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월마트에서 에르메스 버킨백을 흉내낸 ‘월킨백’이 대박을 치고 온라인에서는 ‘미러급(거울에 비춘 것처럼 진짜와 흡사한 것)’, ‘완벽재현 명품’ 같은 수식어를 단 레플리카(복제품)나 짝퉁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요. 중국·베트남 여행을 가면 짝퉁시장이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를 잡았고요. 이렇듯 ‘듀프(dupe, 비슷한 대체품)’ 소비가 당당한 트렌드가 됐어요.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명품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등에 업고 짝퉁 시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죠. 짝퉁을 사는 이유는 뭘까요? 허영심일까요, 사회적 시선 때문일까요? MZ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참가자
상어(30세, 바리스타)
단풍쿡희(33세, 사무직)
쥐(30세, 사무직)
춘식(33세, 직장인)
볼찌르기(27세, 사무직)
Q. 레플리카나 짝퉁 명품을 사본 적이 있나요? 혹은 지인이 사용한 걸 본 적이 있나요?
단풍쿡희
사회 초년생 때 직장 상사가 “명품 미러급 만드는 곳을 안다”고 해서 평소 갖고 싶었던 파우치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까 한눈에 봐도 가짜 티가 났어요. 다행히 환불했지만 많이 반성했어요. 허영심 때문에 짝퉁까지 구매했구나 싶었거든요.
볼찌르기
레플리카나 짝퉁을 의도적으로 산 적은 없지만 모르고 산 적은 있어요. 브랜드를 잘 모르던 학창 시절에 친구들 따라 샀다가 나중에 짝퉁인 걸 알고 부끄러워서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는 차라리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를 사거나 SPA(기획·생산·유통 직접 운영) 브랜드를 사요.
상어
레플리카를 모으는 게 취미인 친척이 있어요. 경제력도 있어서 이해가 안 가지만 명품과 레플리카를 교대로 들면 가짜도 진짜 같아 보여서 그러지 않을까요?
쥐
짝퉁을 사본 적은 없어요. 진품을 일시불로 살 정도의 능력이 있는 게 아니면 무리해서 명품을 사는 건 사치라고 생각해요.
Q. 짝퉁 시장이 계속 커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춘식
사회가 명품을 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누리소통망(SNS) 영향도 크고요. 짝퉁도 문제지만 제가 더 놀란 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명품이 필수품처럼 여겨진다는 거예요. 아마 짝퉁을 구매하는 학생들도 많을 거예요. 명품 시장과 짝퉁 시장은 함께 성장하는 구조인 것 같아요.
볼찌르기
짝퉁은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요. 명품 구매 자체가 자기 만족보다는 남한테 보여주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거든요. 특히 나이 들수록 ‘명품 지갑이나 가방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짝퉁은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가짜인지 잘 모를 정도예요.
쥐
허영심도 있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집을 사거나 결혼하기 어려워져서 ‘젊을 때 즐기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을 위해 명품을 사거나 짝퉁으로라도 대리만족하는 거죠.
단풍쿡희
‘결혼할 때 디올 레이디백이나 샤넬 가방 정도는 프러포즈 때 받아야 한다’, ‘남자 시계가 그 사람의 능력을 나타낸다’ 같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명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너무 비싸니까 짝퉁을 사는 사람도 있는 거고요.
Q. 짝퉁 시장을 줄이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단풍쿡희
요즘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짝퉁을 팔아요. 알고리즘으로 자꾸 떠서 한번 들어가 봤는데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주문하더라고요. 이런 불법 거래를 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 같아요.
쥐
지식재산처에서 가품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어요. 근데 지급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더라고요. 이 조건을 좀 완화해주면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을까요?
상어
희망적인 건 예전보다 명품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현상이 줄어들고 있다는 거예요. 가성비 좋은 브랜드나 자기 가치관을 대변하는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품이 내 가치를 증명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볼찌르기
사회적으로 짝퉁이나 레플리카를 들고 다니면 부끄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해요. 어떤 사람들은 레플리카인 줄 모르고 그냥 예뻐서 샀다고 말하지만 사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매한 책임도 있는 거죠. 짝퉁을 구매하면 저작권 침해에 일조하는 것이고 허영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이런 프레임이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 부끄러워서라도 짝퉁 소비를 안하게 될 것 같아요.
*어피티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를 뉴스레터에 담아 매일 아침 50만 구독자에게 보내는 MZ세대 대표 경제 미디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