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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뉴스

‘시간당 175㎜’ 도시홍수 실험 “극한호우 시대 침수 피해 해법 찾는다”

경북 안동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하천실험센터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에서 권영화 박사후연구원이 극한호우에 따른 침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하천실험센터 권영화 박사후연구원
“펌프 가동하겠습니다.”
7월 14일 경북 안동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하천실험센터. 서울 강남의 왕복 6차선 도로를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한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에서 펌프를 가동하자 ‘쏴’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졌다. 불과 수십 초 만에 도로 옆 배수로가 가득 차더니 도로 가장자리부터 침수가 시작됐다.
물은 처음에는 경사를 따라 빗물받이로 빠져나갔지만 배수 용량의 한계를 넘어서자 수위가 빠르게 인도 높이까지 올라왔다. 지하 우수관의 수압이 높아지면서 맨홀 뚜껑도 들썩였다.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인 70㎝까지 물이 차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37분. 2022년 여름 서울 강남역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극한호우가 눈앞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홍수는 일상적인 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실험장의 모델이 된 서울 강남 일대는 저지대 지형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2022년 기록적인 폭우 당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며 도시 배수체계의 한계도 드러났다.
건설연은 실제 도시와 같은 환경에서 침수 과정을 재현하고 대응 방안을 검증하기 위해 3000㎡ 규모의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을 조성해 5월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이 실험장은 서울 강남구의 도로 설계 기준을 적용해 왕복 6차선 도로 20m 구간을 실제 규모로 구현했으며 지하 배수터널과 우수저류시설 등 실제 도시와 같은 배수 인프라를 갖췄다. 실험용 물은 낙동강에서 공급받는다.
권영화 건설연 박사후연구원은 “펌프 1대는 초당 0.3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최대 4대를 동시에 가동하면 초당 1.2톤의 유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시간당 최대 175㎜의 극한호우와 최대 수심 1.6m의 도로 침수 상황까지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우량과 지속시간을 달리하며 다양한 형태의 빗물받이와 우수관의 배수 성능을 검증하고 침수 양상을 분석해 실제 도시홍수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데이터는 실제 도시 침수 피해를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할까. 권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권영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이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의 수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하천실험센터는 어떤 곳인가.
쉽게 말해 실제 하천과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고 실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약 19만㎡ 규모의 부지에 실규모 실험수로 3개와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 등을 갖추고 있어 실내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다양한 현상을 검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하천 범람뿐 아니라 도시 침수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도시와 비슷한 환경에서 빗물이 어떻게 흐르고 빠져나가는지를 재현하고,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도시홍수 예측과 대응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어떤 연구를 담당하고 있나.
도시홍수 연구를 맡고 있다.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을 활용해 빗물받이와 우수관, 맨홀 같은 도시 배수시설이 실제 비가 왔을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연구한다. 강우량과 강우 지속시간에 따른 배수 성능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 침수 위험 예측과 대응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은 어떤 역할을 하나.
가장 큰 역할은 실제 도시에서 발생하는 침수 과정을 재현하고, 도시 배수시설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다. 집중호우 시 빗물이 어디로 유입되고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또 빗물받이와 우수관, 배수펌프장 등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실제와 유사한 조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도시홍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배수시설 개선과 새로운 홍수 대응 기술 개발에 활용된다.

실규모 실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에는 도시홍수를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축소 모형으로 연구했다. 하지만 실제 도시에서는 빗물받이와 우수관, 맨홀, 저류시설, 배수펌프장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만으로는 실제 침수 상황을 완전히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실제로 물을 흘려보내며 실험할 수 있어 관 내부 압력 변화와 공기 흐름, 맨홀 뚜껑이 들리는 조건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결과를 다시 컴퓨터 모델에 반영하면 도시홍수 예측의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 전경. 사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 실험장만의 차별점은.
가장 큰 차별점은 도시 전체의 배수 시스템을 하나의 실험장 안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해외에도 도시홍수를 연구하는 시설은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시설이나 하나의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이곳은 도로와 빗물받이 같은 지상 시설부터 우수관, 맨홀, 저류시설, 배수펌프장까지 실제 도시의 배수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집중호우 때 빗물이 유입되고 배수되는 전 과정을 한 번에 검증할 수 있어 개별 시설이 아닌 도시 전체 배수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험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예를 들어 우수관이 막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하류 수문의 개방 정도를 조절한다. 그러면 우수관의 배수 능력이 떨어지면서 도로에 물이 차오르고 침수가 발생하는 과정을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다. 실험 과정에서는 침수 깊이와 유량, 유속, 관내 압력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최대 수심 1.6m의 도로 침수 상황을 재현할 수 있어 다양한 홍수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다.

‘맨홀 이탈 실험장’도 구축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홍수가 발생하면 우수관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맨홀 뚜껑이 갑자기 들리거나 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침수된 도로에서는 맨홀이 물에 잠겨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행자나 차량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맨홀 이탈 실험장에서는 맨홀 뚜껑이 어떤 조건에서 이탈하는지 임계점을 찾고 있다. 우수관에 공급되는 유량을 조절하고 하류가 막힌 상황을 재현해 관 내부 압력이 어느 수준에서 맨홀 뚜껑을 들어 올리는지 확인한다. 또 맨홀의 형태와 우수관 크기에 따라 이탈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하고 있다. 실제 도시에는 원형·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맨홀이 설치돼 있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이런 다양한 조건을 실험해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어떤 규모의 우수관에 어떤 형태의 맨홀이 더 안전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실험 데이터가 실제 정책에 활용된 사례가 있나.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다양한 조건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다. 다만 이미 활용된 사례도 있다. ‘빗물받이 형상에 따른 배수효율 측정’ 연구 결과는 서울시의 ‘빗물받이 성능 평가방법(안)’ 마련에 활용됐다. 빗물받이 형태에 따른 배수 성능 차이를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를 시설 관리 기준에 반영한 사례다.

앞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 배수시설이 실제 강우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침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도시 배수시설은 대부분 도로나 지하에 설치돼 있어 내부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침수 상황에서는 센서 설치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침수 중에도 시설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정도 비가 왔을 때 시설이 어느 수준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홍수 대응 기술 개발과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과 맨홀 이탈 실험장이 도시홍수 대응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나.
지금까지 도시홍수 대응은 침수가 발생한 뒤 원인을 분석하고 시설을 보완하는 사후 대응이 많았다. 앞으로는 실규모 실험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미리 검증하고 침수 위험을 줄이는 예방 중심의 대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홍수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인식도 있다.
최근에 과거 경험만으로는 예측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극한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홍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자연현상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우를 정확히 예측하고 도시 배수시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예측 기술과 모니터링 기술을 고도화하고 홍수 방어 인프라의 성능과 회복탄력성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하천실험센터에서 수행하는 실규모 실험 역시 실제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검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앞으로도 도시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

강정미 기자

*도시홍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릴 때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배수시설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침수 현상이다. 하수관로나 빗물받이 등의 처리 능력을 초과하면 도로와 건물, 지하공간이 물에 잠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시간당 수십에서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홍수 위험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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