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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시대 농민 안전 지켜라!
오전엔 농사 짓고 오후엔 드론 띄우고
“지금 밖에 계시면 위험하당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화순군에서 활동 중인 ‘화순군 재난대응 드론예찰단’은 2025년 7월 대한드론축구협회 화순군지부 회원 약 20명이 합심해 꾸렸다. 사진 C영상미디어

화순군 재난대응 드론예찰단
“엄니, 얼른 들어가셔야 해. 지금 밖에 계시면 위험하당께~.”
8월 12일 오후 3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화순군 도곡면 죽청리 논밭 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재난대응 드론예찰단 소속의 김용희(47·대한드론축구협회 화순군 지부장) 씨. 그의 손에는 드론 조종기가 들려 있었다. 목소리는 논밭 위에 떠 있는 드론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드론 아래에는 허리가 굽은 한 어르신이 논을 살피고 있었다. 김 씨가 스피커로 몇 차례 귀가를 권했지만 어르신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김 씨는 드론을 더 가까이 보냈다.
“엄니! 들리시면 손 한번 흔들어 보세요.”
잠시 뒤 어르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김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논에 계시면 계속 신경이 쓰여요. 방송을 해도 안 움직이면 직접 찾아가죠.”
이틀 전 폭염중대경보가 해제됐지만 이날 한낮 기온은 여전히 33℃를 웃돌았다. 김 씨와 함께 드론을 날리는 재난대응 예찰단원들의 목덜미와 팔은 햇볕에 그을려 시커멓게 타 있었다.

드론이 논밭 구석구석 훑는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드론예찰단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예찰 활동 시간은 오후 1시부터 5시. 오전에 각자 할 일을 마치고 4~5명씩 총 4개 조로 나눠 움직인다. 한 조가 맡는 지역은 3~4개 면. 논밭 일대를 차량으로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이 보이면 곧바로 차를 세우고 드론을 띄운다.
미리 녹음해둔 음성이 먼저 나온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드론을 사람 가까이 보내고 실시간 육성으로 설득한다.
김 씨는 “비교적 젊은 분들은 방송을 듣고 자리를 뜨지만 어르신들은 조금만 더 하고 가겠다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럴수록 저희도 더 집요하게 방송합니다. 드론 소리가 귀 옆에서 웽웽거릴 정도로 방송했더니 결국 못 이기고 들어가신 분도 있어요.”
정 안 되면 직접 찾아간다. 차량을 근처에 세우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얼음물과 부채를 건넨다. 먼 곳은 예찰단 막내가 뛰어가고 가까운 곳은 연장자가 출동하는 식이다.
농사일을 하던 박동익(64) 씨는 “내가 여기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알고, 머리 위로 뭣이 슝 오더니 쉴 때 됐다고 방송도 해주고 시원한 생수까지 주고, 푹푹 찌는 더위에 우리 늙은이들 챙겨주느라 고생하니 참말로 고맙죠”라고 말했다.
예찰이 끝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길다. 김 씨는 “사람을 발견하면 곧장 차를 멈추고 드론을 띄워서 방송을 하느라 귀가가 늦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날로 커지는 ‘폭염’의 위험성
폭염은 ‘조용한 살인마’로 불릴 만큼 생명에 위협적이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한순간에 인명피해를 내지는 않지만 열기가 몸에 축적되면서 열탈진·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는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져 초기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2023년 2818명에서 2024년 3704명, 2025년 4460명으로 매년 20~30%씩 늘었다. 2026년 5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도 3445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36.2%를 차지했다. 김 씨가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 꼽는 사례도 고령 농민의 일이었다.
“들깨밭 예찰을 돌던 중 고령의 할머니께서 들깨가 시든다며 물을 주고 계셨어요. 당시에 이미 햇볕이 상당히 뜨거웠어요. ‘조금만 더 해야지’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가다가 쉬러 들어갈 시간을 놓친 거죠. 쓰러지면 바로 사고가 날 수 있겠다 싶어 귀가를 도왔어요. 정말 다행인 건 지금까지 쓰러져 계신 분은 없었어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논밭에 농민들이 이용하는 전동차가 세워져 있으면 주변을 확대해 꼼꼼하게 다시 살펴야 한다. 전동차는 있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쓰러진 뒤 발견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하기 때문이다. 고추밭이나 깨밭처럼 농작물이 높게 자란 곳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몸이 작물에 가려지기 쉽다. 의외로 집이나 비닐하우스에서 불과 2~3m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다 왔다고 방심하는 순간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 오전 11시에서 낮 12시까지 작업을 이어가는 것도 위험하다. ‘조금만 더’를 반복하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드론축구단이 재난대응 예찰단으로
이들이 처음부터 폭염 예찰을 위해 모인 것은 아니다. 예찰단은 대한드론축구협회 화순군지부 회원 약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평균 연령 70세 이상인 ‘유림어스’와 40대 중반 회원들로 구성된 ‘어벤저스’ 팀이 주축이다.
드론축구는 소형 드론을 감싼 드론볼을 조종해 공중에 있는 상대팀 골문에 넣는 경기다. 동호회가 만들어진 것은 화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주민들이 취미 삼아 드론을 배우면서다. 박인철 씨(드론축구팀 감독)는 2022년 평소 친분이 있던 하율호 씨(유림어스 단장)에게 드론축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하 단장에게 드론은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하는 방제용 장비였지만 박 감독의 설득에 결국 마음을 바꿨다.
주변 지인들도 하나둘 합류했다. 하 단장을 포함한 5~6명이 1급 드론 조종 자격을, 나머지 회원들도 모두 2급 자격증을 취득해 전국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화순군에 드론축구장 조성을 요청해 경기장도 마련됐다. 매주 화요일에는 농민교육원 등에서 희망자를 대상으로 드론 조종 교육도 한다. 그렇게 쌓은 드론 조종 실력을 지난해부터 사람을 살피는 데 쓰기 시작했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가 아닌 ‘재난’
폭염 예찰을 시작한 건 지난해 7월이다. 처음에는 드론 자격증을 활용해 농업용수, 방제 등을 지원했다. 그러다 화순군이 드론축구단의 정밀한 조종 기술을 폭염 예찰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올해부터는 개인 장비 대신 화순군이 지원한 드론 4대를 사용하고 있다. 새 드론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사람 탐지 기능이 있어 약 150m 상공에서도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이 발견되면 카메라를 확대해 실제 작업 중인지 확인한다. 예찰단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차량용 이름표와 화순군이라고 적힌 유니폼도 마련했다. 화순군에서는 얼음물과 팔토시, 모자 등을 지원한다. 예찰단 1인당 하루 최대 5만 원 수준의 활동비(식비·유류비 포함)도 지원하고 있다.
화순군청 주민안전과 김필원 자연재난팀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은 단순한 더위가 아닌 ‘재난’이다. 다들 농사일도 바쁜데 본업처럼 군민을 위해 애써주시는 드론예찰단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김 팀장은 “이 폭염 속에서 밖을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아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예찰단은 올여름에만 총 32일(8월 13일 기준) 출동했다. 논밭에서 작업자 500명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212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화순군의 온열질환자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6명으로 집계됐다. 화순군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 기후재난 대응 우수 지자체 선정 평가’ 폭염 대응 분야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드론예찰단 활동이 반영된 결과다.

산불·물놀이 사고 예방에도 ‘유용’
예찰단이 생각하는 드론의 쓰임새는 폭염에만 그치지 않는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에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드론이라면 쓰레기 소각 등 연기를 위쪽에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화탄을 떨어뜨려 초기 진화를 할 수도 있다.
물놀이 사고 예방도 마찬가지다. 하천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약해 보인다고 방심하기 쉽지만 큰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은 예상보다 깊다.
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드론은 사람이 서 있는 위치와 하천의 전체 지형을 한눈에 보여준다. 조난자에게 구명조끼 같은 물품을 전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예찰단의 올해 활동은 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 9월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박 감독은 70세 넘어서도 드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든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 군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하 단장도 같은 마음이다. “다들 자발적으로 예찰을 하는데 정말 고생이 많아요. 그래도 폭염 속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물 한 병에도 ‘마침 목말랐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웃으실 때 뭉클하고 보람을 느껴요.”
예찰단의 목표는 올여름 화순에서 온열질환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다시 드론이 논밭 위로 올라갔다. 카메라가 들판을 훑기 시작하고 몇 분 후 사람이 화면에 잡혔다. 다시 스피커가 울렸다.
“어르신, 이제 진짜 들어가셔야 한당께.”

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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