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정부의 첫 예산인 2026년도 정부 예산이 727조 9000억 원 규모로 확정됐다. 기획재정부는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계획안’이 의결·확정됐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헌법에서 정해진 법정기한(12월 2일) 내에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된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기존 정부안 대비 1000억 원 순감… “국민 부담 최소화”
2026년도 정부 예산 총지출 규모는 기존 정부안인 728조 원 대비 1000억 원 순감했다. 정책펀드, 인공지능(AI) 지원 등 분야에서 총 4조 3000억 원이 감액되고 감액된 재원 내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민생지원 예산, 재해예방·국민안전, 지역경제 활성화 분야를 중점 보강해 총 4조 2000억 원이 증액됐다.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8.1%로 정부안을 유지했다. 총수입은 정부안에서 1조 원 늘어난 675조 2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이번 예산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지출은 심의과정에서 감액된 규모 내에서 증액하고 총수입 증가분은 재정수지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정부안의 –4.0%에서 –3.9%로 개선됐다. 국가채무는 GDP 대비 51.6%로 전망된다. 정부는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의 국회 증액에 대한 동의 및 예산공고안’과 ‘2026년도 예산 배정계획안’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라며 “2026년도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과 동시에 집행에 착수할 수 있도록 사전절차를 신속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미래적금 우대형 대상자 10만→160만 명
2026년도 예산이 확정되면서 정부는 세출예산의 75%를 내년 상반기에 배정해 미래성장과 민생안정에 조기 투자하기로 했다. 먼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1조 7000억 원을 추가로 들여 신산업 투자 확대 등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사업과 노후 재생에너지 인버터 소프트웨어(SW) 개선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촉진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등 첨단산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신재생에너지 자립 기반 조성 예산은 이번 국회 심의과정에서 975억 원 증가했고 노후 재생에너지 인버터 SW 개선사업도 국비지원율이 70%에서 100%로 늘었다.
인재양성에는 126억 원이 더 투입된다.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 과학영재학교를 설립해 미래인재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출·통상 분야에선 미국과의 관세협상 이행을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 출자와 온라인 수출기업 물류비 지원 등에 예산을 더 쏟기로 했다.
저출생·미래세대 지원 예산도 늘어난다. 먼저 3년간 동결됐던 보육교사 수당이 28만 원으로 2만 원 인상된다. 또 0세반 교사와 아동비율이 1대 3에서 1대 2로 개선되면서 이에 따른 추가 채용에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내년부턴 월 4만 원의 친환경 농산물을 임산부 16만 명에게 지급할 계획이며 조손가정 방문 양육 지원 지역은 기존 3곳에서 7곳으로 확대한다.
특히 중소기업 신규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미래적금’ 우대형 대상은 10배 이상 대폭 늘려 영세 소상공인까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지 6개월 이내의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월 납입액의 12%를 정부가 매칭 적립하는 청년미래적금 우대형 가입조건을 내년부터 신설하기로 했는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연소득 3600만 원 이하 중소기업 재직자와 연매출 1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자가 10만 명에서 160만 명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청년과 소상공인의 자산형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자살대책추진본부 신설·대중교통 정액패스 한도 폐지
취약계층과 민생경제 지원에는 4000억 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먼저 지역사회 통합돌봄 국비 대상이 모든 지방정부로 확대(183→229개)된다. 어르신들이 사는 곳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취약지,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4억~10억 원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의 가산급여는 10% 인상되고 최중증발달장애인 돌봄 전문수당도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오른다. 장애아동의 언어발달, 심리치료 등을 위한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도 20만 5000원으로 5000원 늘어난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에게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사회복지상담과 연계하는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는 앞서 1~4월에는 운영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기간에도 100곳에서 운영을 시작하는 동시에 5~12월까지는 20곳 늘어난 150곳으로 운영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필수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방침이다. 지방의료원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단가가 한시적으로 상향돼 과목별 기존 6억 원에서 지역별로 7억~8억 원으로 오른다. 이와 함께 권역외상센터 2곳에 헬기계류장을 새로 구축하고 진료권 기반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자살예방을 위해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신설하는 데에는 20억 원이 투입된다. 자살예방센터 전담인력(467명)과 청소년 온라인 상담을 위한 1388센터 인력(16명)도 모두 늘어날 계획이다.
국민의 교통비 절감을 위해 예산 305억 원을 들여 대중교통 정액패스 이용한도(월 20만 원)는 폐지하기로 했다. 특히 국회 심의과정에서 비수도권 및 3자녀·저소득가구는 가격을 인하해 지원하기로 확정하면서 혜택이 더욱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어르신이라면 월 5만 5000원에, 인구감소지역에 사는 3자녀 또는 저소득가구라면 월 3만 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군인 휴일 당직비 10만 원… ‘일반 공무원 수준’ 인상
국민안전·안보 강화에는 6000억 원이 증액됐다. 특히 국가전산망 신속 복구와 재난 대응력 제고에만 40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정부는 주요 시스템 168개를 대상으로 이중화 작업을 조속히 추진하는 한편 재난 상황에서 데이터 손실이 없도록 실시간 백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화재복구에 활용된 클라우드·장비 임차료에는 446억 원,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장비 교체엔 62억 원이 추가 배정됐다.
군인 휴일 당직근무비는 일반공무원 수준인 10만 원(일·숙직 합산)으로 오른다. 더불어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격년 주기 건강검진비 20만 원이 지원된다. 시간 외 근무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도 직책수행경비를 받지 못했던 소령 및 4급 군무원을 대상으로 월 5만 원(무보직은 3만 원)의 직책수행경비도 신설된다. 보훈예우 강화 차원에서 참전명예수당은 1만 원 인상한 49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저소득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은 2022년 도입 후 최초로 인상돼 15만 원으로 오른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1조 6000억 원이 증액됐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주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확대해 농어가 소득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상자를 기존 7곳(연천, 정선, 청양, 순창, 신안, 영양, 남해) 22만 8000명에서 3곳(곡성, 옥천, 장수)을 추가하고 대상자도 32만 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역이 성장의 거점이 되도록 지역거점 AI 전환(AX) 사업도 추진한다. ▲전북-AI 메타팩토리 구축(367억 원) ▲경남-초정밀 제어 특화 물리지능행동모델(267억 원) ▲광주-AI 실증도시(57억 원) ▲대구-첨단 바이오 제품 표준 AX 제조 공정(40억 원) ▲충청·강원·제주-권역별 특화형 AX(25억 원) 등이다. 또 지역주도형 제조업 AI 전환에 2개 지역을 추가해 총 7개 지역을 육성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호남고속선 증편을 위한 변전소 증설 조기 추진과 취양수 시설 48곳 조기 준공에 각각 100억 원, 90억 원을 증액해 지방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