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웬만한 수목원에 가면 갈매나무를 만날 수 있다. 갈매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 나무를 구해다 심은 수목원이 늘어난 것이다.
사람들이 이 나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시인 백석의 시 ‘남(南)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이 시엔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표현이 나온다. 백석이 해방 직후 만주를 헤매다 신의주에 도착했을 즈음 쓴 시인데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외롭게 눈을 맞고 서 있는 갈매나무로 표현했다고 한다.
갈매나무가 얼마나 대단한 나무이기에 백석은 ‘드물다, 굳다, 정하다’ 등 형용사를 세 개나 붙였을까. 시에서 연상되는 나무는 높은 산 고갯마루에 있을 법한 제법 큰 나무지만 갈매나무는 다 자라도 키가 2~5m로 자그마하다.
암수가 다른 나무인데 5~6월 작은 황록색 꽃이 피고 가을에 콩알만 한 검은 열매가 열린다. 작은 가지 끝이 뾰족한 가시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갈매는 짙은 초록빛을 뜻하는데 한여름 갈매나무 잎이 짙은 초록색이다. 대추나무가 갈매나무과니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백석의 시처럼 갈매나무가 드문 것은 맞다. 수도권 산에서는 보기 힘들고 설악산·금대봉 등 백두대간 능선이나 물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갈매나무를 굳고 정한 나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나무가 구부러져 있는 경우가 많고 가지도 제멋대로 뻗어 그저 꾀죄죄한 잡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꽃이 볼 만한 것도 수피가 예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갈매나무가 “어떤 연유로 백석의 시에 ‘굳고 정한’ 이미지로 등장하는지 궁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르는 채로 궁금할 때가 더 좋은 경우도 있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