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한식 세계화? 곰탕·된장처럼 확실한 메뉴 하나가 더 먹힙니다”

‘돼지곰탕’으로 뉴욕·파리 진출 ‘옥동식’ 옥동식 셰프
“한식이 뭔가요? 그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나요? 한식이 아니라 곰탕, 김치, 된장 등 단일 메뉴 중심으로 알려야 합니다.”
옥동식 셰프의 말은 단호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기 전에 ‘한식’이라는 모호한 범주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색깔이 분명한 단일 메뉴를 중심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 출연해 ‘뉴욕에 간 돼지곰탕’이라는 닉네임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옥 셰프는 ‘돼지곰탕’ 하나로 세계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2017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33㎡(10평) 남짓한 식당 ‘옥동식’은 9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Bib Gourmand·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갖춘 식당에 ‘미쉐린가이드’가 부여하는 등급)에 선정됐다. 기존의 걸쭉하고 기름진 돼지국밥과는 다른 ‘맑은 돼지곰탕’으로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보였다.
해외 진출도 일찍부터 준비했다. 2022년 미국 뉴욕에 팝업스토어로 첫선을 보인 후 2023년 ‘옥동식 뉴욕 1호점’을 열었다. 주메뉴는 역시 돼지곰탕. ‘옥동식(屋同食)’이라는 식당 이름은 옥 셰프의 이름에서 한자 뜻만 바꿨다. ‘한 가지 메뉴를 파는 집’이라는 의미다.
전 세계 미식 트렌드의 각축장인 뉴욕 진출 첫해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3 뉴욕 최고 요리 8선’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일본 도쿄, 미국 LA와 하와이 등으로 무대를 넓혔다. 공통점은 메뉴, 공간 구성, 접객 방식은 단순함을 유지하되 기본인 맛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당시 NYT의 레스토랑 평론가였던 피트 웰스는 “옥동식 돼지곰탕의 정수는 ‘시원한 맛(Siwonhan-Mat)’”이라며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액체 중 이보다 더 맛있는 게 있는지 기억할 수 없다(I can’t remember the last time I tasted a more delicious liquid that didn’t contain at least some alcohol)”고 극찬했다.
서교동 본점에서 만난 옥 셰프는 “한식은 이제 현지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킬 것과 바꿀 것을 제대로 구분하고 ‘단짠’을 넘어 음식의 철학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그가 말하는 ‘K-푸드’의 방향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돼지곰탕에 이어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장(醬)’이다. 뉴욕 3호점, 일본 2호점 개점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그가 뉴욕 농장에서 한국식 장을 담그는 이유다.

국내에서 성공한 뒤 프랜차이즈 확장에 나서는 대신 해외 진출부터 준비했다.
국내시장은 확장성이 작다고 봤다. 내수가 크지 않은 데다 새로운 메뉴가 뜨면 따라 하는 곳이 너무 많다. 해외 진출은 2018년 뉴욕에 여행을 갔다 우연히 이뤄졌다. 해외시장 진출이 꿈이라는 말에 현지 사업 파트너가 곧장 뉴욕 진출을 도왔다. 국내 매장에 외국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것을 보며 가능성을 확인한 뒤다.
‘돼지곰탕’ 하나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단일 메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운영 시스템이 단순하고 저비용으로 빠르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식업은 고정비와의 싸움이다. 특히 뉴욕처럼 임대료가 비싼 도시에서는 객단가나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작은 매장에서 단일 메뉴를 제공하는 방식은 회전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물론 뉴욕에서는 단일 메뉴만 파는 식당이 드물어 사이드 메뉴를 추가했다. 그래도 다른 식당에 비하면 메뉴판이 무척 간소하다. 이런 방식이 현지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돼지곰탕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음식은 아니다. 뉴욕에서 반응은 어땠나.
‘옥동식’의 맑은 돼지곰탕은 돼지고기 앞다리살에 채소와 소금을 살짝 추가한 게 전부다. 기존의 걸쭉하고 기름진 돼지국밥을 상상했다면 무척 심심할 맛이다. 2023년 피트 웰스 NYT 레스토랑 평론가의 기사 이후 손님이 엄청나게 몰렸다. 그중 만족한 손님은 3분의 1 정도라고 본다. 중요한 건 그 손님들이 계속 찾아온다는 점이다. 요즘 음식은 얼마나 자극적인가. 돼지곰탕은 매일 먹어도 부담이 없다. 궂은 날씨에 늘 찾아오는 할아버지도 있고, 두 살 때 처음 찾아와 이제 여섯 살이 된 꼬마 손님도 있다. 그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시원한 맛(Siwonhan-Mat)’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삼켰을 때 온몸이 뜨끈해지면서 느끼는 ‘시원함’은 맛인 동시에 한국적 정서다. 피트 웰스는 이를 ‘균형 잡힌 식사를 할 때 느끼는 웰빙의 감각’이라고 표현했다. 현지 손님들도 “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국물 한 숟가락을 통해 한국인과 세계인이 비슷한 정서적 경험을 하는 셈이다.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K-푸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에선 어떻게 느끼나.
냉동김밥, 떡볶이, 라면 같은 간편식 중심의 수출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은 맞다. 하지만 현지 외식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뉴욕만 놓고 보면 여전히 한식의 시장점유율은 일식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본다. 일식이 일찍이 뉴욕 시장에 자리 잡았다면 한식은 이제 막 치고 올라오는 단계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본의 성공 비결은 ‘스시’ 하나로 시장을 공략한 데 있다고 본다. 반면 우리는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한식이라는 카테고리로 묶고 있다. 한식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길거리 음식? 왕이 먹던 음식?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김치만 해도 종류가 얼마나 많나. 뉴욕에서 김치를 팔겠다면 배추김치만 할 게 아니라 파김치, 무김치, 백김치 등 세분화해 각각의 매력을 알려야 한다. 불고기도 훌륭한 음식인데 해외에서 제대로 하는 집이 많지 않다. 이미 외국인에게 친숙한 한식 메뉴도 조금만 다듬으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일 메뉴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데다 미국에서 쌀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도 단일 한식 메뉴 세계화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현지화에 있어 ‘지킬 것’과 ‘바꿀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로컬 재료를 사용하되 음식 본연의 맛을 잃지 않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옥동식은 뉴욕, 파리, 도쿄, 하와이 매장 모두 레시피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파프리카로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한식이지만 그 땅의 재료로 맛을 내니 현지인에게도 거부감이 없다. 현지화한다고 재료와 레시피를 모두 바꿔버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한식의 고유한 매력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그렇다면 한국 음식의 고유성은 뭔가.
어디를 가도 밥과 밑반찬, 국물을 더 먹는데 별도 비용을 받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전쟁을 겪으면서 누구도 밥을 굶겨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자리 잡았다. 그게 한국의 ‘정(情)’이다. 정부도 한식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때 이런 문화를 모토로 삼으면 좋겠다. 그게 곧 한국 음식의 철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이 늘면서 어릴 때 먹던 진짜 한국의 맛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 입맛에만 맞춰서는 오래가기 힘들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음식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옥동식’은 돼지곰탕 한 그릇에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가장 절실한 것은 인력 지원이다. 해외에서 활동할 셰프를 양성하는 기관이 이미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해 해외 매장에서는 현지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인보다 잘할 순 없지 않나.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비자가 나오지 않아 직원들이 현지 체류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미국 정부의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돼지곰탕 다음으로 세계시장에 선보일 메뉴가 또 있나.
제대로 된 한국식 채소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 뉴욕점에선 비건 소비자를 위해 버섯곰탕을 출시했다. 뉴욕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에선 비건 수요가 많은데도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흑백요리사2’에서 선재스님과 대결하면서 채소 요리의 힘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2년 전 뉴욕에서 현지 한국 셰프들과 함께 메주를 띄웠다. 미국 콩을 한국에서 공수한 가마솥에 장작불로 삶았다. 이 장이 5년 정도 숙성되면 현지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부터 장을 베이스로 감칠맛 나는 한국식 채소 요리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 미식의 중심지에 서 있다. 다음 목표는 뭔가.
더욱 글로벌해지는 것이다. 세계인이 한국 음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먹는 민족도 드물다. 현지 재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다양한 양념과 조리법을 활용한다면 단일 메뉴 하나로도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끊임없이 연구해 진짜 한국의 맛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조윤 기자
‘한식의 날’ 기념 ‘2026 한식대축제’
전통 한식부터 최신 디저트까지 한자리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외교부는 ‘한식의 날’(10월 24일)이 법정기념일로 첫 지정된 것을 기념해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 한식대축제’를 공동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K-푸드 주요 수출국 및 한식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식의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또 현장 전문가들이 강연을 펼치고 한식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옥동식 셰프의 ‘글로벌 미식시장 속 한식의 위치’ ▲손종원 셰프의 ‘한국에서 한식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박주은 셰프와 요리 크리에이터 ‘은수저’의 조리 시연 등이다.
이 밖에 ‘스크린 속 한식 토크쇼’를 비롯해 다양한 한식 제품을 소개하는 한식 기업 홍보관, 최신 한식 디저트와 식재료를 소개하는 플리마켓, 쿠킹클래스 등도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전통 한식부터 첨단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요리와 디저트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식문화를 넘어 세계인과 소통하는 외교적 자산이 된 K-푸드를 통해 공공외교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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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