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뇌사 상태에서만 가능했던 장기기증 기준이 앞으로는 더 폭넓어질 전망이에요. 최근 정부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심정지에 이른 환자도 기증 대상에 포함하는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장기기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장기기증자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평균 대기 기간이 4년에 달할 만큼 장기기증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장기기증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장기기증은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한데요. MZ세대는 장기기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참가자
아구(31세, 회사원)
오구리(32세, 엔지니어)
양양(35세, 회사원)
휴가가자(32세, 프리랜서)
호랑이(25세, 대학생)
Q. 정부가 심정지 사망자도 장기기증 대상에 포함하는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휴가가자
사전에 기증 의사가 확실했고 가족 동의가 있다면 심정지 사망자도 기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어요. 제 생이 끝나도 제 몸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쓰이면 좋겠어요.
아구
기증자 본인 의사와 유족 동의가 있다면 기증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찬성이에요. 기증 가능성이 넓어지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겠죠. 국가 차원에서도 장기 이식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테고요.
오구리
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무섭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은 걸 생각하면 필요한 조치인 것 같긴 해요.
호랑이
저도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전제하에 기준을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심화될 텐데 시대 흐름에 맞게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Q. 장기기증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오구리
장기기증을 할 생각이 없어요. 사후라고는 해도 내 신체 일부가 타인에게 간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요. 제 가족이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속상할 것 같아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것 같아요.
호랑이
4년 전에 장기기증 신청을 등록했어요. 어머니가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자주 말씀하셔서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됐죠. 사후의 육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보람 있을 것 같아요.
아구
주변에서 장기기증을 한 사례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의학 드라마에서 공여자와 이식 환자를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았어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가족이 이해해줄지는 모르겠어요. 실제로 부모님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도 힘든데 몸까지 훼손되면 더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며 반대하셨거든요.
양양
저는 2년 전에 장기기증 신청을 했어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신분증과 같이 기증희망등록증을 지갑에 넣어두고 다녀요. 실제로 가족 중 한 명이 기증을 받았는데 대기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옆에서 직접 겪었거든요.
Q. 장기기증 확대와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오구리
장기기증을 받은 환자가 호전되고 새로운 삶을 되찾은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해요. 예전에 방영됐던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눈을 떠요’에서 각막이식으로 시력을 되찾은 사람들을 소개한 것처럼요. 우리 주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주 접하면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양양
장기기증자에 대해 예의를 갖춰 제대로 된 마무리까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가족이 장기기증을 받은 후 기증자에 대해 알게 됐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가족끼리 절에 가서 기증자를 위해 명복을 빌어줬어요.
아구
2017년 뇌사 기증자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족이 크게 상처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런 일은 다시 발생하면 안되겠죠. 기증 절차의 투명성과 기증자 예우 강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확대 같은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호랑이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영향 때문에 몸을 훼손하는 것을 기피해서 기증문화가 확대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인식을 바꾸려면 장기기증이 실제로 누군가를 어떻게 살리는지,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더 자주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관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피티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를 뉴스레터에 담아 매일 아침 50만 구독자에게 보내는 MZ세대 대표 경제 미디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