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는 이제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가 됐다.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도약했고 뷰티숍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가 됐다. K-뷰티의 인기 비결로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꼽지만 그 힘의 바탕에는 한국 여성의 ‘백옥 같은’ 피부가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미인의 기준은 백옥처럼 희고 고운 피부였다. 그 피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 이어져왔고 K-뷰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한 듯 안한 듯 맑고 투명한 피부를 연출하는 K-화장법은 누리소통망(SNS)을 타고 K-뷰티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사실 K-화장법은 무려 5000년이라는 임상실험 기간을 거친 결과다.
K-뷰티의 특징인 자연미인의 비법은 기초화장에 있다. 색조화장이 얼굴을 꾸미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초화장은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의 자연은 정말 살벌하다. 여름은 아프리카만큼 덥고 겨울은 시베리아처럼 춥다. 그런 환경에서 평생 피부를 노출시키며 살아야 하는 여인들은 피부 보호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지효의 박사 논문 ‘한국 여성의 전통 화장 문화에 관한 연구(전남대·2005)’를 비롯해 다수의 논문에 따르면 아주 먼 상고시대에는 피부 보호를 위해 돼지기름을 발랐다고 한다. 이것이 화장품 사용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얼굴에 연지와 곤지를 그린 여인이 등장한다. 삼국시대에는 색조화장도 유행했으나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이 땅의 여인들이 선호한 것은 엷은 화장이었다. 물론 분대화장(粉黛化粧)이라고 해서 백분을 하얗게 바르고 눈썹을 까맣게 그리는 진한 화장법도 있었다. 이것은 주로 기생들이 선호했고 여염집 여인들은 비분대화장, 즉 연한 화장을 주로 했다.
한국의 자연미인이 기초화장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목욕과 세안이었다. 고려시대 여인들은 하루에 서너 차례나 목욕할 정도로 청결한 피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예로부터 고운 피부를 보면 ‘백옥 같다’는 표현을 쓴 것처럼 흰 피부의 소유자를 미인 또는 귀인의 상징으로 여겼다. 우리 민족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아니라 ‘아름다운 신체에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다’는 영육일치사상을 가졌다. 여기서 말한 아름다운 신체란 곧 백옥 같은 흰 피부를 뜻한다. 백인 같은 흰 피부가 아니다. 맑고 투명한 피부를 말한다.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의 여인은 세안과 밑화장에 신경 쓴 ‘조선미인’이다. 화장법도 결코 진하지 않다. 고려시대 여인들은 복숭아꽃 물에 세수하고 난초를 넣어 삶은 향수에 목욕했다. 미용탕, 즉 목욕을 통해 피부를 지키려는 노력은 조선시대 때 더욱 발전돼 인삼탕, 마늘탕, 창포탕, 복숭아탕 등으로 확대된다.
세안과 목욕 후에는 피부 보습과 색소 침전을 막기 위해 미안수와 화장유를 발랐다. 미안수는 피부를 희고 부드럽게 함과 동시에 촉촉하고 윤기 있게 해주는 화장수다. 미안수는 농도에 따라 스킨로션 같은 수렴화장수와 밀크로션 같은 유연화장수로 구분된다. 우리가 지금도 가장 많이 신경 쓰는 피부 보습, 스킨 케어, 잡티 제거 등의 바탕이 이미 조선시대 여인들의 화장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기초화장인 셈이다. 민간에서는 기미, 주근깨를 제거하고 미백효과를 낼 수 있는 화장법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한국의 화장품은 현재 한약재와 식물 등 천연 성분을 사용하던 전통에 혁신적인 바이오 기술을 접목시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결과로 얻어진 명성이다. 척박한 환경을 탓하는 대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몸에 좋은 화장품을 개발했으니 한국의 화장품은 우리 민족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상품이다.

조정육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