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군산시간여행마을’
주소 전북 군산시 영화동 일대
문의 시간여행마을 관광안내소 (063)446-5114
전북 군산시 영화동 일대 ‘군산시간여행마을’은 근대 문화유산이 그대로 세월을 입은 채 모여 있다. 온 동네가 지붕 없는 박물관, 근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의 세트장 같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내항 일대는 누구나 편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열린관광지 공모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광속도로 살아내야 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잠시 비켜나 군산의 아련한 시간 속을 천천히 거닐었다.


옛 세관·은행·가옥… 근대 군산 완전 정복
군산시간여행마을 여행은 근대 역사·문화를 알차게 만나는 방법이다. 내항사거리부터 대학로, 중앙로, 월명로를 사이에 두고 근대 유산 10여 개가 근거리에 자리해 차례로 탐방해볼 수 있다.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을 잇는 동백대교를 건넌다면 옛 군산세관 본관이었던 ‘호남관세박물관’이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동선상 주차장과 가까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다. 2011년 개관한 역사박물관에서 도시의 역사를 한눈에 ‘예습’한 다음 여행을 시작해보자. 전시관 중 1930년대 군산에 실제로 있었던 건물을 복원해 전시한 근대생활관이 관람객에게 특히 인기다. 일대엔 시간여행마을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대형 시계 포토존, 군산시간여행 관광안내소 등 편의시설도 모여 있다.
1908년에 준공된 옛 군산세관은 군산 건축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근대건축 유산이다. 서울 중구의 옛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함께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옛 군산세관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수탈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건축 당시 벨기에에서 수입한 적벽돌로 지었다는 건물은 우아하고 고풍스러움이 느껴져 ‘모단 걸’ 복장을 하고 이색 사진 촬영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발걸음하는 곳이기도 하다.
8개의 테마로 나뉜 박물관 내부에선 군산항을 통해 드나들던 문서와 수입허가서 등 1900년대 초 세관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군산세관과 나란히 있어 자연스럽게 관람 동선이 연결된다.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알려진 옛 군산세관 창고는 현재 ‘인문학창고 정담’으로 활용되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해망로를 곁에 두고 동쪽으로 몇 걸음만 걸으면 근대미술관으로 변신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 2008년에 보수·복원을 거쳐 근대건축관으로 쓰이는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차례로 만난다. 뒤편으로는 ‘진포해양테마공원’과 ‘뜬다리부두’가 기다린다. 물 위에 떠서 수위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는 부잔교(Floating pier)로 당시 일제가 밀물, 썰물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배가 접안해 수탈해갈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검버섯처럼 여기저기 녹슨 채 늙어가고 있는 뜬다리부두 역시 일제가 군산내항이 해상교역물류의 중심지임을 꿰뚫고 1899년 개항 이후 건설한 건축물 중 하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빈해원’ 짬뽕, ‘초원사진관’에서 인증샷
해망로에서 시간여행마을의 근대건축 유산 ‘빅4’를 보고 나면 출출해질 시간이다. 근대건축관을 등지고 서면 길 건너편에 전국구 맛집 중 하나이자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음식점인 ‘빈해원’ 간판이 보인다. 빈해원 건물이 국가등록유산 중 하나이기에 식사를 해결할 겸 들러볼 만하다.
빈해원은 6·25전쟁 이후 1950년대 초 군산에 정착한 화교가 운영했던 중국음식점으로 1965년 현재 건물로 이전했다. 난간 형태의 2층 건물은 물론이고 음식점에 걸려 있는 장식,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에서 화교문화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중국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낡은 듯 영화 세트장 같은 내부는 실제로 영화 ‘타짜’, ‘남자가 사랑할 때’,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을 촬영했던 명소이기도 하다. 빈해원을 시작으로 중앙사거리까지 군산짬뽕특화거리가 이어진다. 중앙로 중심에 전국구 빵집인 ‘이성당’이 자리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로 유명해진 ‘초원사진관’이 가까이에 있다. 주말엔 사진 촬영을 위한 줄이 길게 이어진다.



일본식 가옥, 성당, 간이역사까지
이어가볼 곳은 ‘신흥동 일본식 가옥(구 히로쓰 가옥)’이다. 일제강점기에 포목점을 운영하던 일본인 지주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주택은 해방 후 구 호남제분의 이용구 사장 명의로 넘어가 현재 한국제분 소유로 돼 있다. 2005년 6월 18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외부에 한해 일반 개방하고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선 야쿠자 두목 하야시(신현준 분)의 집으로, ‘타짜’에선 평경장(백윤식 분)이 김곤(조승우 분)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집으로 등장해 낯익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 외부 구경만으로 아쉽다면 근대역사체험공간으로 가보자. 일제강점기 건축양식을 복원해 근대 일본식 가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여미랑(悆未廊)’을 비롯해 근대교육관, 휴게시설 등이 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군산항쟁관’, ‘테디베어박물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등과 나란히 하고 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월명공원’과 ‘해망굴’도 코스에 넣으면 좋다. 월명공원 산책로를 따라가면 향수를 자극하는 옛 공원 풍경이 인사하듯 반긴다. 공원 입구의 해망굴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해망동과 군산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뚫은 터널이다. 군산은 근대소설가 채만식의 고향이기도 하다. 월명공원엔 채만식문학비가, 내흥동엔 채만식문학관이 있어 일제강점기 문학여행도 겸할 수 있다.
군산 근대 역사·문화여행의 서사는 ‘임피역사’까지 이어진다. 군산선의 작은 역사로 당시 농촌 지역 간이역사의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다.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해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군산시간여행마을과는 또 다른 운치와 고독을 즐길 수 있다. 시간여행에 마침표를 찍을 무렵엔 군산항에 노을이 스민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길, 시간여행마을에 남겨진 오래된 건축물들이 따스한 불빛을 입고 배웅한다.
박근희 객원기자

가까이 있는 열린관광지 경암동철길마을
‘군산시간여행마을’과 함께 ‘2021년 열린관광지 공모 사업’에 선정된 경암동철길마을은 1944년 일제강점기에 신문 종이를 만들던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2.5㎞ 철로 주변 마을의 이름이다. 철로는 당시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개설됐다가 2008년 폐역이 됐다. 이후 철길 양옆으로 이어진 판잣집들이 군산의 이색 풍경의 하나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향수를 추억하는 ‘레트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철길 따라 옛날 문방구와 구멍가게, 포토존, 교복 대여점 등이 들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날 교복을 대여해 입고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재미있는 사진을 남기는 여행객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