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전국 4686개 작은도서관 아이에겐 꿈 발전소, 어른에겐 생활 공동체
전국 구석구석의 작은도서관은 우리 땅 방방곡곡에 문화를 전하는 실핏줄이다. 어린이들의 꿈 발전소, 지역주민의 사랑방이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어른들은 어우렁더우렁 공동체를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내게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 습관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그만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명사가 공식석상에서 곧잘 동네 도서관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추억담에 동참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역주민에게 문을 활짝 열어둔 ‘작은도서관’들이 쑥쑥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동네 도서관이 생기기 시작한 때는 2000대 초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벌어지면서부터다. 공공도서관 부족을 지역주민의 힘으로 메워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 도서관들은 필연적으로 규모가 작고 장서가 적어 작은도서관으로 불렸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정부가 이들 도서관을 공공도서관 정책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지원하고 육성하면서 작은도서관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2012년 ‘작은도서관 진흥법’이 제정됐고, 2013년엔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사회 복지정책의 모범 사례로 작은도서관 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공중의 생활권역에서 지식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으로, 공립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 자료 기준에 미달하는 도서관’을 가리킨다. 단 ‘면적 33제곱미터(10평) 이상, 열람석 6석, 도서관 장서 1000권 이상’이라는 최저 조건은 충족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까지 전국의 작은도서관은 모두 4686개. 전국 서점(2331개)의 2배 수준이다. 특히 2010년 3339개에서 2011년 3464개, 2012년 3951개로 꾸준히 늘다가, 2013년 전년 대비 735개(18.6퍼센트)가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련법 제정과 지원·육성정책이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오프라인 서점이 날로 줄고, 공공도서관도 부족한 현실에서 작은도서관은 지역에 독서 문화를 전파하는 중심지 구실을 한다.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대전광역시 중구에서 작은도서관 ‘짜장’을 운영 중인 민정이 관장은 “학교가 끝나면 바로 이곳으로 달려와 책을 펴드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용 꿈꾸는 작은도서관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45 관악구청 본관 1층
02-889-8823 lib.gwanak.go.kr
2012년 11월 관악구청 1층에 개관된 도서관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아 인기 있다. 평일하루이용객만1000명이넘고, 연간 이용자는 무려 10만 명에 이른다. 65석의 일반 열람실과 20석의 유아실, 수유실을 갖추고 있으며, 2층은 북카페 형태로 꾸며놓아 다양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작은 도서관에 비해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는 것이 특징.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되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이 도서관은 책 나눔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책 기증’서가, 자신의 책을 가져와 다른 사람이 가져다놓은 책으로 바꿔갈 수 있는‘애독 도서 교환’프로그램 등이다. 또한 매달 북콘서트 등 독서문화 행사를 운영해 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차산 아래 작은도서관
서울시 광진구 자양로 50가길45 2층, 02-2272-2011
cafe.daum.net/achasanare
단순히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마을모임이 이뤄지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 도서관은 지난해 10월 주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마을 공동체 모임‘광진마을넷’에서 주민들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었고, 이어 서울시 주민제안사업에 응모해 사업비 4200만원을 지원받았다. 주민들은 상가 건물 2층을 임대해 지금의 작은도서관을 탄생시켰다.
주민들의 바람으로 건립된 만큼 도서관은 주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운영되고 있다. 북카페와 어린이 놀이공간도 조성했으며, 인문학 강좌와 부모 교육 등 마을학교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 운영비는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운영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여우네도서관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신장로 233-27
041-956-2020 | cafe.daum.net/apoyoune
아이들이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간. 충남 서천군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 있는‘여우네도서관’(이하 도서관)의 목표다. 2008년 이 마을 80여 가구가 힘을 모아 세운 도서관은 현재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곳곳에서 모은 책과 연간 400만 원 수준인 군 지원금으로 차근차근 구입한 장서가 1만2000 여 권 수준. 철마다 운영하는 텃밭 가꾸기, 수확한 농산물로 요리하기, 숲 놀이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이웃 마을 주민의 부러움을 산다.
이 도서관 역시 출발은 ‘젊은엄마’들이 했다. ‘우리 마을에도 아이들이 모여 책 읽고 노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모아 이장과 청년회 등에 전달한 것. 마을 구성원들이‘도서관 설립’에 공감하자 서천군은 농촌마을 체험장 한쪽을 도서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글· 송화선(주간동아 기자) 2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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