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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뉴스

“이 제품 어떤 전기로 만들었나요?” RE100이 기업 경쟁력을 바꾸고 있다

K-RE100 참여 방법

RE100
“이 제품은 어떤 전기로 만들었나요?”
앞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자주 듣게 될 질문일지도 몰라요. 이제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만큼이나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 중심에 있는 말이 바로 ‘RE100’입니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줄임말이에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죠. 이름만 들으면 어려운 국제 규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뜻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RE100은 기업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태양광·풍력·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약속이에요.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주도해 시작한 자발적 캠페인으로, 참여 기업은 늦어도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해요. 현재 43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연간 570TWh를 넘습니다. 우리나라 연간 전력소비량보다 큰 규모죠.

전기에도 원산지를 묻는 시대
RE100이 왜 중요할까요? RE100은 단순히 ‘친환경 기업이 되자’는 선언에 그치지 않는, 더 실천적인 움직임이에요. 점점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자신들만 재생에너지를 쓰는 데서 멈추지 않고 부품과 원료를 공급하는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해외 완성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이라면 앞으로는 품질과 가격뿐 아니라 ‘이 제품을 만들 때 어떤 전기를 사용했는가’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RE100은 말하자면 전기에도 원산지를 묻는 새로운 산업 흐름입니다. 식품에 ‘국내산’ 표시를 하듯, 제품을 만들 때 석탄이나 가스 발전 전기를 많이 썼는지, 재생에너지 전기를 썼는지가 기업 평가와 수출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RE100은 환경 정책인 동시에 산업 정책입니다.

K-RE100 참여 기업 1676개
우리 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는 한국형 RE100, 즉 K-RE100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국내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글로벌 RE100 이행, 기업 홍보, ESG 경영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대기업뿐 아니라 일반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할 수 있어요.
RE100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회사 건물이나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직접 전기를 생산해 쓰는 방식이에요. 낮 동안 생산한 전기를 공장 조명이나 사무실 냉방, 생산설비 등에 활용하는 식입니다. 규모가 큰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전기를 공급받을 수도 있어요.
K-RE100에는 기업의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이행수단이 마련돼 있습니다. 기존 전기요금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발전사업자와 계약하는 제3자 PPA,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직접 계약하는 직접 PPA, 그리고 태양광 설비 등을 설치해 직접 사용하는 자가소비 방식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한 식품회사가 물류센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냉장창고 전력 일부를 충당한다면 자가소비 방식에 해당합니다. 반도체 협력업체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받는다면 PPA 방식이 됩니다. 당장 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기업은 녹색프리미엄이나 REC 구매부터 시작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쌓아갈 수 있고요.
중요한 건 ‘기업이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관리시스템에 등록한 뒤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데요. 이 확인서는 RE100 이행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ESG 보고, 기업 홍보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참여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2026년 6월 기준 K-RE100 정보플랫폼 공개 현황에 따르면 가입 기업은 1676개, 총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약 540만㎿h에 이릅니다. 처음에는 대기업 중심의 과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수출 중소기업, 공공기관까지 참여가 확대되고 있어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RE100은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 뒤에는 공장,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사무실 등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쓰는 전기가 바뀌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줄어들죠. 소비자는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고,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마련하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조금씩 넓어지는 거예요.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충분히 늘리고, 기업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망과 전력시장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비용과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맞춤형 컨설팅과 공동구매, 산업단지 단위의 지원도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RE100이 나아가는 방향만은 분명합니다. RE100은 더 이상 일부 글로벌 기업의 선언이 아닙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우리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어요. 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깨끗한 전기로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시장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어요. 대한민국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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