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돌봄사업 2026년 3월 전면 시행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불편함 없이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노인 일자리도 110만 명에서 115만 명으로 확대해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겠습니다.”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국정방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해 돌봄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분절적인 돌봄서비스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예방적 돌봄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되지 않아 불필요한 입원·입소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이재명정부는 복지 분야 핵심과제로 ‘통합돌봄사업’을 내세워 2026년 3월 27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통합돌봄은 장애·질병·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제도다.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필요한 서비스를 한데 묶어 제공한다. 2023년 시범사업(229개 지자체)으로 출발한 통합돌봄은 2024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현재는 전국 시행을 위한 막바지 준비 단계에 있다.
그간 정부는 통합돌봄의 전면 도입을 위해 필요한 세부사항을 마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준비를 이어왔다. 먼저 보건복지부는 정은경 장관을 단장으로 한 ‘의료·요양 통합돌봄 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를 구성했다. 추진본부는 기존의 통합지원추진단을 확대·개편한 조직으로 대상자별 통합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보건의료까지 포괄하는 돌봄 인프라와 서비스 확충을 뒷받침한다. 1차관을 비롯해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 보건의료정책실장, 노인정책관, 복지행정지원관 등 관계 실·국장이 참여한다. 추진본부는 8월 11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정례회의를 열어 통합돌봄서비스와 인프라를 확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장관은 “돌봄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라며 “의료, 요양의 복합욕구를 가진 분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지자체 협력 통합돌봄정책위 출범
9월 30일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돌봄정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복지부가 제도 전반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는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지자체별 통합돌봄 조직과 인력 현황, 돌봄 대상자 수 등을 종합 고려해 인력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고령자 복지주택과 중간집(퇴원 후 단기 입주 시설)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서비스 결합형 공공·민간임대주택 공급과 지자체의 중간집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민생활 돌봄 공동체와 농촌왕진버스 등 농촌 맞춤형 의료 돌봄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인프라 취약 지역을 찾아가는 이동형서비스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내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고령친화 문화생활 공간 발굴과 지역 단위 문화여가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다.
통합돌봄 담당 공무원의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복지부는 10월 23일 대구·경북 지자체 대상 본사업 설명회를 필두로 11월 6일까지 총 6차례 권역별 설명회를 열었다. 2025년도 우수 지자체 사례를 공유하고 지자체가 수립해야 할 실행계획서 작성과 대상자별 사업추진 절차 등 세부 지침을 안내했다. 지자체가 체계적으로 사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현장 중심 행보도 계속됐다. 정 장관은 8월 6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시범사업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광주는 2023년 4월부터 ‘광주다움’이라는 통합돌봄서비스를 도입해 5개의 자치구별 특화사업을 운영 중이다. 정 장관은 광주다움의 성과와 과제를 짚으며 통합돌봄사업 안착을 위한 지원 방안을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이어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9월 1일 충남 청양군 보건의료원을 찾아 지역의료 강화 방안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운영 현황을 점검했고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12월 2일 인천 부평구 소재 평화의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지자체 준비 상황을 살폈다.
주민센터나 건보공단서 돌봄 신청
복지부는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12월 9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통합돌봄 대상자는 ▲65세 이상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된 장애인 중 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자 ▲취약계층 등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지자체장이 복지부장관과 협의해 인정하는 사람으로 규정됐다.
통합돌봄서비스는 ▲장기요양 ▲재가의료 ▲일상생활돌봄 ▲노쇠 예방으로 구분된다. 중증 재가서비스의 월 이용한도액을 확대하고 단기보호를 활성화하는 한편 재택의료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재택간호센터와 생애말기케어 도입, 가사·식사·이동지원 등 일상생활 서비스 확대도 포함됐다.
통합돌봄 신청은 대상자 본인과 가족·친족, 후견인이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통해 할 수 있다. 대상자가 퇴원하는 의료기관, 재가노인 복지시설, 장애인 복지관 등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기관·시설의 업무 담당자도 본인 또는 가족 등의 동의를 받아 통합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급여 신청이 기각되거나 긴급복지지원법상 위기상황에 처하는 등 통합지원을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담당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은 대상자의 의료적 지원 필요도와 일상생활 요양·돌봄 필요도 등을 종합 판정하기 위한 조사 업무 일부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시·군·구, 통합지원 관련기관 업무담당자, 지역 보건의료·건강·주거·돌봄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통합지원회의를 운영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아울러 통합지원 제공 상황과 대상자의 상태변화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조정할 수 있다.
통합돌봄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요양병원 입원율과 요양시설 입소율을 낮추는 등 건강성과지표 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앞서 9월 복지부와 중앙사회서비스원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방향 및 추진현황’을 주제로 연 전문가 포럼에서도 확인됐다. 2023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진행된 시범사업을 분석한 결과 병원 입원율과 응급의료 이용률이 감소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났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 가능성은 61%, 요양시설 입소 가능성은 87%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복지부의 2026년 예산은 올해보다 12조 원(9.6%) 늘어난 137조 4949억 원으로 확정됐으며 이 가운데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예산도 증가했다. 국회는 지자체 통합돌봄서비스 지원 예산을 모든 지자체로 확대하는 데 91억 원을 추가 반영했고 관련 시스템 구축을 위해 45억 7000만 원을 증액했다.
이근하 기자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성과대회
전국 시행 앞두고 우수 지자체 통합 돌봄 성과 공유
12월 5일 보건복지부는 지난 1년간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만들어온 통합돌봄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 사례의 전국 확산을 본격화하기 위한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성과대회를 열었다.
‘지역복지평가 의료·돌봄 통합지원 부문’ 대상은 서울 성동구에 돌아갔다. 성동구는 2025년 1월 통합돌봄 전담팀 신설을 시작으로 전담부서, 통합돌봄국까지 단계적으로 조직을 확대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통합돌봄추진단을 운영해 관련 부서 간 정례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돌봄자원 연계·조정 기능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낙상방지 주거환경 개선과 홈케어 매니저 정기적 방문 등 지속적·정서적 지원을 결합한 주거돌봄 모델을 운영 중이다.
최우수상은 경기 부천시가 수상했다. 부천시는 어디서나 상담이 가능한 통합안내창구를 확대해 대상자 접근성을 높이고 관내 20개 병·의원과의 협력을 통해 퇴원환자 86명을 발굴하는 등 대상자 중심의 지역돌봄체계를 마련했다. 우수상에는 전국 최초 주거 인프라 기반 지역형 통합지원 모델인 ‘살던집 프로젝트’를 개발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대덕구 돌봄건강학교’ 운영을 통해 예방적 통합돌봄 기반을 꾸린 대전 대덕구 등이 선정됐다.

겨울철 복지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 대책
주거위기가구에 긴급지원주택 제공
임대주택 이주 가구에 보증금 지원도
한파·대설특보가 발효되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가 취약 어르신의 안전을 직접 확인한다. 겨울철 노숙인 밀집 지역에는 응급잠자리가 제공되고 결식우려 아동은 급식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겨울철 복지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겨울철 복지 사각지대 집중 발굴 ▲어르신·아동·노숙인 대상별 돌봄 강화 ▲한파 대비 난방·건강 지원 ▲위기가구 생활 안정 지원 ▲따뜻한 나눔문화 확산 등으로 구성됐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목표로 먹거리·생필품 제공, 저소득층 지원 강화, 65세 이상 고위험군 건강관리 등의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해 위기징후가 포착된 약 30만 명의 복지위기가구를 지방자치단체에 안내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기상황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신속히 상담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한다. 시스템으로 확인이 어려운 사각지대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좋은이웃들 봉사자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인적 안전망을 활용해 기부물품 등을 연계한다.
응급안전안심 서비스 응급관리요원은 정보통신기술(ICT) 장비가 설치된 독거노인·장애인 가구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돌봄이 필요한 청·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에게 제공되는 일상돌봄서비스, 사고·질병 등으로 갑작스러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지원하는 긴급돌봄서비스도 더 많은 시·군·구로 확대된다.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저소득층 가구의 동절기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을 감면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중 다자녀 가구에 에너지바우처를 지급(12월 31일 이전 신청)한다. 경로당 6만 9000곳에는 2026년 3월까지 매달 4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고 국비지원 사회복지시설 7000곳에 1~2월 매달 30만~100만 원의 난방비를 지급한다.
어르신 대상 인플루엔자·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전국 응급실을 중심으로 한랭질환 모니터링 등 감시체계도 가동한다. 이밖에도 2026년 노인일자리 5만 4000개, 장애인일자리 2300개를 확대한다. 주거위기가구에는 긴급지원주택을 제공하고 임대주택 이주가 필요한 가구에는 이사비 최대 40만 원, 보증금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