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DMZ 평화의 길, 70년 닫힌 땅이 열리다
- ‘두타연 피의능선 코스’를 걷다

계곡물이 유난히 맑았다. 손을 담그자 여름 더위가 무색할 만큼 차가움이 전해졌다. 거친 암반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와 새 소리 외에는 주변이 고요했다. 그런데 숲길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지뢰’, ‘넘어다니지 마세요’.
군 관계자는 “지뢰는 한곳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홍수 등으로 떠내려 올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탐방로로만 다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계곡이나 산책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아름다운 계곡과 섬뜩한 경고문이 한 공간에 놓여 있는 곳,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민간인 통제구역 비무장지대 안쪽에 자리한 DMZ 평화의 길 ‘두타연 피의능선 코스’다.

깊숙이 숨겨진 자연 ‘두타연’
‘두타연 피의능선 코스’는 ‘두타연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가량 걸린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신분 확인을 마치자 군부대 문이 열렸다. 군부대 차량을 따라 비포장도로를 약 3㎞ 더 달렸다. 평소에는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길이다. 특별한 곳에 들어선다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길 끝에 다다르자 비로소 두타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타’라는 이름은 1000여 년 전 ‘삶의 걱정을 떨치고 욕심을 버린다’는 뜻을 담은 절 두타사(頭陀寺)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타연에서는 물과 바위가 오랜 시간 빚어낸 독특한 지형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거친 물줄기가 암반을 깎아 두타폭포를 만들었고 폭포 아래에는 물살이 바위를 파내면서 생긴 깊고 둥근 웅덩이인 폭호가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자 짙푸른 물과 회색 암반, 진초록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대 구석에는 사람의 흔적 대신 거미줄이 눈에 띄었다. 숲길에서는 다람쥐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듯 이끼 낀 바위 위에 모습을 드러냈고 도마뱀도 탐방객 시선을 한동안 허락했다. 70여 년간 민간인의 출입과 개발이 제한되면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립과 긴장의 공간에서 평화와 공존의 공간으로
DMZ(비무장지대) 일원은 한반도의 대표적인 생태보전지역이다. 약 5929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1종은 멸종위기종이다. 국내 전체 멸종위기종의 약 38%가 DMZ에서 살아간다. 두루미와 저어새, 수달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DMZ는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동서로 약 240㎞ 이어진 녹지는 백두대간과 함께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을 이룬다. 숲과 습지, 하천과 평야가 이어져 야생생물의 이동과 서식을 돕는다. 전쟁과 분단으로 사람이 떠난 땅에 자연이 돌아왔고 그렇게 회복된 자연은 이제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공간이 됐다.
정부는 DMZ를 대립과 긴장의 공간에서 평화와 공존의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7월에는 DMZ 포털을 전면 개통해 여러 서비스에 분산되어 있던 정보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도록 했고, DMZ를 따라 걸으며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2026년 DMZ 평화걷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MZ 평화의 길’은 이러한 노력 중 하나다. 정부는 올해 4월 민간인의 접근이 오랫동안 제한됐던 DMZ 접경지역을 국민에 개방했다.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하는 DMZ 일대를 직접 걸으며 역사와 생태를 체험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7~8월 혹서기와 장마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DMZ 평화의 길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다시 문을 연다.
현재 DMZ 평화의 길은 DMZ 일대를 따라 총 35개 코스, 510㎞ 규모로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사전신청 후 방문 가능한 테마노선은 11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 횡단노선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특히 테마노선은 민간인통제구역과 DMZ 인근을 중심으로 구성돼 평소에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
각 코스는 서로 다른 DMZ의 모습을 보여준다. DMZ 초입에서는 최전방 마을을 지나며 전쟁의 흔적을, 어떤 곳에서는 철새와 습지를, 또 다른 곳에서는 오래된 길과 마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DMZ는 하나의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생태·문화가 이어지는 공간인 셈이다.


피의능선에 아픈 역사가
두타연의 역사도 아름다운 자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일대에는 6·25전쟁 당시의 격전 흔적이 남아 있다. 근처의 양구전투 위령비와 조각공원을 둘러보면 이곳에 새겨진 전쟁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6·25전쟁 당시 두타연 일대는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진 격전지였다. 수만 발의 포탄이 산과 나무를 뒤흔들었고 일대는 피로 물들었다. 그래서 두타연의 또 다른 이름이 ‘피의능선’이다. 1994년 12월 참전군인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위령비가 세워졌다.
두타연에서 다시 4㎞ 정도 이동하면 ‘금강산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이 길은 조선시대부터 금강산을 오가는 사람들이 이용했던 길로 알려져 있다. 광복 이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6·25전쟁과 분단으로 발길이 끊겼다. 길 끝에는 금강산이 있지만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는 없다. 통문 너머부터는 군사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한층 생생하게 느껴졌다.
두타연 피의능선 코스는 총 16.7㎞ 구간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2.7㎞를 도보로 이동한다. 코스는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두타연→금강산 가는 길 통문→삼대교 통문 순으로 이어진다. 전체 코스를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회차별 정원은 20명이다. 화·금요일에는 오전 10시, 토·일요일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운영된다.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이며 8세부터 참가할 수 있다.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미성년자는 가족관계증명서로 대체할 수 있다. 방문 신청은 두루누비 누리집(durunubi.kr/dmz-main.do#)에서 방문일 기준 전월 1일부터 출발 8일 전까지 가능하다. 안보 및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서하나 기자

DMZ 평화 페스타
9월은 DMZ로 평화 여행 떠나는 달
9월 인천광역시 강화군과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에서 자연, 삶, 성찰·치유를 주제로 한 ‘DMZ 평화 페스타’가 펼쳐진다. 개별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분절된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관광자원을 하나로 잇기 위해 정부가 올해 처음 마련한 행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인천광역시, 강원특별자치도와 함께 강화군(9월 12~13일), 철원군(9월 26~27일)에서 ‘DMZ 평화 페스타’를 개최한다고 8월 24일 밝혔다.
각 지역의 고유한 관광 콘텐츠를 자연(생태), 삶(주민 이야기), 성찰·치유(웰니스)라는 3개의 주제로 연결해 DMZ만의 차별화된 체험 콘텐츠를 선보인다. 지자체 간 교류와 공동 사업모델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DMZ 관광자원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인천 강화군에서는 ‘시간이 머무는 섬 평화를 걷다’를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화개전망대 일출 명상·요가 ▲비무장지대 철책 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걷기 ▲실향민의 삶을 재해석한 무알코올 칵테일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9월 한 달간 ‘DMZ 방문의 달’도 운영한다. ‘임무가 있는 교동시장 방문’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강원 철원군에서는 ‘생명력이 넘치는 평화의 대지’를 주제로 ▲미디어 아트와 연계한 거리 공연, 디스코 행사 ▲소이산을 배경으로 한 체류형 배낭여행 ▲세계적인 브랜드 BMW와 협업한 모터바이크 안보 관광 등을 운영한다. 특히 ‘BMW 라이딩 투어’는 행사 종료 후에도 10월 한 달간 ‘DMZ 방문의 달’과 연계해 운영한다. 통합 할인권 발급 등 다양한 방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별 세부 일정을 비롯해 참가 신청 방법, 사전 준비물 등 프로그램별 안내 사항은 행사 포스터와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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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