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열풍 타고
K-전통주도
떴다 서울 종로구 북촌.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과 궁궐을 방문하며 K-문화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에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가 있다. 한국의 전통주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주갤러리’다. 전통주갤러리는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전통주 소통 공간이다. 전통주갤러리는 매달 ‘이달의 시음주’ 주제를 정해 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주류 등 총 5가지 전통주를 소개하고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K-푸드의 세계적 인기와 함께 K-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지면서 한국의 전통주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주갤러리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전통주갤러리 이상민 팀장은 “최근 방문객 중 40%가 외국인일 정도로 전통주갤러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북촌을 관광하다 호기심에 들어오는 관광객도 많아졌고 단체 방문 예약도 늘었다”고 말했다. 전통주갤러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하루 7회 운영하는 시음 프로그램 중 2회는 외국인에 한해 영어로 진행한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통한 글로벌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미국인 올리비아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파전과 막걸리를 함께 먹는 장면이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나 불고기와 어울리는 K-술을 찾고 싶었다”며 “한국의 전통주가 이렇게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놀랍다”고 했다.

술덧에 용수(술이나 장 등을 거를 때 쓰는 둥글고 긴 통)를 박아두면 맑은 술이 고이는데 이 맑은 술을 떠낸 게 청주다. 청주를 떠내고 남은 지게미를 거른 것이 탁주다. 색이 탁하다고 해서 탁주, 막 거른 술이라고 해서 막걸리라고도 한다. 청주를 술 고리에 담고 불을 때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액체를 받으면 증류주가 된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주세정책에 따라 일본식으로 만든 맑은 술을 청주라고 부르게 되면서 우리 전통방식으로 만든 청주는 약주라고 부르고 있다.
탁주는 도수가 낮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데 최근에는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해 색다른 맛을 낸다. 약주는 도수가 15~16도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쌀의 구수함, 농축된 풍미가 특징이다. 감칠맛이 있어서 한식과 잘 어울린다. 이밖에 국산 포도, 딸기, 키위 등 다양한 과일로 만든 과실주도 있다.
초록색병의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다른 증류식 소주도 있다. 희석식 소주는 물에 주정과 첨가물을 넣어 만들지만 증류식 소주는 곡물 등 원료를 발효해 원액을 얻은 후 이를 숙성해 만든다. 한국인도 정확히 알지 못할 만큼 전통주의 스펙트럼은 넓다.
외교무대서도 활약, 수출 확대 목표 시장에 출시되는 전통주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전통주 제조면허는 2023년 1812건으로 2019년 1163건에 비해 56% 증가했다.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각자 취향에 딱 맞는 K-전통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전통주 인기는 수출액 증가로도 확인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통주 수출액은 2023년 2400만 달러로 2019년 1497만 달러 대비 60% 증가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전통주 수출액을 5000만 달러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교무대에서도 K-전통주가 특별한 멋을 더한다. 8월 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식량안보 장관회의’ 환영 만찬에서는 우리술의 매력을 알리는 전통주 칵테일 코너가 운영됐다. 21개 회원국 2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소주와 탁주, 과실주로 만든 칵테일을 시음하며 K-전통주를 즐겼다. 이날 만찬주로 등장한 ‘천비향 약주 15도(㈜좋은술)’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술은 ‘2025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고상(대통령상)을 받은 제품으로 자가 누룩과 국산 쌀만을 사용해 오양주(다섯번 빚어 만든 술) 방식으로 빚은 약주로 은은한 과일 향과 섬세한 단맛,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8월 2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2025 APEC 문화산업 고위급대화’ 환송 만찬에서는 10월 31일~11월 1일 양일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찬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전통주 4종을 시음하는 ‘미리 만나보는 정상 만찬주’ 행사를 진행했다.
경주 최씨 가양주로 궁중의 양조법으로 인간문화재가 손수 빚는 350년 역사의 ‘교동법주(경주교동법주·약주)’, 지역 유기농 산머루로 빚은 미디엄 드라이 과실주로 2023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김천 수도산와이너리·과실주)’를 내놨다. 또 경주 최씨 가양주로 찹쌀을 직접 재배해 사용하고 저온에서 100일간 숙성해 매월 300병만 생산하는 ‘대몽재 1779(경주교촌도가·약주)’, 안동 반남박씨 가양주로 증류한 술을 100일 이상 숙성 발효하는 500년 전통의 ‘안동소주(명인안동소주·증류식 소주)’를 선보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 술의 색다른 맛과 향에 반했다”, “한국만의 개성과 스토리가 담긴 술에 매료됐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강정미 기자
2025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246개 양조장 참여
대통령상에 ‘천비향 약주 15도’
우리 전통술의 품질 향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0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는 국내 유일의 정부 주관 전통주 경연대회다. 매년 수상작을 선정해 최고의 전통주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 246개 양조장에서 총 402개 제품이 출품됐다. 우수한 전통주 선정을 위해 주류 전문가와 국민위원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부문별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각 3개 제품(6개 주종 총 18개)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농업회사법인 ㈜좋은술의 ‘천비향 약주 15도’는 약·청주 부문 대상과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자가 누룩과 국내산 쌀만을 사용해 오양주 방식으로 빚은 약주로, 탁월한 맛과 지속적인 품질 개선 노력을 인정받아 평가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도 탁주 부문 대상은 ㈜배혜정도가의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가, 고도 탁주 부문 대상은 발효공방1991의 ‘은하수별헤는밤’이 선정됐다. 과실주 부문 대상은 금용농산의 ‘미르아토샤인머스켓 화이트 스파클링’이, 증류주 부문 대상은 농업회사법인 ㈜다농바이오의 ‘가무치소주 25도’, 기타 주류 부문 대상은 아이비영농조합법인의 ‘허니문’이 각각 수상했다.
시상은 11월 14~16일 열리는 ‘2025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개막식에서 이뤄진다. 수상 제품은 상금과 함께 바이어 초청 시음회, 보틀숍·주점 입점 지원, 온라인 홍보 등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이 주어진다.

“다섯 번 빚어
맛·향 뛰어난 우리술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오양주란 무엇인가요? 전통주는 몇 차례 빚어 발효하느냐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 등으로 분류됩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는 대개 한 차례 빚어 발효시킨 단양주예요. 이 술에 쌀과 누룩을 더해 다시 발효시키는 것을 덧술이라고 하는데 덧술을 한 차례 더하면 이양주, 두 차례 더하면 삼양주가 됩니다. 발효 횟수에 따라 술맛이 확확 달라지는데 욕심이 났어요. 구양주까지 만들어봤는데 오양주가 향이며 맛이며 목 넘김이 가장 좋았어요. 그래서 오양주를 빚기 시작했죠.
시간이며 공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요. 덧술을 여러 번 한 술이 고급으로 평가받는 이유예요. 그만큼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술이 완성되기까지 시간과 정성도 더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여러 차례 빚을수록 맛과 향기도 부드러워집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천비향 약주 15도’의 경우 밑술과 덧술을 총 다섯 차례 하는 데만 6일가량이 걸려요. 다섯 차례 빚은 술은 22~25도에서 2주 정도 발효시킨 뒤 15℃ 이하 저온에서 3개월 정도 숙성합니다. 이렇게 숙성된 술을 술 자루에 넣고 꼭 짜서 지게미를 걸러내는 채주 과정을 거친 뒤 다시 15℃ 이하 저온에서 3개월 숙성시켜야 해요. 다섯 번 빚어 발효와 숙성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최소 6~7개월이 걸리는 셈이죠.
그래서 맛과 향이 좋은가봅니다. 천비향 약주는 전통 누룩으로 쌀의 단맛을 살려서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여러 차례 덧술 과정을 통해 미생물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누룩을 적게 사용해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전통주 특유의 누룩취(냄새)도 나지 않아요. 좋은 누룩을 쓰는 것도 중요하죠. 전통주는 누룩이 맛과 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누룩 연구를 정말 열심히 했고 직접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고 있어요. 쌀도 평택에서 난 쌀을 엄선해 사용합니다.
술은 잘 팔렸나요? 술을 잘 만드는 것과 술을 파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더라고요. 판로를 찾지 못해 초반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가족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어요. 그 덕분인지 천비향이 ‘2018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만찬주로 쓰이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천비향 외에도 다양한 술을 만듭니다. 오양주 기법으로 만든 천비향 약주, 탁주 외에도 천비향 약주를 그대로 증류해 1년 이상 숙성한 프리미엄 증류주 ‘화주(40도, 53도 등)’가 있어요. 삼양주 방식으로 만든 탁주 ‘택이’는 평택의 택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평택 두강물을 모티브로 라벨을 디자인했어요. 최근에는 무궁화 꽃잎을 넣어 만든 ‘어차피’라는 증류주도 생산하고 있어요.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잖아요. 무궁화나무는 탄소흡수량도 뛰어나서 탄소절감에 탁월한 꽃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를 알리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하는 무궁화꽃을 활용한 우리술을 계속 개발하고 싶어요.
최근 ‘K-콘텐츠’ 열풍이 전통주로 이어지고 있는데 체감하나요? 평택에 미군부대가 있어서 외국인 손님이 종종 오는데 “새롭다”, “맛있다”며 좋아하세요. 해외에서도 우리술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 수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만 해외 수출을 위해선 ‘살균’을 해야 하는데 이게 고민이에요. 살균을 하면 기존의 술맛을 낼 수 없으니까요. 유통기한 문제도 있어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습니다.
K-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이번 우리술 품평회에 출품된 전통주만 400개가 넘습니다. 최근 MZ세대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취향껏 즐기고 있지만 다양한 전통주를 접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우리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나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해외에서 열리는 주류 행사에 가보면 그 규모에 깜짝 놀랍니다. 중국 쓰촨성에서 3일 동안 열리는 행사에 갔는데 그 규모가 1조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술은 거기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우리술을 그곳에 가져가야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생산량을 늘리려고 설비 확장도 하고 있어요. 제대로 잘 만들어서 우리술을 세계로, ‘K-컬처’ 확산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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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