 화덕 ‘S. F. 스토브’를 개발했다. 화덕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에의 지속적인 노출은 폐렴, 폐암 등의 질환은 물론 여성의 경우 미숙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 1시간 동안 노출되면 담배 2갑을 피우는 것과 같은데, 인도에서 폐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50만 명 중 대부분이 여성 또는 어린이다.
적재적소 팀이 주목한 방식은 고체 또는 액체 연료에 공기나 산소,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을 주입해 고온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 일산화탄소,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기체 연료를 얻는 ‘가스화’다. 이 기체 연료가 다시 연소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흙으로 빚은 화덕에 1차 공기 주입구와 2차 공기 주입구를 만들어 화덕 내부에서 가스화가 일어나도록 하고, 400℃ 이상의 고온을 유지하면서 일산화탄소와 카본 등 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을 90%가량 줄일 수 있었다.
▶ 대상작인 ‘블라섬’은 어플리케이터, 생리컵으로 구분해 설계됐다. 생리컵에 피스톤을 적용해 피스톤을 빼
면 생리컵의 통로로 생리혈이 빠져나와 비울 때마다 재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 최우수상작인 ‘흙 화덕’은 가스화 원리를 이용하여 두 번 연소시킴으로써 화력을 몇 배로 증가시키는 효과를 통해 적은 원료로 높은 효율을 발생시킨다.
▶ 금상 수상작인 ‘알람 경고팔찌’는 쓰나미 위험 지역 거주민들을 위한 것으로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경고신호 수신뿐 아니라 다른 장비로 송신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저 4달러 이하로 제작 가능하다.
IT기술 이용 4달러 이하로 제작 가능한 쓰나미 위험 경고팔찌
이 외에도 KAIST 외국인 학생들로 구성된 적정기술 동아리 ‘KATT’팀은 금상과 동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KATT 팀은 개발도상국의 소외계층을 위한 ‘알람 경고팔찌’와 농산물 건조용 ‘스마트 하이브리드 건조기’를 가지고 대회에 출전했다. 알람 경고팔찌는 쓰나미 위험 지역 거주민을 위한 것으로,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경고신호 수신뿐 아니라 다른 장비로 송신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저 4달러 이하로 제작이 가능하다. 스마트 하이브리드 건조기는 기후가 불안정한 저위도 아열대 지방 저소득계층이 농산물을 햇볕에 직접 노출시키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건조 방법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날씨와 상관없이 건조가 가능함으로써 농산품 저장 및 물류유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이 대회에서 대상 및 최우수상을 받은 팀은 향후 해외 적정기술센터 방문 및 제품 상용화 컨설팅 기회를 제공받는다.
제9회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 ‘대상’
건양대 의료공과대학 ‘꽃다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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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계기로 생리컵 ‘블라섬’을 개발하게 됐는가?
A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적정기술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해 캄보디아의 한 빈민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의 아이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하고 나뭇잎이나 말린 진흙 등을 사용해 생리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에게 일회성이 아니라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의료용 실리콘을 사용하면 몸에 안전한 생리컵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생리컵을 설계해 경진대회에 참여했다.
Q 생리컵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생리컵은 체내에 삽입되기 때문에 피부와의 직접적 마찰이 없어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잠을 자거나 여가활동을 즐길 때도 생리혈이 밖으로 잘 새지 않아 편안하고 안전한 제품이다. 또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생리컵은 반영구적인 제품이라 펄프의 사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Q 소외계층을 위한 아이템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A 적정기술이란 소외된 90%의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개발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외된 이웃이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과학기술을 활용해 좋은 아이템이 많이 개발됐지만 소외된 이웃이 이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데는 여전히 경제적·문화적 제약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의 첫걸음이 바로 소외계층을 위한 아이템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리가 개발한 생리컵은 현재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시제품으로 1차 구현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보완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캄보디아에 생리컵 제품을 보내주고 피드백을 받아 최종 설계를 할 예정이다. 향후 이 제품이 저개발국가의 여성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