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쿠팡에서 337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어요. 아직 피해 규모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인데 쿠팡이 이용 약관에 ‘제3자의 불법 접속 또는 해킹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슬쩍 추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문제는 쿠팡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SK텔레콤, KT, 넷마블까지 올해 들려온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소식만 한두 건이 아니거든요. ‘내 개인정보가 나보다 여행을 더 많이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예요. 그런데도 쿠팡을 떠나기는 쉽지 않아보여요. 로켓배송의 편리함, 새벽배송, 합리적인 가격 등 이를 대체할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거든요. MZ세대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참가자
양양(35세, 회사원)
죠디(33세, 증권업 종사)
김탁구(25세, 회사원)
밍(31세, 회사원)
로마일(25세, 회사원)
방토(24세, 학생)
Q. 쿠팡 서비스 계속 이용할 건가요?
김탁구
제 개인정보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해킹돼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계속 쓸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며칠 전 쿠팡에서 주문한 제품 배송 상태에 너무 실망해서 탈퇴를 고민 중입니다.
밍
쿠팡 새벽배송을 자주 애용하는데 사건 이후 사과문을 하루 만에 내리는 등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만 사용하려고 해요. 아직 탈퇴하진 않았지만 해당 서비스를 해지하고 결제카드와 계좌를 삭제했어요.
로마일
계속 이용할 생각입니다. 사실 개인정보 유출은 20년 전부터 문제가 됐어요. 당시 유출된 정보로 딱히 피해본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수백 개에 달하는 사이트와 서비스에 회원 가입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일일이 통제하기도 어렵고요. 현실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완전한 보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방토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사건 이후의 대응을 봤을 때 믿고 이용하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탈퇴도 고려해봤지만 국회 현안 질의에서 쿠팡 대표가 휴면 및 탈퇴 회원 정보도 일부 포함됐을 거라고 해서 회원 탈퇴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느껴 간편결제와 결제카드만 우선 삭제했어요.
Q. 쿠팡을 대신할 서비스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죠디
대체재는 있지만 쿠팡만큼 효율적이지 않아요. 여러 기업이 있지만 이미 우리는 쿠팡의 생태계에 익숙해 있어요. 쿠팡의 효율성은 막대한 자본 투입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쿠팡만큼 마이크로 풀필먼트(도심 속 작은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해서 흑자가 나올 시기까지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또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양양
쿠팡만 한 서비스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쿠팡 탈퇴 후 필요한 물건을 제때 구하지 못할까봐 초조하기는 했지만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쇼핑을 자주 이용해서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김탁구
쿠팡만 한 서비스가 없긴 해요. 여행 전날 밤에 떠오른 물품을 주문하거나 급하게 선물을 준비해야 할 때 쿠팡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밍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감수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다른 오픈마켓을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번에 쿠팡 사용을 줄이면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봤는데 쿠팡만큼은 아니지만 새벽배송도 가능하고 금액도 차이가 크지 않아서 괜찮았어요.
Q.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죠디
이번 사건은 보안 취약점도 문제지만 외국인 내부 직원이 퇴사 이후에도 시스템에 접근하는 등 인사 관리 허점이 가장 컸다고 봐요. 완벽한 해결책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속 권한은 갱신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양
어떤 분야든 한 회사가 서비스를 독점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카카오처럼 한 플랫폼에 너무 의존하면 사건이 터졌을 때 대응이 어려워요. 독과점하는 기업은 정부가 나서서 지속적인 감사를 해야 해요.
방토
반복되는 대형 보안 사고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체념한 것 같더라고요. 기업 측에서 사전 예방보다 사후 수습에 치중하고 사고가 터진 후에야 보안책을 마련하는 안일한 행태가 반복될까봐 걱정됩니다.
김탁구
개인정보 유출이 너무 흔해지다 보니 주변에서도 다들 둔감해져 있어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어떻게 되는지 혹은 최대한 개인정보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어떤 게 있을지 공부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내 정보는 내가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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