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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도 패자도 아름다웠다 2025 한국 스포츠 감동의 순간들


스포츠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승패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우리는 양자에게서 모두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른 선수는 물론 그렇지 못한 선수도 감동을 준다. 한국 스포츠는 올해도 숱한 명장면과 함께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스포츠가 인간에게 주는 진정한 매력이다.
나란히 일본 꺾은 김채연·차준환
지난 2월 중국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렸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 차준환과 김채연은 나란히 역전 드라마를 썼다. 김채연이 3년 연속 세계 챔피언인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를 제치고 역전 금메달을 따낸 지 3시간 만에 차준환도 낭보를 전했다. 쇼트 프로그램 결과 9.72점 차 열세를 딛고 일본의 에이스 가기야마 유마를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어머니가 만든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출전한 18세 피겨 요정 김채연은 일주일 뒤 4대륙 선수권까지 제패해 한국 여자 피겨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특히 4대륙 선수권에서 종아리 경련을 참고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건 장면은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직후부터 통증이 있었지만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이를 악물었다”고 털어놨다.

영원한 MVP 김연경
지난 4월 8일엔 역대급 명장면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다. 흥국생명은 이날 정관장을 세트 스코어 3대 2로 꺾고 여섯 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프로배구 여자부 최다인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앞선 세 시즌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낸 슈퍼스타 김연경은 16년 만에 V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2005년 데뷔 첫해 MVP를 받았던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에 선정됐고 이어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하며 선수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MVP로 데뷔해 MVP로 은퇴한 것이다. 이로써 통산 7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슈퍼스타는 배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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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김우림, 공기소총 ‘한국 신기록’
5월에도 스포츠팬들은 잔잔한 감동에 휩싸였다. 사격 선수 김우림이 청각장애를 딛고 한국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는 제8회 대구광역시장배 전국사격대회 10m 공기소총 남자 일반부 본선에서 635.2점을 쏴 종전 한국 기록을 1.1점 경신했다. 김우림은 농아인 국가대표로 출전한 데플림픽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둔 데 이어 비장애인 선수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일반부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은군청 동료와 10m 공기소총 남자 단체전에서 1893.4점을 합작해 이날 하루에만 두 개의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김우림은 “청각장애가 있지만 사격에서는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번 기록 경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벼랑 끝 이율린의 역전 드라마
대회마다 ‘인생 역전’의 드라마가 연출되는 한국 여자 골프는 올해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 8월 말 무명에 가까운 신다인의 드라이버샷이 도로를 맞고 150m 이상 구르면서 무려 408m의 비거리를 기록해 큰 화제가 됐다. 그는 결국 이 대회에서 극적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 한국 골프의 최고 명장면은 10월 19일에 나왔다. 상금 랭킹 74위였던 이율린은 내년 2부 리그로 밀려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최종 라운드 선두 박지영에 2타 뒤져 패색이 짙은 가운데 17번 홀에서 약 4.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한 타 차로 추격했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6m 가까운 버디 퍼트를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통산 10승의 베테랑 박지영과 연장 5번째 홀까지 사투를 벌인 이율린은 8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2부 리그 추락 위기에서 2027년까지 1부 리그, 즉 정규투어에서 뛸 수 있는 출전권을 따낸 그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준우승 그친 한화, 팬들의 열정은 ‘금메달’
올 시즌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른 팀은 단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다. 올해 개장한 새 보금자리에서 한화는 시즌 내내 LG와 선두 경쟁을 펼치며 펄펄 날았다. 코디 폰세가 투수 부문 4관왕을 차지하며 리그를 평정했고 여기에 라이언 와이스까지 합세해 10개 구단 중 최강의 ‘원투 펀치’ 위력을 과시했다. 또 베테랑 류현진이 9승을 따냈고 2003년생 문동주와 2004년생 김서현, 2006년생 정우주가 한층 향상된 기량을 발휘하며 신구 조화를 이뤘다. 타선에서도 주장 채은성과 2000년생 노시환, 2004년생 문현빈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다만 아쉽게도 마지막 한 방이 모자랐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LG에 1승 4패로 무너지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26년 만의 우승’이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화 팬들의 열정은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한화는 구단 최초로 100만 관중을 일찌감치 돌파했고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를 힘차게 따라 부르는 한화 팬들의 목소리는 결과를 떠나 스포츠의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했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 세계 최초 한 시즌 10관왕 고지
여자 배드민턴 세계 1위 안세영은 ‘최강자의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10월 26일 프랑스오픈에서 세계 2위 중국 왕즈위를 2대 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올해 아홉 번째 국제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안세영은 우승 직후 누리소통망(SNS)에 “같이 경기해준 왕즈위 선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제가 저녁 쏘겠습니다. 알겠죠?”라는 글을 올려 실력도 최강, 인성도 ‘월드 클래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어 11월 23일에는 호주오픈마저 제패해 여자 단식 선수로는 세계 최초로 한 시즌 10관왕 고지를 밟으며 ‘셔틀콕 여제’의 위엄을 맘껏 뽐냈다.
권종오 SBS 기자
1991년 SBS에 입사해 30년 넘게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 경기 현장을 누볐다. SBS 유튜브 채널인 ‘스포츠머그’에서 ‘별별스포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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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