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 스트레칭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 보면 어느새 손목이 뻐근하고 팔꿈치가 욱신거리며 목과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 적이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증상을 겪으면서도 정작 통증의 출발점이 어디인지는 잘 모릅니다. 병원을 찾아가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거나 일시적인 처방만 받고 돌아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간과하기 쉬운 요인인 ‘손가락의 유연성 부족’을 살펴보려 합니다.
우리 몸은 근육과 힘줄이 정교하게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손가락 끝에서 발생한 긴장은 손목과 팔꿈치를 넘어 어깨·목으로까지 전달됩니다.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쥐고 있는 동안 손가락의 작은 근육들은 지속적으로 수축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때 손가락 관절이 충분히 유연하지 않다면 손을 움직일 때 더 큰 근육의 힘을 써야 하고 결국 이 과도한 긴장이 누적돼 염증과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손가락이 부드러워질수록 통증은 줄어든다
의학적으로 보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 상당수는 손에만 머무르지 않고 팔꿈치 부위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뻣뻣해지면 이 팔뚝 근육들이 과사용되고 그 여파가 팔꿈치와 어깨관절에까지 미칩니다. 특히 손가락을 굽히는 굴곡근이 과도하게 긴장하면 팔꿈치 안쪽이 아픈 ‘골퍼 엘보’로, 손가락을 펴는 신전근이 과하게 긴장되면 팔꿈치 바깥쪽이 아픈 ‘테니스 엘보’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또한 손가락과 손목이 경직되면 이를 움직이기 위해 어깨가 올라가거나 목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는 등 상체 전체의 자세가 무의식적으로 변형됩니다. 손가락의 작은 문제에서 시작된 긴장이 목·어깨·등으로 확산되며 만성 통증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손가락의 유연성을 회복하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면 손목의 부담이 줄고 팔뚝 근육이 이완되면서 팔꿈치에 가해지는 압력도 감소합니다. 팔 전체가 안정되면 어깨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고 목의 긴장도 함께 낮아집니다. 실제로 많은 물리치료사는 어깨나 목 통증 환자를 치료할 때 손가락 스트레칭을 병행합니다. 손가락을 부드럽게 굽히고 펴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상체 근육의 긴장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들은 규칙적인 손가락 스트레칭만으로도 만성 통증이 크게 완화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다행히 손가락 스트레칭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회의 중에도, 신호 대기 중에도, 잠들기 전에도 가능합니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의 손가락을 하나씩 부드럽게 뒤로 젖히기, 주먹을 쥐었다 천천히 펴기, 손가락 끝을 모았다 벌리기처럼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반복입니다. 하루 5분이라도 혹은 매시간 30초씩이라도 꾸준히 손가락을 움직여주세요. 처음에는 뻣뻣하고 불편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손목·팔꿈치·어깨·목의 통증도 함께 완화되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큰 근육이나 큰 관절에만 집중하지만 때로는 가장 작은 부위가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오늘부터 손가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 작은 움직임이 당신의 상체 전체를 가볍고 자유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정용인
물리치료사로 유튜브 채널 ‘안아파연구소’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