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수상한 청년들’의 유쾌한 실험 홍천 빈집을 ‘낭만촌캉스’ 성지로

강원 홍천 청년마을 ‘와썹타운’
“처음엔 그냥 마을이 좋았어요. 근데 막상 들어와 보니 보물섬이더라고요.”
2022년 초 김성훈(33) 업타운 대표는 연고도 없는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전입신고를 마쳤다. 수도권 출신 청년 6명도 함께였다. 목표는 이곳을 청년들이 북적이는 마을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로컬 창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2019년 한식 명인에게 배운 레시피로 경인권에서 한정식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영수증 사진기 사업, 노인 멘토링 플랫폼 등 여러 아이템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수차례 좌절 끝에 떠올린 곳이 대학 시절 농활 프로그램으로 방문한 홍천군 서석면이었다. 대표적인 인구감소지역으로 오래된 빈집과 폐공장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가능성을 봤다. ‘이 귀한 자원을 지금 시대의 트렌드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와 뜻을 같이한 청년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행동에 나섰다. 폐가에 장판을 깔고 철제 미닫이문을 통창으로 바꿨다. 마당에는 대형 화로대를 놓고 평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버려진 집이 MZ세대 감성의 촌캉스 숙소가 됐다. 문 닫은 홉공장은 청년들이 모여 파티를 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마을 곳곳의 유휴시설 11곳이 콘텐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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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몰린 낭만촌캉스
업타운은 ‘낭만촌캉스’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청춘남녀 12명이 합숙하면서 1박 2일 동안 농촌의 일상과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입소 후 수레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들판에서 농촌 게임을 즐긴 뒤 저녁에는 솥뚜껑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드레스 코드는 김장조끼와 몸뻬바지. 저녁 후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도시에서 보기 힘든 별 관찰까지가 공식 일정이다.
핵심 원칙은 단순하다. ‘홍천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2~3시간을 달려오게 하려면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이어야 한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시 생활이 힘들고 지쳐 낭만촌캉스를 찾았는데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나 싶었어요’라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낭만촌캉스를 찾은 이용객은 1만 명을 넘어섰다.
업타운은 ‘낭만촌캉스’ 성공을 발판으로 로컬브랜드 ‘와썹타운’을 만들어 2023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됐다.
선정 전 현지 심사 당시에는 마을 주민 전체가 나와 업타운의 와썹타운을 응원했다. 첫 도전에 성공해 받은 ‘3년간 사업비 총 6억 원’ 지원은 마을을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행안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은 지역 청년 유출 방지와 외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활력을 높이고자 2018년 시작됐다. 2026년까지 총 61곳이 청년마을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청년들이 섬처럼 홀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역에 발을 딛고 있는 한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청년마을 와썹타운은 2024년 12월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 청년마을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25년 6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관하는 MG희망나눔 청년로컬 지원사업에 강원도에서는 유일하게 최종 선정됐다.

인구는 줄고, 빈집은 늘고
이들이 오기 전 마을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청년들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빈집도 늘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강원특별자치도의 ‘2026~2030 빈집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강원도 내 빈집은 7091호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2040년에는 약 2만 호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천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강원특별자치도 청년통계에 따르면 홍천군은 2020년 이후 계속 인구가 줄고 있다. 65세 고령인구 비율도 2014년 20.4%에서 2024년 33.6%까지 높아졌다.
김 대표는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떠난다”며 “홍천군 마을의 99%가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데 이곳에 살면 살수록 그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주민 속으로 들어간 청년들
이들의 시작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수상한 청년들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고 농촌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민들과 크고 작은 갈등도 겪었다.
그러다 ‘진짜 마을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은 것이 전환점이 됐다. 교사 출신 이장은 “청년의 에너지를 엉뚱한 데 쓰지 말고 마을이 필요한 곳에 쓰라”고 조언했다. 이후 청년들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노인과 바다’라는 이름으로 연 2회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바다 여행을 떠나고 면민체육대회·어버이날·설·추석 등 특별한 날을 함께했다. 주민들과 메밀밭 33만㎡(10만 평)를 공동 재배하며 메밀꽃 축제도 만들었다. 청년들이 나서 마을 행사 사회를 보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마케팅을 담당했다.
업타운은 자신들을 ‘국내 최초 로컬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소개한다. 사람을 모으고 트래픽을 만들고 소비를 일으키며 로컬 산업을 키운다는 의미다. 관광·외식·라이프스타일·패션에 이어 최근엔 로컬 아티스트 영역까지 확장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댄스팀이 농촌 분위기로 편곡한 음악에 맞춰 공연을 펼치고 지역 축제와 5일장에서 수익 활동을 이어간다. 평균연령 70대인 마을 어르신들이 힙합 공연에 환호하는 장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손님으로 왔다 정착… 로컬이 만든 새로운 삶
와썹타운이 조성된 뒤 마을에 전입한 청년은 20명으로 늘었다. 와썹타운은 행안부의 ‘2023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이 사업은 청년마을로 유입된 청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주거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매년 이어지고 있다. 약 2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한 와썹타운에는 6월 청년 공유주택이 완공됐다. 8월부터 ‘청년 공유주택’ 입주가 시작되면 유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와썹타운에 아예 정착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업타운 이상준 팀장(30대)은 직업군인 출신이다. 낭만촌캉스 참가자로 왔다가 홍천의 매력에 빠져 주말마다 휴가를 내고 호스트를 자원했다. 결국 7년간의 군 생활을 접고 2024년 업타운에 합류했다. 그가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건 ‘관계재’다. “사람과 사람이 교류할 때만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게 조금 부족하면 고립되고 외로워집니다.”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갖춘 그는 지금도 프로그램마다 현장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3년 농활 프로그램 참가자로 처음 홍천을 찾은 박벼리 팀장(20대)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여기서 일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 달 만에 마케팅·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돌아왔고 지금은 업타운의 로컬 패션 브랜드 ‘몸빼’를 맡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업타운을 사회적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로컬에서 만든 모델로 인구소멸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어떤 사회문제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개발하지 않으면 기업으로 클 수 없다. 로컬에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의 일이다”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도전을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 MZ세대는 정말 똑똑하지만 망설일 때가 많아요. 업타운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실행 덕분입니다. 생각했을 때 바로 실행하세요.”
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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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