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10만 평 돌밭이 천국의 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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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이름만 들어도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이 그렇다. 경기 가평군 축령산 품에 안기듯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은 한국의 미와 정서를 원예학적으로 해석해 설계한 원예 수목원이다. 2025년에만 연간 60만 명 이상이 찾은 수도권의 대표 관광지다. 이름만큼이나 힐링 풍경이 가득해 ‘한국관광 100선’에 다섯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여름과 가을 사이, ‘뜻밖의 계곡 맛집(계곡이 좋은 명소)’으로도 소문난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았다.
돌밭이 꽃밭이 되기까지
이름부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고자 한 아침고요수목원은 설립자인 한상경 전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의 꿈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재임하던 시절 세계 각국의 정원과 식물원을 둘러본 그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정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귀국한 뒤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지금의 수목원 터는 한때 화전민이 살던 마을이었다. 염소를 키우던 돌무더기 밭을 설립자 부부가 직접 호미로 일구며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꾸기 시작한 수목원은 1996년 5월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총 33만㎡(10만 평)의 규모에 10개의 주제정원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20여 개의 주제정원에 자생 식물 1000여 종을 포함해 2500여 종의 식물이 계절을 달리하며 자란다.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 아침고요수목원은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도 수목원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천년향’, ‘하경정원’ 지나 전망대로
누군가 오랜 세월 공들여 가꿔놓은 수목원은 지상에 내려앉은 천국 같다. 하경정원, 비밀의정원, 아침광장, 하늘길, 분재정원, 한국정원 등 20여 개의 테마정원마다 계절의 꽃이 피고 진다. 여름 끝자락에는 맨드라미와 무궁화, 수련 등이 정원을 장식한다.
입구에서 더위를 피할 양산과 부채를 하나씩 챙겼다면 ‘천년향’으로 향해보자. ‘천년 된 향나무’라는 뜻의 이름처럼 고아하면서도 영험한 자태를 뽐낸다. 아침고요수목원의 수호신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년향은 2000년 수몰 위기에 놓인 경북 안동 한 마을의 당산목을 옮겨 심은 것이다.
천년향이 있는 아침광장에는 가시칠엽수와 환유나무 등 또 다른 명목들이 반긴다. 푸른 잔디 위에 나무를 여백 있게 배치해 시야가 탁 트인다. 덕분에 평원 한가운데 서 있는 듯 마음에도 여백이 생긴다.
수목원의 주정원으로 꼽히는 하경정원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남북을 꽃길로 하나 되게 표현했다.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이 피고 진다. 짧고 굵게 국토 종주를 하듯 한 바퀴 산책한 후 산중턱에 있는 ‘하경전망대’로 가보자. 하경정원을 비롯해 아침광장, 석정원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가는 길목에 있는 ‘J의 오두막정원’도 지나칠 수 없다. 영국 시골집에 딸린 작고 소박한 정원인 ‘코티지가든’을 모티브로 꾸민 곳이다. 이국적인 건물과 조경 덕분에 잠시 영국 어느 시골집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다. 특히 6~9월에 개화하는 꽃이 많아 여름과 가을 사이인 지금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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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촬영 명소 ‘서화연’
연못과 섬, 정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국정원은 아침고요수목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전통 조경 양식을 계승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여백의 미를 살렸다. 정자와 연못 주변으로 붓꽃과 연꽃이 피고, 봄에는 벚꽃과 목련, 가을에는 단풍이 풍경을 채운다.
덕분에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연못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돌다리는 젊은 커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자 촬영명소다. 한국정원뿐 아니라 수목원 곳곳이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왔다. ‘고요하고 한가로운 집’이라는 뜻의 기와집 정한재 맞은편으로는 돌탑 군락이 볼거리다. 탐방객들이 돌멩이를 하나씩 올려놓으며 소원을 빌기 시작한 것이 돌탑 군락이 됐다. ‘고향집정원’은 이름 그대로 마음속 고향의 풍경을 옮겨놓은 듯하다. 정겨운 초가집 주변으로 채송화, 매발톱, 목련, 진달래 등이 피어난다.
물소리 들으며 명품 산책길
수목원 전체가 하나의 산책 코스지만 특히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다. ‘아침고요산책길’은 잣나무와 일본잎갈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흙길이다. 천천히 걸으며 숲 냄새를 맡기에 좋다. 자작나무가 숲을 이룬 ‘자작나무길’도 추천할 만하다. 계곡 물소리와 함께하는 길 끝에는 ‘선녀탕’이 기다린다. 깊은 산속에서나 만날 법한 선녀탕은 여름 수목원 여행에 마침표가 돼주기에 충분하다.
선녀탕뿐 아니라 수목원을 사이에 두고 탑골계곡, 무궁화동산계곡 등 축령산의 계곡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비 온 뒤 수량이 풍부해지면 물소리가 한층 시원하게 들린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도 있다.
녹음 아래에는 평상이 마련돼 있고 피크닉 의자도 대여해준다. 그래서 ‘계곡 맛집’이란 별칭도 얻었다. 간단한 도시락을 싸와 계곡에 발을 담근 채 쉬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평상은 수목원 입장객은 별도 예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
계곡물이 더 차갑게 느껴질 즈음이면 수목원과 축령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단풍이 지고 눈이 내릴 무렵에는 겨울 야간 조명 축제인 ‘오색별빛정원전’이 시작된다. 아침고요수목원엔 계절이 따로 없다.
박근희 기자
가까이 있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두물머리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차로 50여 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두물머리’는 수도권 생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두 물이 합수하는 곳이라 해 ‘두물머리’라 불려오고 있다. 예부터 절경으로 꼽혀 겸재 정선의 ‘독백탄’, 이건필의 ‘두강승유도’ 등에 기록될 만큼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7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황포돛배와 400여 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그림처럼 자리하는 두물머리는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일몰 등 풍광이 아름다워 사진동호인의 출사 일번지로도 꼽힌다.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주소: 경기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432
관람료: 성인 1만 1000원 문의 1544-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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